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은 복음 선교의 날입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주고 내가 명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18-20
주 하느님의 권한. 그 권한을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부여 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 권한을 복음을 전하는 우리에게 주십니다. 그래서 오늘도 주님의 이 기쁜 소식을 만나는 이, 함께 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먼 곳에 있는 이들에게도 전합니다. 복음의 기쁨은 영원한 생명의 기쁨입니다.
산책하는 산책로 곁에, 도로가 있고 외딴집 하나가 있습니다. 이곳으로 내가 거주를 시작한, 칠 팔년 전부터 산책하면서 지나는 길에 새벽녘에 늘 불이 켜있고,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는 어르신이 있었습니다. 새벽에 책상에 앉아서 매일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등불 밑에 독서하는, 그 봄이 아름다웠고, 그분의 모습에 삶의 경이로움까지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 일생 저런 모습과 삶의 여정으로 살았을꺼야!" 참 아름답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야할 텐데.."
그런데 종종 새벽녘에 그분이 그 자리에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느 날 부턴가, 새벽녁에 그 창문의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더 이상 그 분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생각했습니다.
"어디, 아프신가? 아니면 병원? 요양원? 아니 그러면 돌아가신 것일까?"
얼마 후 넓은 정원에 건물이었는데, 굴삭기가 와서 집 건물을 헐고 있었습니다. 정원까지 포함해서 평평하게 만들어 놓고 가버렸습니다. 요즘은 그곳에 수풀이 수북합니다. 생각하였습니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기에.. 그 집을 평탄 작업을 했을거야, 자식들의 결정일거야?"
한편 그분의 아름다운 새벽녘 독서의 모습을 본 나로서는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하였습니다. "그분의 경이롭기까지 한 그 모습이.. , 집도 없고 이제는 수풀이 우거진 곳이 되어버렸구나!
복음을 전한다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그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것은 그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무엇으로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의 생과, 나의 건강, 나의 인생 여정은 무엇인가? 세상에서 건강하게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의 인간의 종말과 그 허망과 회한은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는가?
주님, 지금껏 당신께서 건강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비록 부족하고 미숙하오나 당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그 여력과 그 길을 보여주심에. 주님, 제가 부족하고 끄러운, 미흡한 제가. 당신의 기쁜 소식에 걸어가도록 기회를 주심에. 일에서 그 방향을 알고 있지만, 의지의 약함과 본성의 나약함에서. 자주 이리저리 흔들리는, 저를 받아주심에 송구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주일은 복음 선교의 날입니다. 그 복음은 지금 내가 건강할 때, 걸어갈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당신께서 나의 숨을 거두시고, 데려가시는 날. 그 날 부터는 당신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없음을 압니다. 오늘도 당신이 기쁨을 향해서 기쁘게 걸어가고 용기있게 걸어가게 하소서. 당신의 복음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소서.
하느님 나라는 좋은 땅에 떨어진 열매를 맺음을 알게 하소서.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내는 그 길을 전하는 일꾼되게 하소서.
이재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