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成都)와 충칭(重慶)
신강성 위구르자치주(新疆省維吾尔自治州)에서의‘실크로드 기행’을 마친 후 함께 패키지로 왔던 팀은 서울로 보내고 홀로 훌쩍 쓰촨성(四川省)의 청두(成都)로 날아와 개인 배낭여행을 시작하였다. 비행시간은 3시간이 걸린다.
원래는 칭하이성 장족자치주(靑海省藏族自治州)의 커얼무(格尔木)로 가서 칭창(靑藏)열차를 타고 라싸(拉薩)로 들어가 4박 5일 정도 티베트 여행을 한 후 중국 남부(南部) 운남성(雲南省)과 귀주성(貴州省)을 자유여행으로 돌아볼 예정이었으나 열차표, 여행허가, 폭우로 인한 도로 붕괴 등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 쓰촨성(四川省)에서 여행을 시작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티베트 여행은 별도로 중국의 여행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쓰촨성(四川省)은 양쯔강(揚子江), 민강(岷江), 퉈강(沱江), 자링강(嘉陵江) 4대 강이 성내를 흐른다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쓰촨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는 춘추전국시대 익주(益州)로 불렸던 곳으로 촉한(蜀漢)의 도읍지였던 곳이고, 쓰촨성 최대 도시인 충칭(重慶)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중국 국민당의 임시수도였으며 우리나라 상해(上海) 임시정부도 이곳으로 옮겨오기도 했던 역사의 도시이다.
청두(成都) 공항에 내리니 새벽 4시 반, 택시를 타고 버스(汽車)터미널로 이동했다. 시간이 너무 일러 문이 잠긴 버스터미널 벽에 기대 앉아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훤하게 날이 밝아오니 제일 먼저 손수레에 간단한 요기꺼리를 챙겨 실은 장사꾼이 먼저 나타난다. 나비처럼 생긴 만두 한 접시를 5元(100원)에 사먹고 여행사를 찾아갔다. 꼭 보고 싶었던 곳은 낙산대불(樂山大佛)과 아미산(峨嵋山), 그리고 구채구(九寨溝)인데 날씨가 좋지 않고 설사가 난다. 더구나 구채구는 산사태가 나서 도로가 붕괴되어 못 간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석불인 낙산대불(樂山大佛) / 낙산 입구의 아름다운 와불상
명심보감에 時來風送藤王閣 運退雷轟薦福碑 라는 구절이 있는데
‘江西省 신진현에 있는 등왕각의 천복비는 당나라 명필인 구양순이 비문을 쓴 명문장이라 꼭 한번 가서 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마침 보러 갈 기회가 있어 순풍을 만나 등왕각에는 쉽게 도착했지만 바로 전날 벼락이 내려쳐 천복비가 깨어져 볼 수 없었다.’는 내용인데 지금의 내 형편이 꼭 그렇다.
가는 빗줄기를 무릅쓰고 약 2시간 거리의 낙산(樂山)으로 향하였다. 버스비 60元, 입장료 160元이다.
청두(成都)는 민강(岷江), 청의강(靑衣江), 대도하(大渡河)의 세 강이 합류하는 곳에 세워진 도시인데 민강을 마주하고 우뚝 솟은 낙산(樂山)은 경관이 뛰어나고 강가의 깎아지른 절벽을 파내어 조성한 낙산대불은 앉아있는 모습의 좌불상(座佛像)으로 그 높이가 71m, 머리 높이만 14.7m로 세계에서 제일 크다고 한다.
당나라 때(8세기) 90년에 걸쳐 조성되었다는 이 대불은 머리 오른쪽에서부터 아슬아슬한 절벽 통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볼 수 있는데 아래에서 쳐다보면 정말 어마어마하다.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보면 전체를 볼 수 있는데 아래서 쳐다보면 발톱까지가 내 키보다 높다.
이곳에는 이 낙산대불 외에도 대불사(大佛寺), 오룡사(烏龍寺), 능운사 (凌雲寺), 연심사(蓮心寺) 등 사찰도 많고, 또 절벽 곳곳에 석굴을 만들어 부처와 보살을 모신 곳도 많아서 볼거리가 제법 있다. 또 산 정상에는 촉중명루(蜀中名樓)라는 동파루(東坡樓)도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민강(岷江)을 굽어보고 있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유비(劉備)가 세운 촉한(蜀漢)의 도읍이었던 옛 자취가 곳곳에서 보인다.
비가 조금씩 계속내리고 속도 계속 좋지 않아 아미(峨嵋)산 관광을 포기하고 청두(成都) 시내로 되돌아 와서 서둘러 호텔(漢都大酒店-Economic standard room)에 짐을 풀고 지친 몸을 누였다. 호텔 1박에 188元이니 한화로 대충 3만 4천 원 정도이다. 계속 배가 아프고 설사는 심하지 않은데 꼭 먹물 같은 검은 변이 나온다.



낙산의 연심사 / 청두 남산의 황금독수리상(南山大金鷹) / 청두역 앞에서 간단한 아침식사
약방에 가서 영어, 일본어, 한국어.. 약사가 모조리 머리를 흔든다. 할 수 없이 필담으로‘복통(腹痛), 설사(泄瀉), 흑변(黑便)이라 쓰고 오만상을 찡그렸더니 두 가지 알약을 주는데 48元 8角(약 9천 원)으로 꽤 비싸다. 약을 먹고 자고 났더니 신통하게도 변도 제 색깔이 나오고 말끔히 나았다. 청두(成都)에서 좀 더 관광을 하고 싶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결국 다음날 충칭(重慶)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쾌속(快速) 일등석이 117元(2만 천 원)이고 2시간 걸린다.
충칭(重慶)은 중국 남서부의 경제, 문화의 중심인 대도시로 양쯔강(揚子江)과 자링강(嘉陵江)의 합류지점에 있으며 인구는 약 400만 정도라고 한다.
오후 2시 경 중칭(重慶)에 도착하여 호텔(漫陽商務酒店)에 짐을 내려놓고 프런트 아가씨에게 시내관광을 안내해 달랬더니 남산 대 독수리상(南山大金鷹), 조천문대교(朝天門大橋), 양인가(洋人街)를 보라고 한다. 부슬거리는 비를 맞으며 택시를 잡아타고 조천문대교를 먼저 보고 남산 독수리상을 보러갔다.
남산은 두 강의 합류지점이 내려다보이는 낮으막한 산인데 공원으로 잘 꾸며져 있다. 산 정상의 독수리상을 보러 가느라 진땀을 흘리고 계단을 올랐는데 날씨 탓인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마어마하게 큰 황금빛 독수리상이 볼만 했고 내부로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독수리 어깨까지 오를 수 있다는데 택시를 대기시켜 놓아 사진 몇 장만 찍고 서둘러 내려와서 양인가(洋人街)를 보러 갔는데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놀이공원인데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첫댓글 배낭여행 많은 고생을 ..
고생만큼 읽을 꺼리 주심에 감사..
낙산대불 정말 세계최대 답네요
와불상도 아름답고 ..
춘추 전국시대 하니. 지난 날 생각나.. (저의 사연 비밀 ㅎㅎㅎ)
오늘도 공짜 여행.....
잘 일고 갑니다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