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대회만 2500회 - 일본 새해 첫날, 동경에서 열린 걷기 대회에는 천여 명의 걷기 마니아들이 몰려 기분 좋게 한해를 시작했다. 일본워킹협회에서는 ‘즐거운 워킹교실’을 운영하여 사람들에게 올바로 걷는 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또한 걷기 좋은 나라 일본의 걷기 도로 시스템과 그들의 걷기 의미는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본다. 걷기 인구 1500만 명의 나라 - 프랑스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랑도네’. 프랑스인 4명 중 1명이 긴 산책을 하듯이 걷는 운동을 뜻하는 ‘걷기 랑도네’를 즐긴다. 랑도네 협회에 따르면 ‘랑도네’를 즐기는 프랑스인의 인구는 매년 5~6% 증가하고 있고, 지난 15년 동안 협회원이 세 배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프랑스 스포츠계에서 유래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선 왜 ‘랑도네’가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았을까.
프랑스의 걷기운동협회- 랑도네 클럽(2008.4.10)
자동차, 인터넷, 핸드폰, 리모콘 등으로 무장한 현대인은 스스로 움직일 기회를 박탈당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움직이기를 게을리 하여 건강을 해친 현대인은 이를 되살리고자 헬스클럽을 다니기도 하고, 보약을 먹기도 합니다. 오늘은 본래의 인간으로 돌아가 걷기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함께 걸으면서 친구를 만들며 사회성을 찾아나가는 것을 목표로 모인 프랑스의 랑도네(randonnée)협회를 소개하겠습니다.
-협회란 말은 알겠는데요. 랑도네는 무슨 뜻입니까?
랑도네라고 말하니까 거창하게 들리는데요. 랑도네를 우리말로 옮기면 긴 산책이나 긴 나들이라는 뜻입니다. 랑도네에는 걷기 랑도네와 자전거 랑도네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걷기 랑도네는 일정시간 동안 목표지점까지 걷기를 하는 것이고, 자전거 랑도네는 일정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 목표지점까지 도달하는 것이죠.
-걷기 랑도네에 대하여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요?
쉽게 생각하면 걷기 랑도네는 오랫동안 걷기 또는 오랫동안 산책하기입니다. 우리가 보통하는 걷기나 산책하기와 다른 것은 목표지점을 정하여 코스에 따라 보통 걸음속도보다는 빠르게 걷는 것이죠.
-프랑스에는 이런 걷기협회가 전국적으로 조직되어 있습니까?
1947년에 전국걷기협회연맹이 설립되어, 산하에 지방 협회가 있으며 그 밑에 도 협회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이 협회는 걷기를 스포츠의 하나로 발전시키고, 걷기스포츠를 통하여 신체를 단련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녹색여행과 녹색레저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매일 500여개 걷기 모임이 있을 정도로 랑도네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도보여행 가이드를 보고 길을 확인 한다
-이 프랑스 랑도네협회의 주요 역할은 무엇인가요?
크게 3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요. 첫번째는 스포츠에는 운동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협회는 걷기스포츠를 위한 공간을 개발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 현재 프랑스 전국에 약 18만 킬로의 걷기코스를 개발하였으며, 안전한 걷기를 위하여 랑도네 코스를 유지관리하고 방향표시, 거리표시, 구간을 표시하여 안전한 랑도네를 지원하는 책임자 6천명을 교육하였습니다. 둘째는 협회나 회원의 이익을 대변하여 랑도네 코스를 모든 회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체육부, 환경부, 지속가능발전부와 협의합니다. 예를 들어 2004년에는 어떤 시의 의회에서 랑도네 코스의 일부 구간을 개인에게 판매하려는 결정을 했을 때, 협회가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여 시의회의 결정을 파기하게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세번째는 랑도네 안내지도를 제작하여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자연을 즐기면서 지역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2004년까지 약 5십만 권의 가이드가 판매되었는데, 스페인의 콤포스텔라의 야고보 성당 코스 가이드와 파리 도보여행 가이드, 코르시카 가이드가 그중 베스트 셀러라고 합니다.
-왜 프랑스에서는 걷기가 그렇게 인기가 있습니까?
우선 걷기는 경제적인 부담이 없이 누구나 남녀 구분없이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고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죠. 걷기운동은 각자의 건강상태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최대의 장점입니다. 걸어야 할 전체거리와 걸음속도, 시간, 지형의 고저 수준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저는 언론을 통해 서양사람들의 사망소식을 접할 때 마다, 사망 원인에 귀를 기울이는데 가장 많은 것이 심장마비 등의 심장질환이더군요.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데는 규칙적인 걷기운동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규칙적인 걷기는 심장근육을 훈련하게 되고 심장의 능력을 개선 시켜줍니다. 걷기를 하면 50대 남성과 60대의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심장-혈관 질병의 위험을 다른 운동보다 특별하게 감소시켜줍니다.
이런 이정표와 방향 표지판이 전국 18만 킬로의 코스에 설치되어있다.
-요즘 웰빙이 화두인데요. 걷기 스포츠가 웰빙의 근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걷기의 장점을 간단하게 요약해주시겠습니까?
걷기는 신체에도 유익하고 정신에도 유익합니다, 즉 걷기는 근육과 심장을 부드럽게 움직이게 해주고,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없애줍니다. 또한 핸드폰, 인터넷 등으로 직접적 접촉이 필요없어 고독할 수도 있는 삶에 친구와 이웃과 자녀와 함께 걸으면서 친교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목표를 설정한 걷기운동은 어린들에게도 좋습니다. 우선 부모와 함께 걸으면서 친밀감을 북돋울 수 있고, 공원이나 숲 등의 자연 속을 걸으면서 나무나 꽃, 새 등을 접하면서 자연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걷기 전에 목표지점을 설정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습관을 통해 인내심을 터득하는데도 좋습니다.
걸으면서 건강한 신체를 단련하면서, 아름다운 자연과 지역문화를 만나기를 바랍니다.
안전한 랑도네를 안내하는 각종 표시들
[서울신문]|파리 함혜리특파원|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50㎞ 거리에 위치한 퐁텐블로 숲은 서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자연 학습장으로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봄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지난 26일. 작은 배낭을 멘 10여명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퐁텐블로 숲의 자연생태계 탐사에 나섰다. 안개가 짙게 내려 앉은 숲 길을 걸으며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바위에 낀 이끼를 관찰하고, 나무와 풀을 보다가 늪에 이르러서는 개구리와 두꺼비를 관찰한다. 아침 11시쯤부터 시작된 자연생태 탐사는 점심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6시까지 계속됐다. 이날 이들이 걸은 거리는 10㎞. 긴 산책을 하듯 걷는 운동이 프랑스인들 사이에 갈수록 인기다. 프랑스어로 ‘랑도네(randonnee)’라는 이 걷기 운동을 즐기는 프랑스인은 1500만명. 프랑스인 4명 중 1명이 랑도네를 즐기는 셈이다. ●클럽만 2850개… 각광받는 그린 스포츠 스포츠 상담업체인 카라(Cara)가 지난 연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29개 대상 종목 중 프랑스인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스포츠로 랑도네(68%)를 꼽았다. 또 프랑스 랑도네협회(FFRP) 통계에 따르면 랑도네 인구는 매년 10%씩 증가세다. FFRP의 모리스 브뤼젝 회장은 “랑도네는 신체를 단련시키는 운동과 자연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한데 어우러진 ‘그린 스포츠’”라며 “각박하고 꽉 짜인 일상생활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 운동에 참가하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는 각 지역, 도시마다 수백개의 랑도네 클럽이 조직돼 있고 직장에서도 모임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랑도네에 참가할 수 있다.FFRP에 등록된 클럽만 2850개, 직장 단위의 모임도 150여개에 이른다. 큰 비용 안 들고,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으며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없이 비교적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데다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랑도네의 인기 비결이다. 퐁텐블로 숲의 자연탐사 랑도네에 참가한 아스트리드(36・여)는 “도시 생활을 떠나 자연 속에서 걷는 가운데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며 “스트레스를 푸는 데 랑도네만한 운동이 없다.”고 말했다. ●장거리・단거리 다양한 코스 개발 프랑스는 랑도네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나라다. 바다와 알프스 산맥과 피레네 산맥, 중부산악 지방 등 다양한 지형이 어우러져 자연 경관이 수려한 곳이 많고 역사적 문화유적지가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답사코스도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대부분의 코스는 FFRP의 회원들이 직접 답사해 제작한 가이드북에 상세하게 안내돼 있다. 그 지역의 지도와 지형적 특성, 구간별 소요시간, 지역의 동・식물, 대피소, 숙박시설, 볼거리, 주의사항 등을 담은 이 책을 토포 가이드(Topo-guide)라고 하는데 랑도네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필수품이다. 코스는 10일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 코스(GR), 하루만에 마칠 수 있는 비교적 짧은 산책 코스(PR)로 구분된다.FFRP가 지금까지 개발해 토포 가이드와 함께 제안하고 있는 프랑스내 랑도네 코스의 총연장은 18만㎞나 된다. GR 가운데 유명한 코스는 중세의 수도자들이 걸었던 길을 답사하는 ‘생자크 코스’, 몽블랑 주위를 도는 ‘투르 뒤 몽블랑’, 네덜란드 남부에서 시작해 프랑스 남부까지 알프스 산맥 전체를 여행할 수 있는 ‘GR5’ 등이 있다. 코르시카 섬을 남북으로 종주하는 GR20은 고난도의 기술과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코스로 상급자들에게 인기다. PR는 도시 외곽의 숲과 언덕, 국・공립 공원 등 비교적 도시에서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돼 있다. 약 10〜20㎞의 코스다. 퐁텐블로 숲은 방대한 넓이와 생태계의 다양함 때문에 자연탐사를 주제로 한 랑도네 마니아들에게 인기다.2만 5000㏊에 이르는 방대한 이 숲은 다양한 지질이 뒤섞인 데다 나폴레옹 3세 때인 1853년부터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탓에 약 150년간 각종 동・식물과 곤충들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식하고 있어 천연의 학습장으로 꼽힌다. ●대도시형・유적지형 랑도네도 인기 최근 새로운 시선으로 도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 대도시형 랑도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곳곳에 유적지와 유명 건축물이 즐비한 파리는 특히 각광받는 지역이다. FFRP의 카린 지라르는 “파리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10여년 전부터 개발된 도심형 랑도네는 마르세유, 스트라스부르, 릴, 투르 등 프랑스의 대부분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의 경우 180㎞의 코스가 개발돼 있으며 40여개의 클럽이 활동 중이다. 단순하게 그저 운동을 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행사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특별한 테마를 갖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작가 조르주 상드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3박 4일 코스, 사과주와 칼바도스의 고장을 탐방하는 이틀짜리 코스, 부엉이 생태를 탐사하는 야간 랑도네 등 다양하다. 인기를 반영하듯 각종 이벤트와 행사가 속속 열리고 있다. 오는 4월 1〜3일 파리 포르트드베르사유 전시장에서는 일반 애호가들, 동호임 모임, 각 지역 관광진흥청, 여행사 등이 참가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박람회도 개최된다. 오는 5월 25〜29일 파리에서 유럽 콘퍼런스가 열리고 이어 6월 19〜20일에는 프랑스 전역의 클럽들이 참가하는 제 11회 랑도네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lotus@seoul.co.kr ■ 가이드 리샤르 부르동클|퐁텐블로 함혜리특파원| “튀튀튀 …방울새 소리를 들어 보세요.”“투루루루 틱틱틱틱…이것은 무당새입니다.” 지난 26일 봄이 기지개를 켜는 퐁텐블로 숲으로 자연탐사 랑도네에 나선 그룹을 이끄는 리샤르 부르동클은 ‘걸어다니는 자연생태 도감’이다. 등에는 배낭, 목에는 카메라를 메고 한손에는 지도 등 자료 뭉치, 다른 손에 조류탐사용 망원경을 든 그는 숲속을 걷다가 새소리가 나거나 특이한 풀, 벌레 등을 보는 즉시 멈춰 서서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 준다. 그가 소리만 듣고 구분할 수 있는 새는 250여종. 숲에서 자라는 나무와 풀, 야생화, 곤충, 파충류 등 모르는 게 없다. 늪에 이르러서는 두꺼비를 손으로 잡아서 보여주고 심지어 거머리까지 잡아서 보여준다. 여행가, 자연 사진작가, 집필가, 화가이기도 한 그는 조류보호연대(LPO), 자연보호협회(SNPN), 야생동물보호협회(ASPAS) 등 자연보호 단체의 멤버로 활동하며 시간을 쪼개 자연탐사를 테마로 한 랑도네 가이드를 하고 있다. “자연 생태를 관찰하는 가운데 겸허함과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배운다.”는 그는 최근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린 야생동물도감도 냈다. lotus@seoul.co.kr ■ 파리 랑도네 정보센터|파리 함혜리특파원| 파리 북부의 리케가 14번지의 랑도네 정보센터. 랑도네 애호가들에게 정보의 보고다. 프랑스 랑도네협회(www.ffrp.asso.fr) 본부에서 운영하는 이곳에선 랑도네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코스와 클럽을 무료로 안내하고 지도와 FFRP가 제작한 250여종의 토포 가이드를 판매한다. 지도 및 나침반 읽기 등 안전한 랑도네를 위한 교육도 실시한다. 코르시카 지방을 여행하려는 사람, 고향인 오베르뉴 지방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싶은 사람, 알프스로 장거리 트레킹을 떠나는 사람 등 목적지도 다양하다. 파트릭은 28일 가족과 함께 피레네 지방으로 일주일 정도 랑도네를 떠나기에 앞서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곳에선 직원 외에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방문객들을 맞아주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접수된 각종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자원봉사자 로제 페리에는 “최근 낙타 3마리와 함께 모로코에서 파리까지 여행을 할 계획인 모로코의 한 모험가에게 어떤 코스를 선택해서 남부의 항구 세트(Sete)에서 파리까지 올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페리에가 제안한 세트〜파리 코스의 길이는 1228㎞. 15년째 FFRP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페리에는 “랑도네는 자연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신체를 단련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체력, 코스 및 기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랑도네에 나설 때에는 ▲휴대폰을 지참할 것 ▲주위에 자신의 코스와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둘 것 ▲지도를 수시로 보며 위치를 확인할 것 등을 조언했다. lotus@seoul.co.kr [저작권자 (c) 서울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