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나 평일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평일 낮 시간에는 아이도, 아빠도, 엄마도 모두가 바쁜 일과를 보낼 것입니다. 그리고 주말이나 평일 저녁이면 모두가 한 자리에 앉아 밥도 먹고 대화도 나누고 TV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겠지요. 사실 우리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때는 바로 이러한 휴식과 쉼의 순간입니다.
전날 밤 얼마나 달콤한 잠을 푹 잤느냐에 따라 그 다음날의 컨디션이 좌우되는 것처럼, 쉬는 날 얼마나 잘 쉬었느냐에 따라 우리의 몸도 정신도 본래적인 복원력이 회복됩니다. 그런데 요즘에 가만히 살펴보면 쉬는 것이 쉬는 게 아니고, 오히려 휴식한다고 하면서 더 많은 복잡한 망상만 피우는 것은 아닌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쉬는 날에 주로 누워서 빈둥거리거나, 각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거나, TV를 켜고 온 가족이 모두 TV 속에 사로잡혀 있느라 바로 옆에 있는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되는 이런 날들을 보내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올바로 잘 쉰다는 것은 먼저 일하고 공부하느라 온갖 분별 망상과 번뇌, 생각들이 쉴 수 없었던 그 생각의 소용돌이를 잠시 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TV를 보거나, 온갖 망상 속에 잠겨 있게 되면 몸은 누워서 쉴 수 있을지언정 마음은 쉬지 못하고 더욱 복잡해지게 됩니다.
또한 바르게 휴식을 취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자연 속에서 자연의 모든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자연 속에 있는 것입니다. 자연이야말로 본연의 모습 그대로, 아무런 시비 분별 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무위로써 휴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가까이 하면 저절로 우리 마음도 자연을 닮아가며, 저절로 생각이 쉬어지게 됩니다.
도심의 아파트나 빌딩 속에서는 서로 아래윗집에 살아도 인사를 안 나누고, 옆 회사 사람들과는 눈인사조차 하지 않고 지내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산에 가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저절로 오고 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음이 활짝 열려 사람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자연 속에 깃들 때 저절로 우리 마음도 자연을 닮게 되고, 마음이 활짝 열리게 되며, 마음을 쉬게 되기 때문입니다.
쉬는 날에 아이들과 함께 대형 마트에 가거나, 맛있는 뷔페며 맛집을 찾아가거나, 대형 놀이공원이나 물놀이 테마파크 같은 곳에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할 수 있다면 야생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곳에 가서 몸은 조금 힘들지라도, 에어컨은 나오지 않을지라도 자연의 품 속에 깃들었다가 나오게 된다면 우리의 영혼이 근원의 자연성품을 맞이하게 되고, 참된 휴식을 취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쉬는 날에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잠깐씩 짬을 내어 자연의 성품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침 출근하려고 아파트 현관을 나설 때,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하늘과 멀리 있는 산과, 부딪치는 아침 공기와 내리쬐는 햇살을 잠시 느껴볼 수도 있습니다. 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잠깐 아주 잠깐이라도 생경한 눈으로 바라보고 잠시 느껴보게 된다면, 햇살 하나에서도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바람을 느끼는 가운데 평화를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 고개를 들어 하늘의 구름을 바라볼 수도 있고, 화단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에 따뜻한 눈길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야근을 할 때는 밤 하늘에 떠 있는 달이며 별들을 바라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기쁨입니다.
저는 대도시에 살 때, 때때로 답답한 일들이 생기더라도 잠시 멀리 있는 산이나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제 가슴이 활짝 열리고, 무언가 모를 따뜻함과 생기를 되찾았던 소중한 기억들이 있습니다.
봄이면 꽃이 피는 것을 바라볼 수 있고, 여름에는 초록의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혼이 춤을 춥니다. 가을이면 단풍잎이 떨어지는 그 춤사위를 볼 때 내 안에 쨍 하는 무언가가 솟구치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연을 깊이 바라보고, 느끼고, 함께 있게 되면 저절로 생각과 번뇌는 줄어들고, 영혼이 휴식을 취하며, 선물처럼 영감과 직관력도 생겨나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삶이라는 매 순간의 선물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삶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고,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것입니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