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활협동조합이란>
우리사회에서 의료는 가장 낙후된 분야의 하나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의료 개혁이라는 요란한 구호가 난무하지만, 실제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병원만큼 이용하기 불편한 곳도 없다. 첨단 의학기술의 발전이 요란하게 선전되는 시대이면서도, 실제로 서민들은 결핵과 간염과 같은 쉽게 예방될 수 있는 질병의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제 21세기 의료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는 환자중심의 사고로 기존의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요구 앞에 우리는 서 있다. 치료중심의 거대한 병원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인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또 공동체를 회복하게 함으로서 질병발생 이전에 병 발생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의료의 발전 방향도 현재의 예방의학과 치료의학을 결합한 예방임상의학의 방향으로 더욱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민들과 의료인이 함께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나아가는 대중의료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활동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의료생활협동조합운동이다.
의료생협이란 지역사회의 지역주민들이 그들의 건강, 의료와 관련하는 생활상의 문제를 다루고자 조직된 주민의 자발적인 협동조직이다. 의료생협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임원들과 직원, 의사를 비롯한 의료전문가들과 협동하여 의료기관을 설립 운영하고,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노인 등 건강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등 건강, 의료에 관련한 여러 현안들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의료생협은 지역주민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지역주민들에게서 질병이 생기기 이전에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예방보건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이 주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모임(반)을 구성하고, 의료기관등을 민주적으로 운영하여 지역사회 민주적인 지역주민조직의 모태가 되고 있다.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의료생협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의료생협 수가 136개이고 참여하는 조합원이 170만이나 되는 잘 알려진 협동조합 조직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의료생협운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최초의 민간의료보험조합운동으로 잘 알려진 청십자운동은 1975년 부산지역 교회와 지역주민, 장기려 박사를 위시로한 의료인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들은 의료보험실시전 지역주민들의 과중한 의료비부담을 덜기 위하여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민간의료보험조합을 결성하였으며, 조합 직영병원으로 청십자병원을 두었다. 청십자병원은 영세 지역주민들을 위한 후생복지를 비롯한 건강관리 진료및 무료도서실 탁아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청십자병원이 민간의료보험조합 직영병원이라는 의료보험실시전의 과도기적 형태인 반면, 본래 의미의 최초 의료생활협동조합은 94년에 설립된 안성의료생협이다. 안성농민의원의 모체는 1987년부터 안성군 고삼면 가유리에서 활동한 주말진료소이다. 연대의대 기독학생회 농촌활동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주말진료활동은 7년간의 지역의료활동이 그 밑거름이 되어 안성의료생협 설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안성의료생협은 의료인과 농민이 함께 협력하여 병원을 설립하고 지역보건의료활동을 전개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안성의료생협이 농촌모델이라면 ,1996년 11월 설립된 인천 평화의료생협은 도시에서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형의 의료생활협동조합이다. 평화의원에서의 지역활동이 기반이 되어 여기에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면서 의료생협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보건예방학교, 체조교실, 가정간호활동등 도시지역주민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여러 보건활동으로 지역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의료생활협동조합 추진배경과 필요성
우리사회가 지방 자치시대를 맞이했다고는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스스로생활문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거나 또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생활 정치가 정착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지역의 복지 수준은 낮아 노인들, 장애인들의 생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일이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게 되는 일차의료는 낙후되어 지역주민들이 사소한 질병을 가지고도 종합병원을 가야하는 불편을 겪어야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 건강의 문제가 단순히 영양부족이라든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병원을 이용하지 못했던 것에 기인된 것에 비하여, 오늘의 건강 문제는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여러 유해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노령 인구의 증가에 따라 질병 예방과 예방체계의 구축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하게 되었다. 이러한 지역내 생활환경의 변화와 보건, 예방체계 구축의 문제가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고 그러한 지원과 지역주민 스스로가 보건, 예방체계를 의료인과 함께 구축하고 지역환경을 개선할 때만이 가장 적절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건 예방 체계를 주민 스스로가 지역주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주민 조직(마을 공동체)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21세기의 지역의료란 과거처럼 단순히 치료위주의 기능으로부터 보건, 예방 및 전반적인 마을 건강을 위하여 의료인과 지역주민이 연대하여 건강한 마을을 위한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고 보며 이를 위하여 공동체적 생활방식의 생활협동조합과 의료라는 전문적 제도를 결합한 [의료생활협동조합]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21세기에는 우리나라도 노인인구가 크게 늘어나 노인들의 의료비 증가가 크게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와 가정의료를 통해서 사전에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의료체계를 갖추는 일이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며 생활의 질을 향상 시키기위해 지역사회에서 노인, 장애인들을 포함한 지역주민들의 사회 복지 대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한 과제이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도 뚜렷한 전망과 대책을 아직 세우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이에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연대하여 의료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지역의 보건과 예방체계를 구축하고 건강한 마을을 만들고자 자발적으로 형성된 운동이 의료생활협동조합운동이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의 환자권리장전>
의료생협의 {환자권리장전}은 조합원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위해 자신을 규율하는 것이다. 동시에 조합원, 지역주민 모두의 생명을 다같이 아끼고 서로 보살펴 주며 의료에서의 민주주의와 주민 참가를 보장해 주는 의료에 있어서의 인권선언이다.
♣환자의 권리와 책임♣
환자에게는 투병의 주체자로서 아래와 같은 권리와 책임이 있다.
[알권리]
병명, 병상(검사결과를 포함함),병의 진전 예측, 진료계획, 치료와 수술(선택의 자유, 그 내용),약의 이름과 작용, 부작용, 필요한 비용 등에 대해 납득될 때가지 설명을 받을 권리
[자기 결정권]
납득될 때까지 설명을 들은 뒤 의료 종사자가 제안하는 진료 경과 등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개인신상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개인의 비밀이 지켜질 권리 및 사적인 일에 간섭 받지 않을 권리
[배울 권리]
병과 그 요양방법 및 보건, 예방등에 대해 학습할 권리
[진료받을 권리]
언제든지 필요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사람으로서 알맞는 방법으로 받을 권리
의료 보장의 개선을 나라와 자치단체에 요구할 권리
[참가와 협동]
환자 스스로가 의료종사자와 함께 힘을 합쳐 이들 권리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