분꽃은 추억의 꽃 중의 하나이다.
분꽃은 아주 오래 전 내가 어렸을 적부터 친한 꽃이다.
봉숭아. 채송화. 나팔꽃. 백일홍. 해바라기 등과 같이
나이 든 사람들의 아득한 추억 속에 남아 있는 꽃이다.
그러나 지금은 꽃집에서 밀려나고
꽃밭에서 밀려나 집 언덕 옆이나
사람들의 눈에서 좀 떨어진 그런 곳에서
피고 있는 쓸쓸한 대접을 받는 꽃이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의 IT 문화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신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분꽃은 분꽃과의 다년생초본.
원산지는 중남아메리카 멕시코이다.
6월에서 10월에 홍색, 황색, 백색, 여러가지 색이 섞인 색의
꽃이 피고, 꽃은 저녁 해 질 무렵에 피어 이튿날 아침까지 핀다.
낮에는 입을 다무는 나팔꽃과 같은 성향을 가진 꽃이다.
종자는 까만색인데 그 안에 하얀 녹말이 들어 있다.
이 가루는 연지 등 화장품의 원료가 된다고 한다.
열매 안의 하얀 녹말이 분을 닮았다고 하여
'분꽃'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 아닌가 싶다.
<분꽃에 얽힌 전설>
아주 먼 옛날 폴란드에 넓은 영토에 버금가는 막강한 세력을 가진 성주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그에게도 걱정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불행하게도 그에게는 자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늘 신에게 자식을 낳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정성스러운 그의 기도에 감동한 나머지 신은 그에게 귀엽고 예쁜 딸을 낳게 해주셨습니다.
성주는 내심 아들을 바라고 있었지만 딸을 얻은 것을 서운하다고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이 성주는 자신의 뒤를 이어 성을 다스릴 아들이 없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성주는 딸을 낳았다는 말 대신
아들을 낳았다고 선포한 후,
그 아기를 아들처럼 씩씩하게 키웠습니다.
딸의 이름마저도 '미나비리스'라는 남자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남자의 옷차림은 물론 활쏘기를 비롯하여 칼싸움 심지어는 술 먹는 법까지
남자들이 해야 할 여러 가지일들을 두루 가르쳤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남장을 한'미나비리스'는 성년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미나비리스는 청춘의 뜨거운 열정을 어찌할 수 없었던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의 부하였습니다.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그녀는 어느 날 아버지께 이 모든 사실을 고백하였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울면서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성주인 아버지는 너무나도 매정하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너를 남자로 알고 있고 너는 장차 이 성을 이끌어 갈 후계자이므로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사랑하는 딸의 간청을 매정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말에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서럽고
자기 자신이 너무나 싫어졌습니다.
그녀는 항상 몸에 지니고 있던 칼을 바닥에 꽂으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처럼 큰소리로 울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며칠 후 그녀가 땅에 꽂았던 칼에서 한 송이 예쁜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분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