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극적 상봉에 성공한 두 형제. 그러나 30분 만에 치매에 걸린 엄마 승자(김영애)를 잃어버렸다! 듣자마자 멘탈 붕괴를 유발하는 사연의 주인공은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의 두 형제 박상연(조진웅)과 하연(김성균)이다. 충무로의 흥행 필요충분조건인 이들이 극과 극의 형제로 분하고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기막힌 설정으로 관객들을 따뜻한 웃음과 감동으로 안내한다.
어린 시절 잠시 맡겨졌던 ‘사랑 받는 자’란 뜻의 여수룬고아원에서 형 상연만 미국으로 입양돼 생이별을 겪어야 했던 상연과 하연 형제는 오랜 이별 뒤, 사람을 찾아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재회한다. 긴 시간 다르게 살아온 환경 탓에 너무도 다른 사람이 된 상연과 하연 형제는 엄마를 찾아 머나먼 여정을 함께 하며 2차 시련을 겪는다. 사투리를 쓰던 형 상연은 반듯한 서울 말씨는 물론 영어가 편한 미국 한인교회 목사가 되었고, 동생 하연은 형보다 늙어 보이는 노안에 경상도 사투리로 욱하는 박수무당이 되었다. 굿당에 차린 밥상 앞에서 형 상연은 식사기도를 외우고, 동생 하연은 엄마를 찾다 말고 지인인 맥아더장군 도사의 부탁으로 굿까지 한 판 벌인다. 이 와중에 홍길동보다 더 신출귀몰한 엄마는 서울 방송국을 떠나 천안, 대전, 여수에 이르기까지 해맑은 얼굴로 전국을 돌며 가는 곳마다 부의금 봉투에 든 돈을 돌리며 사고를 친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던가? 미국과 한국, 목사와 무당, 영어와 경상도 사투리, 모든 것이 180도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방송국에서 종적을 감춰버린 엄마와 그 뒤를 쫓아 전국을 헤매는 여정 속에서 피어오르는 끈끈한 형제애는 유쾌함을 뛰어넘어 따뜻함까지 전한다. 독특한 소재를 영화로 완성한 장진 감독은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보다 보면 어느새 진한 가족애가 느껴질 것이다. 유치하지 않은 방법으로 가슴 속에 뭉클함을 전달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요즘처럼 인정이 메말라가고 삭막한 때에 잊고 있던 형제애를 되찾게 되는 상연, 하연 형제의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은 내 형제, 내 가족을 떠올리게 만들며 올 가을 전국 극장가를 훈훈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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