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1984>
2023년 5월 11일 목요일 민음사고전
참석자 (6명) : 가랑비, 해피데이, 시카, 단비, 바다맘, 애몽
당신을 사랑합니다.
한 사람과 자주 눈이 마주치며 그 사람이 내 주위를 맴돌던 어느 날, 그 사람이 쪽지를 전해주었을 때 자연스레 우리는 어떤 호감이나 관심을 표현한다고 여기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쪽지를 전해준 사람을 주인공 윈스턴과 함께 의심하고 있었지요. 150여 페이지를 읽는 동안 전 이 소설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쪽지 속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깔끔한 한 줄은 제가 조지 오웰이 대단한 작가라고 여기게 된 문장입니다. 공포로 가득 찬 이 소설에서 저조차도 사랑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세뇌가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이 되게 하는 일을 가장 하고 싶었다고 하는 조지 오웰, 워낙 유명해서 사회비판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일거라고 짐작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의 도입부에서는 사방이 감시로 둘러쌓인 세상에서 윈스턴이 숨어서 일기를 씁니다. “일기는 삶에 대한 애정이다”, “희망 없이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다”라는 예능<알쓸신잡>에서 나온 말들을 떠올려보면 자유로운 미래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희망으로 가득 찬 예술적인 시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생활은 분명 가치있습니다.
<소감 & 인상적인 인물>
-가랑비 : 일기를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자유에 감사하고 일기쓰기의 행복을 만끽해야겠다. 비밀경찰(?)이었던 채링턴의 이야기가 좀 더 나왔으면 좋았겠다.
-해피데이 : 옛날에 읽었던 기억으로 참석함
-시카 : 판타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만의 세계관을 만들어낸 <동물농장>, <1984>를 좋아한다. <1984>는 사회비판과 사랑, 인간적인 면까지 골고루 들어있는 책이다.
파슨스네는 비록 감시하는 가족이지만 이 책속에 등장하는 유일한 가족이다. 나는 광신도처럼 살고싶다. 무언가에 빠져 판단하지 않고 뇌를 비우고 살고 싶어서인지 딸에게 고발당한 아빠인 파슨스가 딸을 전혀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단비 : 당의 안정을 위해 무조건 헌신하고 충성하는 사람들, 소설속의 그 일반적인 사람들, 나라면 저 상황속에서 저 사람들처럼 살게 되겠지 하며 읽게 된다. 마지막 빅브라더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바다맘 : 1부처럼 감시하는 설정이 있는 영화는 그동안 많아서 식상했는데 2부, 3부가 특이하니 좋았다. 몰입감이 있지만 갑작스런 반전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소설에 등장하는 “그 책”이 집중되어 읽어졌다. 다소 불편하고 시끄러울지라도 사회정의에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
<질문들>
1. 왜 줄리아는 윈스턴을 사랑하게 됐을까? 갑자기 어쩌다? 어떻게?
- 사랑이 허용되지 않는 이 체제속에서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필요했을까? 기존의 단어들을 소멸시키며 신어를 만들어 내는 이 체제속에서 “사랑”이란 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과 뜻이 다른 것은 아닐까, 우리가 소설을 착각한 채로 읽은 것이 아닐까
2. <1984>에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기사나 통계의 조작과 날조, 과거 수정, 쾌락 및 감각의 둔화, 사상경찰, 감시, 텔레스크린, 마이크로폰, 빅브라더, 2분간 증오, 신어편찬, 슬로건, 포스터, 책의 소멸, 건출물의 변조, 그림의 수정, 결혼과 출산의 방식, 트라우마를 이용한 고문 방법, 한 순간의 증발 등 다양한 설정이 등장한다. 이 중에서 가장 무섭거나, 고통스러운 설정은 어떤 것인가
- 방 안에까지 설치된 텔레스크린과 마이크로폰
- 가족 감시자
- 정보를 수정하는 윈스턴의 직업
- 사카린, 거무튀튀한 싸구려 빵, 승리커피, 스프 등 미각을 퇴화시키는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은신처에서 맛보는 향긋한 흰 빵과 우유, 설탕, 쨈, 커피와 홍차, 금지되었던 화장을 하고 향수를 뿌리며 자유로운 성욕을 분출한다. 인간의 오감을 비롯해 모든 감각과 욕구를 차단함으로 정신마저 통제하는 이 체제의 디테일함이 놀랍다.
- 줄리아를 만나면서 건강하게 변화된 윈스턴의 몸, 고문 받기 전과 후의 몸과 생각의 변화들을 보면 육체와 정신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현재 자본주의 사회는 감각이 과잉인 시대가 아닐까, 오히려 감각을 좀 낮추면 더 행복할 수도 있겠다.
- 궁핍하더라도 자유로운 삶을 살고 고민 없는 일상만을 보내며 지내는 소설 속 무산계급 노동자의 삶이 더 행복해 보인다. 굳이 내부당원이 되어야 할까?
- 지금의 시대는 자유가 넘쳐난다.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르는데 지나치게 자유로운 환경속에서 자신의 모든 선택에 책임을 져야하는 삶을 사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과연 괜찮을까?
3. 책을 읽은 사람들 대부분은 <1984>속의 세계가 지금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고 느낀다. 구체적으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설정들, 아직은 등장하지 않은 소설 속 설정들, 이미 경험하고 지나간 설정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 그나마 고문은 이젠 없지 않나
- 일본이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정신을 통제하려 했던 과거
- 전 세계가 도청, 감시, 통계 조작을 행하고 있다. 동맹우방국마저도 도청하는 지금의 시대가 소설과 참 유사하다.
- 블랙박스 덕에 분란 해결이 깔끔해진 도로상황은 그나마 좋은점인듯
- 어린이집, 학교, 수술실 등 일하는 중에도 CCTV를 통해 감시받는 지금의 시대, 그나마 아직은 집안에서의 감시체계는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 알고리즘의 시대, 소설에서는 아직 여기까지는 오지 못했고 우리도 이제 시작단계이다. 앞으로 더 심해질 일만 남았다.
<동물농장>은 혁명 전후의 모습을
<1984>는 혁명이후 안정된 체제를
<멋진신세계>는 과학기술로 변한 미래를
<나는 왜 쓰는가>는 조지 오웰에 대한 더 깊이있는 이해를
"자유로운" 책읽기를 위해 연관된 책들을 추천해보지만 강요하는 느낌은 저만 그런가요ㅎ책을 헛읽었나ㅋ싶네요ㅋ
첫댓글 총무님의 애정어린 모임후기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생생하고 찰떡 같은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