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부기와 흰배뜸부기가
파주 갈현리 들녘에 있단다
만나기 힘들고 보기 어려운 새인데
두 종류의 뜸부기가 살고 있는 들판
갈 때마다 만난다는 기약은 없지만
오늘은 그 모습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논두렁길을 헤맨다
우리나라 논을 찾아오는 여름새.
수컷이 울 때 '뜸북뜸북 뜸뜸 뜸'
하는 소리를 낸다고 뜸부기
이름만 들어도 고향생각이 나고
그 이름 속에 아련한 그리움이 떠오르고
초등학교 시절
풍금반주로 부르던 "오빠생각"
하나 잊어버리지 않고 또렷이 불러진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겁이 많은 성격으로
모심기 한 논 벼 이랑 사이나
숲 속에 몸을 숨기고 사는
은둔의 새 뜸부기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독성이 강한 농약 사용이 많아지면서
논에 서식하는 먹잇감 생물이 줄어들자
뜸부기도 우리 논에서 사라져 갔다
그런데다 뜸부기가 몸에 좋다는 속설과
그릇된 보신 문화로 둥지채로 사람들에게
수난을 당하기도 했으니.......
이제는 멸종위기야생동물로 분류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자연다큐 프로그램에서 서산 해미면
어르신 한분이 말씀하시기를
논에 피를 뽑다가
뜸부기 둥지를 발견해 없애면
화가 난 뜸부기가 벼를 뿌려 뜨리며
화풀이를 하더라는 일화도 들려주신다
그렇게 수난당하던 뜸부기들
힘들게 짝짓기 성공해
알을 품으면 훔쳐가고
잡으려 하는 사람이 얼마나 미웠을까?
우리나라 대표적인 여름철새 뜸부기
지금도 만나기도 보기도 쉽지가 않다
그런 귀한 철새가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어
여름 뙤약볕 논두렁 길을 수없이 헤맨다
뜸부기는 잠깐의 스침이지만
흰배뜸부기 부부 사랑은 볼 기회가 많았다
열대지방 새로 우리나라를 스쳐가는
나그네 새이던 흰배뜸부기가
발견되는 횟수가 늘고
번식까지 하고 있다고 하니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한 단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새들도 이젠 특정지역에서 벗어나
점점 글로벌화되는 새도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 논에서 사라졌던
메뚜기가 뛰어 날고
방아 찢기 놀이하던 홍글레가 뛰어다닌다
그리고 논에 물벌레와 미꾸라지가 헤엄친다
이렇게 차츰 친 자연환경이 되어가니
뜸부기도 흰배뜸부기도 찾아온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 웅소성리 마을에서는
마을 하수관 공사도중 논두렁에서
뜸부기 둥지를 발견
주민회의를 열어 뜸부기 보호를 결정하고
뜸부기가 부화하여 이소 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여 무사히 뜸부기가
새끼를 키우도록 보호했다는 실화도 있다
어쩜 우리가 그들의 생활 터전을 훼손해서
그들에 아픔을 주었기에
이제 그들의 생존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마음 아름답다
파주 공릉천 들녘 뜨거운
한 여름의 햇살아래 휴일이면
새를 탐조하는 중학생들 여러명 보인다
학생들의 자연사랑과 애조하는 모습
참으로 예쁘고 대견하다
새 둥지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
공사를 중단했다는 이야기와
어린 학생들이 새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과 함께 자연 속에 살아가는
초록빛 세상이 더욱 싱그럽게 느껴진다
내년에는
우리 논에서 수컷 뜸부기 짝을 부르는
"뜸북뜸북 뜸뜸 뜸"
소리 더 많이 들려오기를...
여름 뜨거운 햇살에 피부가 타고
더위를 먹었나? 며칠 몸살을 앓다가
늦었지만 이제 정신을 차리고
뜸부기를 노래해 본다
그리고
내일은 또 논두렁 길을 걸으리라
너를 찾아....
2023.9.4
배규택
#뜸부기 #흰배뜸부기 #오빠생각
뜸부기 수컷 ↓
흰배뜸부기 짝쿵 ↓
위 사진 중 일부는 포토샵베타 인공지능 기능을 이용해 보정했습니다
첫댓글 자연과 더불어 새를 찾아 나서는 후배님의
귀한 뜸북이의 사랑과 오빠생각 노래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네요
잔잔한 노래가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