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1
이해인
누구의 아내도 아니면서
누구의 엄마도 아니면서
사랑하는 일에
목숨을 건 여인아
그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부끄러운 조바심을
평생의 혹처럼 안고 사는 여인아
표백된 빨래를 널다
앞치마에 가득 하늘을 담아
혼자서 들꽃처럼 웃어 보는 여인아
때로는 고독의 소금 광주리
머리에 이고
맨발로 흰 모래밭을
뛰어가는 여인아
누가 뭐래도
그와 함께 살아감으로
온 세상이 너의 것임을
잊지 말아라
모든 이가 네 형제임을
잊지 말아라
사계절의 기도 개정판 중에서
수녀2
이해인
크고 작은 독 속에
남모르게 익어 가는
간장 된장 고추장
때가 될 때까진
갑갑해도
숨어살 즐 알네
수녀원은
하나의 커다한 장독대
너도나도 조용히
독 속에 내뿜는
저마다의 냄새와 빛
더러는 탄식하며
더러는 노래하며
제맛을 낼 때까진
어둠 속에 익고 있네
즐겁계기다리네
[사계절의 기도 개정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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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1,수녀2
바다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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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9:19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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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행복해서
말을 잇지 못하겠어요 ㅎ
새글이 올라와 한참동안 보고 갑니다.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