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티븐 킹(Stephen King)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의 창작론(On Writing: A Memoir of the Craft)> (2000)
이 책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모든 글쓰기 수업에 알맞을 뿐더러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읽어야 한다.
많은 작가들이 어렸을 때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거나 그의 소설에 기초한 영화를 보고서 처음으로 스토리텔링의 힘을, 다른 사람들이 궁금증, 공포, 예감을 느끼게 만드는 상상력의 힘을 알게 되었다. 킹은 열정이 넘치는 이 길지 않은 책에서 자신이 엄청난 경력을 쌓아오는 과정에서 알게 된 스토리텔링 기법을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이 책은 윌리엄 스트렁크 주니어와 엘윈 브룩스 화이트의 고전인 <문체의 요소들(The Elements of Style)>, [여러 가지 제목의 한국어판이 나와 있다.]만큼 유용하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영감을 주면서 재미있다. 상식적인 글쓰기 규칙을 “두려움과 애정을 버리고 불필요한 부사와 허세 부리는 단어는 빼라”는 식으로 간단히 서술하고 있다. 또 “적절한 말”(le mot juste)에 대해 고민하고 좋은 아이디어나 완벽한 반전을 떠올리려 고군분투하는 초보 작가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조언을 해준다.
킹의 말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 킹이 보기에, 작가의 일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게 아니라 "그런 아이디어가 나타났을 때 알아보는 것”이다. 때로 이는 “만약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흥미로운 전제를 떠올리게 하는 신문기사를 포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때로는 킹의 첫 번째 인기 소설인 <캐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십대라는 주제에 염력을 더한 것처럼, 예전에는 서로 무관했던 두 가지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플롯의 한 시점 한 시점보다는 상황이 중요하다. 킹은 자신의 많은 책에서 “인물(한 쌍일 수도 있고 한 명일 수도 있다)을 어떤 종류의 곤경에 처하게 한 다음 그들이 자유로이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싶었다고 쓰고 있다.
* “영감을 줄 뮤즈를 기다리지 마라.” 그러기보다는 전화와 텔레비전이 없고 문이 달린 글쓰기 공간을 찾아, 매일의 글쓰기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매일 죽치고 있으라고 킹은 말한다. 훈련이 필수이다.
* 가장 중요한 점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규칙적인 독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무엇이 진부하고 무엇이 참신한지, 무엇이 효과가 있고 무엇이 있으나 마나인지 점점 더 잘 알게 한다”고 킹은 말한다.
킹은 하루에 10쪽씩 또는 단어 2천 개씩을 써서 놀랍게도 한 책의 초고를 3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는데, 이런 만만찮은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작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초고를 밀고 나가는 것에 대한 킹의 조언은 마감 시간에 맞춰 일하는 젊은 기자들이 배우는 교훈과 비슷하다. 발품을 팔아 모든 취재를 끝내고 빠르게 글을 쓴 다음 되돌아가 구멍을 메우고 사실을 확인하며 글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교훈 말이다. 일단 소설 초고가 있으면, 그것을 편집하고, 수정하고, 다시 쓰고, 심지어는 분해해서 재조합할 수도 있다.
킹의 습작기 이야기는 윌리엄 스타이런이 <소피의 선택>의 처음 몇 장에서 소설화한 자화상 또는 필립 로스가 <대필 작가(The Ghost Writer)>에서 허구의 또 다른 자아인 네이선 주커먼의 성장을 그린 초상만큼 마음을 사로잡는다. 킹은 모진 베이비시터가 여러 시간 동안 자신을 벽장에 가둬놓은 일을 포함해 자신의 상상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몇몇 사건에 대해 들려주고 글쓰기를 향한 자신의 애정을 기록한다. 이 애정은 여섯 살이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킹은 래빗 트릭 씨라는 이름의 흰 토끼가 이끄는 마법의 동물 무리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썼다. 이 이야기들은 킹의 어머니를 즐겁게 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어 그에게 “엄청난 가능성”의 느낌을 주었다.
1999년 킹은 메인 주의 집 근처 길을 걷다가 승합차에 치이고 말았다. 이 사고로 폐가 결딴나고 갈비뼈가 네 개 부러졌으며 엉덩이뼈가 골절되고 한쪽 아랫다리가 최소 아홉 군데 부러졌다. 엉덩이 통증은 “거의 세상에 종말이 온 듯”했으나 킹은 5주 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이 책을 끝내야 했던 것이다.
어떤 날에는 “글쓰기가 꽤 암울한 고투”였다고 킹은 회상한다. 하지만 몸이 치유되기 시작하고 글쓰기 일과가 다시 자리잡게 되면서, 킹은 “행복에 들뜬 기분, 적절한 단어를 찾아 문장에 넣은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에 타고 이륙하는 것 같았다. 나는 땅에, 지면에, 지상에 있다. (…) 그러다가 위로 올라가 마법의 공기 방석을 타고 달리며 모든 것을 호령한다.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