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물해파리 (외 1편)
려 원
보름달물 키스해주실래요
입안에 갇힌 맹독이 움찔 당황하지
입술 닫아걸고 아닌 체해도 혀는
몸의 바깥까지 넘나들지
파도를 타고 밀어닥치듯
속이 솟구치는 구애를 하는 너는
나의 금기를 핥는 몽상가
꿈을 길게 잡아당기다 잠을 놓치는
제 몸의 독으로 밤을 지키는
이 순한 몸뚱이로
독이 독을 품는다
뜬 눈으로 서로를 보내는
맹독이 새벽의 혀를 잊을 수 있겠어요
하류인 나에게도 상류가 있다
당신의 배에 내 귀를 열면
촬촬 간지러움이 돌아다닌다
지느러미로 귀를 쓸어내리며
하류를 달리는
당신의 밝은 잠귀
한밤 바깥을 향해 요동치는 물이 안을 듣는다
아래로 끌고 간 물의 척추는
아무리 참아도 슬픔이 못 된다
이 기미幾微는
누군가 던져놓은 물의 파편으로 산란한다
잠 속에서 출렁이던
막다른 새벽이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물의 발기
몸속의 물엔 귀가 있어
당신을 듣는 하류인 나에게도
상류가 있다
⸺시집 『그 해 내 몸은 바람꽃을 피웠다』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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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원 / 원통고등학교 국어교사 역임. 국어교육 석사. 2015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 시집 『꽃들이 꺼지는 순간』 『그 해 내 몸은 바람꽃을 피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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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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