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강 경 3
17. 마침내 무아가 됨
이 때에,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이 아뇩
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냈으면, 어떻게 마땅히 살아야 할 것이며, 어떻게 그 마음
을 항복받아야 하오리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선남자 선여인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하는 자는 반드시 이와 같은 마음을 낼 지어다. ‘나는 일
체중생을 멸도 한다 하였으나 일체중생을 다 멸도하고 보니 실로 멸도를 한 중생이
아무도 없었다’라고. 어째서 그러한가?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아상이나 인상이나
중생상이나 수자상이 있으면 곧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까닭이 무엇이뇨?
수보리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한다고 하는 법이 실로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여래가 연등부처님의 곳에서 아뇩다라삼먁
삼보리를 얻을 만한 법이 있었느냐? 있지 아니하였느냐?” “있지 아니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의 뜻을 이해하기로는, 부처님께서 연등부
처님의 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만한 법이 따로 있지 아니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다! 그렇다! 수보리야!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고 하는 그런 법
이 도무지 있지 아니한것이다. 수보리야! 만약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고 하는 그런 법이 있다고 한다면, 연등부처님께서 나에게 수기를 내리시면서, 너는
내세에 반드시 석가모니라 이름하는 훌륭한 부처가 되리라고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진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고 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연등부처님께서 나
에게 수기를 내리시면서, 너는 내세에 반드시 석가모니라 이름하는 훌륭한 부처가
되리라고, 이런 귀한 말씀을 해주신 것이다. 어째서 그러한가? 여래라고 하는 것은
모든 법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뿐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있어,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말한다면, 수보리야! 실로 깨달은 자가 아뇩
다라삼먁삼보리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 그러한 법이 있지 아니한 것이다.
수보리야! 여래가 깨달은 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바로 그 속에는 진실도 없고 거짓
도 없나니, 그러하므로 여래는 설하기를, 일체의 법이 모두 부처님 법일 뿐이라 한
것이다. 수보리야! 내가 말한 바 일체의 법이라 하는 것도 곧 일체의 법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체의 법이라 이름할 수 있는 것이다.” “수보리야! 비유컨대 사람의 몸
이 장대한 것과도 같다.” 수보리가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사람의 몸이
장대하다고 말씀하신 것은 곧, 그 장대한 몸이 장대한 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로소 장대한 몸이라 이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수보리야! 보살 또한 이와 같다. 보살이 만약 ‘나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중생을
멸도하리라’하고, 이와 같은 말을 지었다 하면 그를 보살이라 이름할 수 없느니라.
어째서 그러한가? 수보리야! 진실로 이름하여 보살이라 할 수 있는 법이 있지 아니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처는 말하느니라. 일체의 법이 아도 없고, 인도 없고,
중생도 없고, 수자도 없다라고.”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나는 반드시 불토를 장
엄케 하리라고 이런 말을 짓는다면, 그를 보살이라 이름할 수 없느니라. 어째서 그
러한가? 여래가 불토를 장엄케 한다고 말한 것은 즉 장엄케 함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장엄케 한다고 이름할 수 있는 것이다.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무
아의 법에 통달하면, 여래는 비로소 그를 참으로 보살이라 이름할 수 있다 설하느니
라.”
18. 한몸이 되어 한가지로 봄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여래는 육안이 있느뇨? 없느뇨?”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육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여래는
천안이 있느뇨? 없느뇨?”"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천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여래는 혜안이 있느뇨? 없느뇨?”“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혜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여래는
법안이 있느뇨? 없느뇨?”“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법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여래는 불안이 있느뇨? 없느뇨?”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불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저 갠지
스강에 있는 저 모래를 부처가 말한 적이 있느냐? 없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그 모래를 말하신 적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하나의 갠지스강에 있는 모든 모래, 그 만큼의 갠지
스강들이 있고, 이 갠지스강들에 가득찬 모래수만큼의 부처님세계가 있다면, 이는
많다고 하겠느냐? 많지 않다고 하겠느냐?” “너무도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그 많은 부처님 나라에 살고 있는 중생들의 갖
가지 마음을 여래는 다 아느니, 어째서 그러한가? 여래가 설한 갖가지 마음이 모두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로소 마음이라 이름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까닭이 무엇이뇨? 수보리야!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19. 법계를 통하여 교화함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차는 칠보로
써 보시한다면, 이 사람이 이 인연으로 얻는 복이 많다 하겠느냐? 많지 않다 하겠느
냐?”“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이사람이 이 인연으로 얻는 복은 정말 많습니다.”
“수보리야! 만약 복덕이라고 하는 실제 모습이 있다고 한다면, 여래는 결코 복덕을
얻음이 많다고 설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복덕이 없는 까닭에 여래는 복덕을 얻음
이 많다고 설한 것이다.”
20. 색과 상을 여의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부처가 색신을 구족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색신을 구족하신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됍니다.
어째서 그러하오니이까? 여래께서는 ‘색신을 구족했다하는 것은 곧 색신을 구족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로소 색신을 구족했다고 이름할
수 있는 것이오이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여래가 뭇 상을 구족한 것으
로 볼 수 있겠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뭇 상을 구족하신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됩니다. 어째서 그러하오니이까? 여래께서 ‘뭇 상이 구족되었다 하는
것은 곧 구족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하셨기 때문이오이다. 그래서 비로소 뭇 상이
구족되었다고 이름할 수 있는 것이오이다.”
21. 설하되 설한 바가 없다
“수보리야! 너는 여래가 ‘나는 마땅히 설할 법을 가지고 있노라’고, 이 같은 생
각을 지었다고 말하지 말라. 이 같은 생각을 지어서는 아니된다. 어째서 그러한가?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가 설할 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는 곧 부처를 비방하
는 자라. 내가 설한 바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라. 수보리야! 법을 설한다 해도, 설
할 법이 아무것도 없나니, 그래서 비로소 법을 설한다 이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에, 혜명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퍽이나 많은 중
생들이 미래의 세상에서 이 법이 설하여지는 것을 듣고 믿는 마음을 내겠습니까?
아니 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수보리야! 그들을 중생이라 해서도
아니되고 중생이 아니라 해서도 아니된다. 어째서 그러한가? 수보리야! 중생, 중생
이라 하는 것은 곧 중생이 중생이 아님을 여래가 설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로소 중
생이라 이름할 수 있는 것이다.”
22. 법은 얻을 것이 없음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를 얻었다 하심은 곧 얻음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오니이까?” “그렇다! 그렇다! 수
보리야!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음에, 조그만큼의 법이라도 얻을 바가 있지
아니함에 이르렀음으로 비로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이름할 수 있는 것이다.”
23. 깨끗한 마음으로 선을 행함
“이제 다음으로 수보리야!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있지 아니하니, 그래서
이를 이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한 것이다. 아도 없고, 인도 없고, 중생도 없
고, 수자도 없는 것으로써 일체의 선한 법을 닦으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
리라. 수보리야! 이른바 선한 법이라 하는 것은 선한 법이 아니라고 여래가 설하였
으니 이를 이름하여 선한 법이라 한 것이다.”
24. 복덕과 지혜는 비교가 안됨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수미산들만큼 쌓인 칠보더
미를 가져다가 보시를 한다해도, 또 어떤 이가 있어 반야바라밀경 내지 그 사구게
하나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 타인에게 설한다면, 앞의 칠보복덕은 이에 백분의 일
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백천만억분의 일 내지 어떠한 숫자의 비유로도 이에 미
치지 못하리라.”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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