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재를 바르면서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 나오는 것 같이 추운 겨울이 지났습니다.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데 봄과 함께 사순절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금년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 혹은 ‘성회 수요일’이라고도 하는 3월 5일부터 ‘세족 목요일’인 4월 17일까지입니다. 카톨릭교회에서는 ‘재의 수요일’이 되면 미사를 드리면서 신자들의 머리나 이마에 나뭇가지를 태운 재를 사제들이 발라줍니다. 그러면서 말씀을 들려줍니다. “흙에서 왔으니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창세기 3장 19절의 말씀인데,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통하여 하나님께로 돌아가신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존재인 것을 깊이 묵상하는 계절을 가져야 한다 그런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편지를 읽으시면서 여러분의 이마에 재를 바르는 것처럼 손가락을 짚어보시고 창세기의 말씀을 작은 소리로 읊조려보시지요. 아예 사순절 내내 아침마다 혹은 잠자리에서 해보시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내가 어느 조그만 마을을 지나고 있었는데 아흔 살 먹은 할아버지가 아몬스나무를 심고 있더라고요. ‘할아버지, 아몬스 나무를 심고 계시네요?’라고 내가 물었죠. 그러자 허리가 꼬부라진 할아버지가 나를 보면서 말했죠. ‘얘야, 나는 내가 죽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단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죠. ‘저는요,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면서 행동하죠’” 누구의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 여러분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이마에 재를 바르면서 한번 들어보시라고 한 곡 소개합니다. 영어 노래인데 아마 들어보시면 ‘멜로디가 귀에 익는데’라고 하실 분 계시겠지요. ‘Dust in the wind(더스트 인 더 윈드)’라는 노래인데 ‘바람 속의 먼지처럼’ 이렇게 번역합니다. “잠시 눈을 감으면 그 순간은 영원히 지나가버리죠/ 내 모든 꿈들이 호기심 가득찬 내 눈 앞으로 스쳐 지나가고/ 바람 속의 먼지처럼 그 모든 꿈들이 바람 속의 먼지에 불과하죠 /똑같이 오래된 노래도 망망대해에 그저 한 방울 물일 뿐이죠/ 우리 하는 모든 일들이 우리가 보기 싫어도/ 흙으로 부서져 땅에 떨어져도/ 바람 속의 먼지처럼 이제 집착하지 마세요/ 땅과 하늘 이 외에 영원한 것은 없어요/ 모든 것은 사라져 버리죠/ 당신의 전 재산을 주어도 단 1분도 살 수 없어요/ 바람 속의 먼지처럼/ 우리 모두는 바람 속의 먼지에 불과해요”(미국의 록밴드 ‘캔자스’가 1977년 발표한 곡)
* 창세기에서 ‘흙’의 원래 뜻은 ‘먼지’이다.
첫댓글 나의 죽음은 나와 항상 동행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이문재시인의 오래된 기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