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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긴 가뭄 속에..... 타들어가던 거친 땅에 내린 단비로 인해 대지는 새로이 생명의 숨을 쉬는 듯 촉촉하고 윤기가 난다. 입춘(立春)을 앞두고 있어서인지....마치 초봄을 연상케하는 포근한 날씨다.
아침 8시 30분 부산을 출발......순천까지 약 2시간 10여분 정도 걸려 도착! 승주 나들목으로 빠져 나온 후에 선암사 방면으로 10여분을 가니...선암사 매표소다.
주차비 2,000원 , 입장료 어른 - 1인 1,500원
선암사 올라가는 숲길이 아늑하여 정겨운 도시 순천임을 느끼게 해준다.
하얀 눈구경은 할 수 없었지만...... 산행하기엔 아주 좋은 날씨다.
눈을 들어 멀리 보이는 오늘의 목표점인 조계산 장군봉을 확인해 보았다. 몇 시간 후엔...저 산 정상에서 기념 촬영을 하게 되리라 기대하니....마냥 즐겁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도 소처럼 느린 걸음으로 묵묵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산을 오르는 동안 열심히 보고, 느끼고, 새롭게 얻는 것이 있는 산행이면 족하다.
선암사로 가는 길목에는 보물 제 400호로 지정된 승선교(昇仙橋)가 있었다.
정교한 솜씨로 쌓아 올린 돌다리의 곡선미가 예술적이었고, 계곡물에 비친 다리 그림자와 합쳐져서 마치 둥근 원을 그려 놓은 것 같았고...그 속엔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나뭇가지가 함께 담겨 있어서......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었다.
선암사 경내를 한 바퀴 두루 살펴본 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기점에 서 있는 안내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장군봉을 향해서 행진을 시작하였다.
조계산은 순하고 부드러우며.... 안온한 분위기와 정다움이 느껴지는 산이랄까?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산죽군락지가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올라갔다.
운동 부족탓에 산행 초반에는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아서...적응이 잘 안되기에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한 것을 느낀다.
1차 휴식 시간을 가지며 간식을 먹고, 물을 마시며..... 호흡 조절을 했다.
이제는 끼고 있던 장갑도 벗어 버렸고....겉옷도 훌훌 벗어냈다. 온 몸에 열기가 차오르고 더웠다. 겨울이 멀리 가 버린 것 같은 날씨라서...... 봄을 재촉하는 자연이 뿜어내는 기운을 온 몸으로 받을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8부 능선쯤에 도착! 2차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영남과 호남 일대를 아우르고 있는 산군들을 주욱 둘러보며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강산에 찬사를 보내며..... 마지막 힘을 모았다.
장군봉에 도달하기 위한 이 마지막 코스가 힘든 경사길이라서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었다.
제 아무리 높고 힘들다한들 하늘 아래일 뿐이고....난(NAN)...힘이 들어도 올라가야 되고.... 정상에 서고 싶을 뿐이고.......그래서 난(NAN)......기꺼이 가고 있을 뿐이고........ <개그 콘서트>- 봉숭아학당에 나오는 안상태 기자 흉내를 내면서.....한바탕 웃었다.
야호~! 드디어 장군봉에 도착!
기념 촬영을 하고...김밥 1줄로 간단 요기했음. 조금 후에 <보리밥집>에 가서 또 먹을 것이므로......
산행객들에게 인기 만점인 보리밥집을 찾아 하산을 하면서......... <배바위 전설>이 내려오는 웅장한 바위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일명 <배바위>
아주 오랜 옛날에 이 바위에 커다란 배를 묶어 놓아 홍수를 피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전해 내려 온다고 적혀 있는 안내문..... 실제로 이 바위의 여기 저기에서 예전엔.... 조개껍데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다고 한다.
나는 전설 내용을 읽으면서 구약 성경 창세기 6장 ~ 9장에 나오는 인물 '노아'가 떠올랐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의 기록인데..... 창세기에 나오는 내용이 엄청난 세월을 건너 뛰고... 국경을 넘고 넘어... 엇비슷하게나마 이 곳까지 전래되었다고 생각하니..... 하나님을 경외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하나님께서 인간들이 갈수록 타락하고... 범죄가 깊어지는 모습을 보시고, 탄식하며, 진노하시어 모든 인생들을 멸하시려고 작정하셨고..... 40일간의 대홍수를 내려 심판을 하셨을 때에 유독 믿음의 사람, 정의로운 인물 '노아' 가족만은 살리시려고 <방주>를 만들게 명령하셨는데....노아는 그 명령을 준행하였고, 거대한 <방주>를 만들어 식구들과 필요한 육축과 생물들을 싣고 홍수에 대비할 수 있었다.
물심판으로 모든 생명들을 앗아버리셨지만.....방주에 탄 노아 가족은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도 안전할 수 있었고, 200여일 후 모든 비가 그친 후에.... 그 방주를 타고 있었던 노아 가족은 무사했으며... 아라랏산 근처에 머물게 되었다.
산행 도중에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사람 '노아'를 상기해 볼 수 있음에....감사할 뿐이다.
걸어도 걸어도 보리밥집은 안 보이고......길고 긴 장밭골을 내려오는 동안 맑고 청아한 계곡 물소리만이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한참만에 이정표를 하나 발견했다. 작은 굴목재로 가는 길과 지금까지 내려온 거리만큼 더 가야만 보리밥집이 나온다니.... 어쩌면 좋으랴?
잠시 갈등했다. 어찌해야 될 것인지.......
산행 때에는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가끔 있는데....항상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 바로 작은 굴목재를 넘어서 내려 가면 산행 거리도 단축되고 덜 피곤할 것이지만..... 보리밥집의 맛을 즐겨 볼 기회는 놓치게 되는 것이다. 여기가 부산도 아니고...멀고 먼 순천인데....수일내 찾아 올 수도 없는 상황이고... 결국엔....보리밥집을 향해서 더 내려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다리 품을 더 팔면 된다지만....사실 힘들어서 그냥 다음에 오자고 할 걸 그랬나 싶었다. 계획보다 산행 시간도 많이 걸렸다.
드디어 왁자한 사람들의 소리가 언뜻 들리기에...다 왔구나 싶었다. 보리밥집은 선암사 굴목재와 송광사 굴목재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산행객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는 정말 명당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1인 식사비가 5,000원인데.....된장국에 보리밥과 갖은 나물들과 고추장과 참기름을 담은 별도의 그릇이 딸려 나왔다. 쓱쓱 비벼 먹어 보니 진짜 술~술 잘 넘어가고 맛도 좋았다. 가마솥에서는 보리 숭늉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언제든지 떠 먹으면 되었고......장작불 연기가 아궁이에서 피어 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정겨운 풍경이었다.
평상이 곳곳에 준비돼 있고....조계산에 관련된 여러가지 볼거리들이 액자에 담겨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는데.... 일일이 다 읽어 볼 여유가 없었던게 많이 아쉬웠다.
보리밥 한 그릇을 맛있게 먹고.....이제 슬슬 선암사를 향하여 마지막 재(선암굴목재)를 넘어야 할 때이다.
굴목다리에서 사진을 한 장 찍고 나니....계속 오르막 계단이 이어지는데.......배는 부르고 몸은 지쳐서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뿐인가 계속 이어지는 돌바윗길을 내려가자니...흙길보다 발목과 무릎에 충격이 더 심하게 느껴져서.....피로감은 두 배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쩌랴~~좋은 길이 있으면 나쁜 길도 있는 법......그런데 사방을 두루 살펴보니 여기는 가을이면 완전 별천지로 변할 곳이라고 여겨졌다. 완전히 활엽수만 가득한데다가...단풍나무군락지였다. 가을 풍경을 상상해보니 이 바위 돌길을........ 그리 힘들게 여기지 않고 내려갈 것 같았다.
아름다운 풍광을 볼려면 그만한 대가도 치뤄야 되는 법이리라.....그래도 힘든건 사실이다.
산을 거의 다 내려온 지점에는 야외학습장도 있고...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편백나무가 숲을 이룬 멋진 산책길도 있었으며....생태체험장 등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었다.
이제는.......장군봉과 배바위가 아득히 멀어 보인다.
오전 11시 10분경에 산행을 시작하여 두 번의 휴식 및 식사 시간, 사진 찍는 시간을 포함하여 총 5시간 40 여분이 소요된 원점회귀형 산행을 마치니......오후 4시 50분이 되었다. ... 부산으로 가는 길에 순천만 갈대밭으로 가서 일몰 풍경을 볼 것인가? 벌교 쪽으로 나가서 꼬막 정식을 맛 볼 것인가?
시간상 일단 벌교 쪽으로 방향을 잡고 조계산을 벗어 나왔다.
조계산 승주군 선암사에서 출생한 작가 조정래씨가 순천과 벌교를 무대로 성장했으며... 그가 쓴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를 담고 있는 3부작 소설 -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 각 작품마다 10권 분량의 대하 역사 소설을 발표함으로써 한국 문학계에 큰 영향력을 미친 탓인지....벌교를 향해 달리는 857번 국도길에는 표지에 아예 <조정래 길>이라고 적혀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을 빛내는 작가로 손꼽히는 모양이었다. 작가는 인생의 20년간을 대하 역사 소설을 탄생시키는데 몰두했다고 한다.
벌교역 부근 음식점에서 꼬막 정식을 주문했다. 온통 꼬막으로 만들어진 반찬들이었다.
꼬막 넣은 된장찌개 + 꼬막 미나리 무침 + 꼬막부침개 + 삶은 꼬막 + 꼬막에 양념 얹은 것! 1인분에 12,000원~~맵고 알싸한 맛이 입술까지 얼얼하게 만들었다.
이미 해는 지고 사위가 어두워진 저녁 시간....모든 일정을 마치고 무사히 부산에 도착!
또 하나의 산행기를 남길 수 있도록 아름다운 하루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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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바지런키도하고 에지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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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발목도 좀아픈거같구만....취미가 같은 동료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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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안 계속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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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려
방학 동안에는 시간나면 우짜든동 열심히 산행해야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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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턴...내 삶에 어떤 변화가 밀어 닥칠지 모르거든...어느 학교에 발령을 받을지 참
궁금하다.
불교의 성지인 조계산을 다녀 오셨군요...여름에는 계곡미가 뛰어나고, 가을엔 억세가 겨울엔 억새위에 핀 눈 꽃이 아름다운 곳 이죠.......항상 능선 산행만 하다보니 그 유명한 보리밥 집을 한번도 못가봤네요.......벌교의 꼬막정식 작년까지만해도 10000원했는데 20%나 인상됐네요 아이구 나도 꼬막정식 먹고싶다.
사진보니 침이 고이네....사진으로나마 보니 너무 좋다....보리밥집에서 언제 밥한끼해야겟다...ㅎ...
봄기운 물씬 풍기는 요즈음......봄나물에 보리밥 한그릇 비벼 먹고... 맑은 산공기 마시는 웰빙
산행 참
좋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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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 처남이 조계산 옆에서 도를 닦는 서예가인데 국전 심사위원이면서 ... 조계산 역시 악수 한번 하지 않은 그런 변변한 나네요 밀로 올해는 분기별로 한번씩은 중턱에라도 다녀야 하나봐요. 요즘은 마른 기침이 나서 건강쇄신도 할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