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5,43-4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3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44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45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46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47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48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호의로 사랑하라’>
오늘 복음도 어제 복음에 이어 ‘의로움’에 대한 말씀을 들려줍니다.
오늘은 마지막 여섯 번째의 ‘의로움’인, ‘완전한 사랑’에 대한 말씀입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마태 5,44)
참으로 혁명적인 선언이요 명령입니다.
이웃과 원수를 구분해서 처우를 달리 해온 이스라엘인들의 관행을 완전히 뒤엎는 일입니다.
이웃이나 원수를 가리지 않고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그것은 원수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며, 우리 자신에게서 미움을 없애기 위한 것만도 아니며, 사랑에 한계를 두지 말라는 것만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있는 그대로를 호의로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곧 그가 잘 되기를, 그가 구원되기를 바라며, 부족한 이를 부족한 채로, 원수를 원수인 채로, 사랑하는 일입니다.
곧 그가 나를 미워하지 않게 되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미워하는 채로 사랑하는 일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그가 부족하기에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한층 더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그가 사랑이 더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죄인이기에 처벌받아야 하기보다, 죄인이기에 용서받아야 할 대상이듯이 말입니다.
동시에 이는 나 자신만 구원받아야 할 존재요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인 것만이 아니라, 타인도 구원받아야 할 존재요 사랑받아야 할 존재임을 깨우쳐줍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 다음에 한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마태 5,44)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만 하지 않으시고, 나아가 그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마치, 스테파노가 돌을 맞아 죽어가면서도 돌을 던지는 이들을 위해 기도한 것처럼(사도 7,60), 사도 바오로가 유대인들에게 고난을 당하면서도 그들을 위해 기도한 것처럼(1코린 4,12), 훗날 당신께서 십자가에서 당신을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시게 될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원수를 미워하는 것을 넘어 사랑할 때라야, 또 악을 피하는 것을 넘어 선을 행할 때라야, 비로소 의로움을 행하게 되고 완전해질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마태 5,48)
참으로 놀라운 소명입니다.
‘하느님처럼 되라’고 소명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대체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것은 묘하게도 자신의 결핍을 메울 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비울 때 일어납니다.
자신의 결핍과 한계를 극복하고 채울 때 생기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수락할 때 생겨납니다.
그러기에 ‘완전함’이란 그 어떤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있는 채로 완전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자기의 결핍을 오히려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로 삼는 일이요, 그리하여 부족과 한계를 받아들일수록 온전해지게 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부족과 한계는 스스로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분의 선물을 끌어들이는 통로가 되고, 우리의 불완전함은 완전함이 들어오는 통로가 됩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한계와 결함은 우리의 완전함을 가져오는 선물입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말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렵니다.”
(2코린 12,9)
아멘.
<오늘의 말 · 샘 기도>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마태 5,44)
주님!
되갚지 않을 뿐 아니라 억울한 고통도 기꺼이 지게 하소서.
미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받아들여 사랑하고, 사랑할 뿐 아니라 기도하게 하소서.
죄짓지 않을 뿐 아니라 죄인을 용서하고, 용서할 뿐 아니라 선을 베풀게 하소서.
개방할 뿐 아니라 받아들여 수용하고, 수용할 뿐 아니라 그로 말미암아 변형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이영근 신부-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