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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0월 12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012화] 쓰레기로 뒤덮이는 단풍놀이철
예년보다는 늦었지만 설악산 대청봉을 시작으로 산야가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비가 많았던 데다, 별났던 여름 더위와 달리 9월 하순부터는 기온이 예년을 밑돌 정도로 기온차나 일교차가 컸던 덕분인지 올 단풍은 유난히 곱다. 수도권의 공원이나 주택가의 화살나무나 단풍나무 등도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본격적 단풍놀이 철을 맞아 유명 단풍관광지 관리 당국이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한동안 나아지나 싶던 행락질서, 특히 말끔한 쓰레기 처리 습관이 최근 급격히 후퇴한 때문이라고 한다.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오랫동안 부산 해운대 백사장이 대표적 예로 거론됐다. 워낙 많은 피서객이 몰리다 보니 미처 뒷정리에 신경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여름 강릉 경포대 백사장을 비롯한 동해안 해수욕장의 쓰레기 더미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일깨우기에 족했다. 여름 휴가철에 동해안을 찾는 피서객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는데도 쓰레기 문제는 유독 심각해졌다. 주된 수요자인 젊은 세대의 공중도덕 의식이 구세대에 비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퇴행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렸다.
해수욕장만이 아니었다. 피서지로 통하는 전국의 주요 도로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는 골칫거리였다. 그나마 고속도로는 통행료 일부를 떼어 쓰레기 처리 인력을 투입할 수 있지만 쓰레기 무단 투기가 주로 행해지는 국도나 지방도는 말 그대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이런 퇴행은 올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 거리응원전에서 이미 확인됐다. 2002년 6월의 거리 응원전 때와는 달리 현장에 널브러진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산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해변이나 길가의 쓰레기보다 더욱 심각하다. 치우는 노력과 비용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이나 산림청의 '쓰레기 비상'도 그리 미덥지 못하다. 행정의 계몽과 권고는 상응하는 행동변화를 부를 정도의 심리적 압력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행락객의 분명한 의식 변화가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자발적 변화가 어렵다면 사회적 감시 압력이라도 행사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012화] 독소조항 수정 없이, 끌려다니는 한-미 FTA 재협상 안된다
그동안 밀실협상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외교통상부는 그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드미트리어스 머랜티스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와 협정 수정을 위한 비공식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주요 요구는 자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 개방과 자동차에 대한 한국 시장 접근 확대라고 한다.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합의·서명한 협정문을 자국 여론을 핑계로 수정을 강요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전례가 드문 오만무례한 일이다. 협정 내용이 한국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미국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할 수 있게 한 투자자-국가 소송제나, 서비스 분야의 수입을 자유화하되 수입금지 품목만 열거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 등이 포함된 협정은 체결 당시부터 불평등 협상의 전형으로 비판받았다. 특히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한 국가의 공공정책 수립권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으로 지목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 쪽이 자동차 분야만을 지목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여기에 쇠고기 문제까지 끼워넣어 자국의 이익만 관철하려는 것은 무례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수용 불가를 천명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 협상 때처럼 비등하는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폭적인 양보를 한 정부이니 걱정되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협상 불가를 내세우며 뒤로는 양보하는 꼼수다. 환경부는 이미 국내 판매량이 적은 자동차는 연비나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면제해줄 수 있는 예외조항을 담은 ‘연비·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고시’(안)을 입법예고해 그런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차가 환경 규제를 받지 않을 수 있는 특혜를 누리도록 한 것이다.
이런 꼼수를 부릴 양이면 차라리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게 옳다. 이참에 자동차뿐 아니라 우리가 문제로 지적해온 투자자-국가 소송제와 네거티브 리스트 문제도 논의해 독소조항의 전면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요구에 대해선 미리 쐐기를 박아야 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핑계로 국가의 미래와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칠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쇠고기 협상에 끌려다니다 양보만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01012화] 국립공원 케이블카 논란, 과학적 조사 거쳐 결론 내자
이달부터 정부는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는 거리를 기존의 2㎞에서 5㎞로 늘리고,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의 기준도 9m에서 15m로 높였다. 이렇게 설치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설악산·지리산·북한산·한려해상 등 국립공원 20여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등산객들이 기존 등산로 대신 케이블카를 이용하게 돼 환경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들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다.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쉽게 등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철탑과 정류장 건설 등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산림이 훼손될 수 있다. 케이블카 설치로 더 많은 등산객이 몰리고 이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頂上)에 올랐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지 않고 등산로를 따라 이동하게 되면 자연환경은 더 파괴될 수도 있다.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을 세심히 따져 설치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설악산엔 1970년, 내장산엔 1979년에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매년 설악산엔 70만~80만명, 내장산엔 20만명이 케이블카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 두 곳의 등산객 증감과 기존 등산로 이용 실태, 이에 따른 환경 영향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과학적으로 조사해 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지리산에는 전남 구례군·전북 남원시·경남 산청군과 함양군이, 설악산에는 강원 양양군과 고성군이, 한려해상에는 경남 통영시와 거제시가 자기들 지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한다. 산 하나를 두고 지자체마다 케이블카를 놓는다면 자연환경이 온전할 수가 없다.
일본은 28개 국립공원에 36개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고, 캐나다와 호주도 유명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놓았다. 이들 나라는 탐방로를 개설할 수 없어 케이블카를 타고서만 산을 오르내릴 수 있는 곳에 주로 설치했다. 우리도 산 정상에서 케이블카에서 내린 뒤 다른 등산로를 이용할 수 없도록 완벽한 차단이 가능한 지역을 골라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서울신문 사설-20101012화] 한·미FTA 수정 내용이 더 중요하다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고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외교통상부가 보도자료까지 내고 비공식 협의 사실을 공개했다. 수정 국면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측의 집요한 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재협상이니, 추가 협상이니, 수정 협상이니, 혹은 협의니 협상이니 등의 형식 논란에 얽매일 때가 아니다. 국익을 최대한 키울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게 최우선이다. 우리가 똘똘 뭉쳐 정부를 독려하고 채찍질해야 가능하다.
얼마 전 한·EU FTA가 타결됐다. 5개 경제권과의 FTA가 발효됐고, 7개 협상이 진행 중이다.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 FTA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한·미 FTA는 3년째 의회 비준에 막혀 있다. 쇠고기 정국이란 극심한 혼란을 겪은 건 협정 전체가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다. 지표나 수치상으로는 작을지 모르지만 엄중한 사안을 소홀히 다루면서 비롯된 중대 과오였다. 그 시행착오를 극복해야 할 때다. 수정 절차를 조속히 매듭짓고 미국 시장도 더 크게 열어야 한다.
민주당 ‘빅3’가 우려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본격 검토하자는 반면 정세균 최고위원은 재협상 반대를, 정동영 최고위원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한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때 서명한 한·미 FTA를 놓고 찬반 두 갈래로 쪼개지더니 이제는 세 갈래 분열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FTA 문제를 자기 색깔내기의 소재로 삼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혼선을 부채질하면 수정 국면은 더 어렵게 되고, 민심은 더 멀어질 뿐이다. 정치권은 정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대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협상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면서 타협을 이루는 과정이다. 특히 어느 한쪽이 독소 조항으로 받아들이는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한쪽도 과감하게 양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마지노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미국 측은 자동차·쇠고기·섬유 부문 등에서 광범위한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일부 양보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어내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러더라도 쇠고기 완전 개방은 시기상조라는 기본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반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면 더 쉬워질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012화] 농협 내부통제시스템 이렇게 엉망이어서야
농협에서 어처구니없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창구 직원이 3년6개월에 걸쳐 총 79억원을 횡령했는데 그 수법이 너무나 원시적이었다. 다른 은행이 발행한 수표(타점권)를 입금하면서 금액을 부풀린 후 차액을 빼돌리는 방법을 쓴 것이다. 매일 매일 타점권과 현금 시재를 확인해야 하는 기본 수칙만 지켰더라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충격스럽기까지 하다. 농협이 3년 넘게 반복된 타점권 부풀리기를 잡아내지 못한 것은 내부감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고객 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생명인 금융회사에서 이런 횡령 사고가 터졌다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과연 내부통제 시스템이 있기나 한 것인지, 감독 당국은 무엇을 감시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협은 개인 비리로 치부하는 모양이지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내부 공모자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내부감시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관리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얼마전 경남은행에서도 모 간부가 법인 인감과 은행장 인감증명서를 위조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4400억원을 지급 보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은행 측은 무려 2년간 가짜 지급보증서가 발급되고 있었는데도 감쪽같이 몰랐다. 역시 내부통제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신한금융 사태의 근저에도 취약한 내부관리 시스템이 도사리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확인했다는 라응찬 회장의 50억원 차명계좌나 검찰이 수사중인 자문료 횡령 의혹도 내부 관리가 규정대로 이뤄졌더라면 일찌감치 정리됐을 사안이다.
금융회사 직원은 고객이 맡긴 돈을 자신의 생명만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철저한 내부통제 시스템이고 직원들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이다. 이번 사고는 아직도 우리 금융회사와 직원들이 금융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감독 당국은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즉각 금융사 내부관리 시스템에 대해 일제 점검을 벌이고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012화] 기업경영의 최대 불안요인 원화강세
하반기 들어 대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의 경영전략에도 바상등이 켜졌다.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반도체 등 주력 제품에 대한 세계시장 수요가 부진해 당장 4ㆍ4분기 실적관리는 물론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3ㆍ4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보인 국내 기업들의 성장세가 최근 급격히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ㆍ철강 등 주력업종의 수출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환율전쟁 여파 등으로 원화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꺾임에 따라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국내 961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4ㆍ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은 전분기보다 7.4포인트 떨어진 109.1에 그쳐 수출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제회복을 이끌어온 수출이 둔화됨에 따라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3%에 그치고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다 보니 기업들이 앞으로 경영전략을 짜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대 불안요인 가운데 하나는 환율하락이다. 오는 11월 열리는 G20 서울회의에서 환율전쟁을 막을 협력방안이 도출되지 못할 경우 원화강세 현상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내년에는 1,05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회복세 지속 여부는 환율안정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환율안정을 위해서는 우선 G20 회의를 통해 국제공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단기간에 과도한 외자유입을 조절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기업 차원에서도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는 방향에서 경영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공격경영에 나설 필요가 있다. 원화강세는 수출 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지만 수입가격을 낮춰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는 양면성이 있다. 긍정적인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하는 것이 원화강세에 대한 대응전략이라 할 수 있다.
* 오늘이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권순활(논설위원)-20101012화] 우리 시대의 ‘실학 마인드’
조선의 19세기는 1800년 정조의 승하와 그 이듬해 신유사옥으로 막을 열었다.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으로 풍요롭고 강력한 나라를 꿈꾸던 실학파는 된서리를 맞았다. 19세기 전반은 서구 열강이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격변의 시대에 조선은 관념론과 명분론이 지배하는 ‘닫힌 나라’로 뒷걸음쳤고 자주적 근대화의 기회를 잃었다.
실학자들의 주장은 200년 이상이 흐른 지금 읽어봐도 가슴에 와 닿는다. 박제가는 해외통상을 위한 항로를 개발하고 양반들을 운송업이나 상업에 종사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수학을 ‘잡학’으로 멸시하던 시대에 정약용은 “100가지 기술의 교묘함은 모두 그 근본이 수리(數理)에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익은 “무(武)를 천시하는 것은 화살이 밖에서 안으로 향해 날아올 때 붓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라며 무반 경시풍조를 개탄했다.
조선 사상계를 지배한 주자학자들은 부국강병의 길을 패도(覇道)로 깎아내리고 인의(仁義)에 바탕을 둔 왕도(王道)만 강조했다. 현실세계보다 정신세계를 중시할 수도 있지만 주자학 외의 모든 학문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 잘못이었다. 재일(在日) 사학자 강재언 박사는 저서 ‘선비의 나라, 한국유학 2천년’에서 “부국강병의 길이 인의를 설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성공과 실패가 눈에 보이므로 추상적 말로 얼버무릴 수도 없다”고 썼다.
동아시아가 지구촌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중국은 이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의 연간 군사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의 약 2배에 이른다. 일본명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에서처럼 경제를 외교보복 수단으로 삼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일본은 ‘센카쿠 쇼크’를 1971년 닉슨 쇼크(미중 국교정상화 및 달러와 금의 교환 정지)보다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며 칼을 가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중국이 대일 경제보복에 동원한 희토류의 수입 다변화를 위해 몽골과 손을 잡았다. 후나바시 요이치 아사히신문 주필은 며칠 전 칼럼에서 “중국이 이런 행동을 계속한다면 일본인들은 중국과 길고 긴 투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각오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중국 일본이 경제국익 극대화를 위해 벌이는 환율 전쟁의 주요 전장(戰場)도 동북아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주변 정세와 비교할 때 우리는 너무 안이하다. 대통령이 ‘공정사회’라는 말을 꺼내자 정부부처들이 내놓는 정책도 공정 일색이다. 듣기 좋은 노래도 너무 자주 들으면 지겹다. 이런 분위기라면 자칫 조선시대 예송논쟁이나 이기(理氣)논쟁 비슷하게 흐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정의니, 공정이니 하는 말은 관점에 따라 해석이 천양지차다.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중국이 한국과 갈등이 생겼을 때 경제보복을 하지 않으리라고 믿으면 너무 순진하다. 정부나 기업이 이런 사태에 제대로 대비하는 움직임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국정과 기업경영에 이런 식의 ‘구멍’이 얼마나 될까.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다가는 언제 어느 칼에 맞을지 알 수 없다.과학적 인식과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둔 논리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고대훈(논설위원)-20101012화] 안가
청와대 정문에서 서쪽으로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아담한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1993년 7월 문을 연 ‘무궁화동산’이다. 산책로·쉼터 등이 조성돼 여느 공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안전가옥을 헐어내고… 어려웠던 민주화의 길을 되돌아보는 역사의 배움터’라는 표지석만이 존재의 의미를 짐작케 해준다. 이곳은 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맞아 최후를 맞았던 ‘궁정동 안가(安家·안전가옥)’가 있던 자리다.
안가의 공원화 당시 김영삼 정권은 ‘권위주의 시대 밀실정치의 청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밀어붙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서거한 안가의 연회장 처리가 문제로 떠올랐다. 독재자라는 비판이 있지만 피 흘리며 숨을 거둔 ‘그때 그 사건’의 현장을 사람들이 마구 짓밟고 다니게 할 순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후세에 터만이라도 남겨주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결국 공원과 어울리지 않게 큰 돌무더기를 쌓아 사람 왕래를 막기로 했다. 박 대통령의 흔적은 길이 30m, 높이 3m의 돌담 밑에 겨우 남아 있다.
대통령 안가의 정식 명칭은 ‘청와대 별관’이다. 70년대 이후 청와대 주변 궁정동·청운동·삼청동 등지에 10여 채가 있었다. 최고 권력자의 은밀한 유흥 장소로, 정치자금을 받는 정경유착의 장소로 쓰인 어두운 과거를 품고 있다. 원래 안가는 수사기관이 범죄 피해자나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확보하는 은신처(隱身處)를 지칭한다. 말 그대로 경호와 보안상 안전하다는 뜻이다. 미국은 70년대 마피아와 전쟁을 벌이면서 증인들이 잇따라 보복 살해되자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은신처, 즉 안가(safe house)를 대주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수사기관의 안가가 따로 있다. 검찰은 살인·강도·가정폭력 등 범죄의 신고자나 피해자가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 안전가옥을 제공한다.
타계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97년 망명 이후 안가에서 줄곧 지내왔다. 중무장한 20여 명의 요원이 지키고, CCTV·방탄유리 등 보안장비가 설치된 서울 논현동의 2층 양옥집에서 북한의 암살 위협에 떨며 13년을 지내온 그의 심정은 상상이 간다. 궁정동 안가에 대해 박정희 정권의 공과를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했어야 한다는 논란이 지금도 있다. 외국은 사소한 것도 역사의 일부로 본다. 노(老)망명객의 안가는 남북분단의 냉엄한 현실을 상징한다. 보존을 검토해봄 직하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1012화] 행복 만들기
“불행이 뭔데?” “행복의 반대.” “불행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행복을 만들어야죠.” “어떻게?” “사전(辭典)을 만드는 거예요.” “행복의 사전을?” “행복어사전이라야 될 걸요.” “그거 재미있겠습니다.” 이병주의 장편소설 <행복어사전>에 나오는 대화다. 말장난으로 들리지만 청춘 남녀가 행복을 내건 간접화법으로 사랑을 타진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행복어사전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가.
얼마 전 어느 집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를 듣고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나는 이렇게 비참한데 남들은 행복하구나” 싶어서 화가 치밀었다고 한다. 그런데 화를 당한 부부는 다가구주택 옥탑방에 살고 있었다. 옥탑방은 세상에서 말하는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과연 그 부부는 범인이 생각한 대로 행복했을까.
최근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이런 광경도 연출됐다. 어떤 할머니가 행인에게 종교 전도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전단 속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주먹만했다. 그런데 그 할머니의 행색은 걸인을 방불하게 남루했다. 누가 봐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차림새였다. 그렇다면 불행한 사람이 행복을 전하는 셈인데, 이게 과연 납득이 가는 일인가.
지난 주말 ‘행복전도사’로 불렸던 방송인 최윤희씨가 돌연 자살해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며, 삶을 강조해 왔던 인물이다. “밥은 굶어도 희망은 굶지 마라.” “딸들아,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라.” 최씨가 펴낸 책의 제목들이다. 그녀가 전도했던 행복은 결국 신기루였던 것일까.
“모든 행복의 조건을 거부하라!” 소설 속 ‘행복어사전’의 제1장이다. 불행을 선택하면 더 이상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병든 사람에겐 병들 걱정이 없다”고 강변하는 소설의 주인공은 어딘지 옹색하다. 행복을 거부하는 게 행복의 첫발이라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행복어사전’은 불행히도 미완인 채로 소설은 끝나 버린다.
‘행복’이 넘쳐나는 시대다. 방송에서도 인터넷에서도 ‘행복 만들기’가 마치 요리 프로그램처럼 인기다. 행복행(行) 표지판이 도처에 널려 있는 시대에 ‘행복전도사’ 한 사람이 길을 잃었다. 다들 불행하다고 느끼기에 저렇게 열심히 행복을 찾고 있을 것이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넘쳐나는 시대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김정곤(대한한의사협회장)-20101012화] 슈퍼박테리아 유감
일전에 기존의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출현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했다. 그런데 슈퍼박테리아 출현은 반복적으로 얘기돼 온 것이라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고도로 의학이 발달된 현대사회에 왜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는 것일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의외로 원인은 간단하다.
현대의학은 항생제의 발견부터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페스트 같은 감염성 질환으로 큰 피해를 보았던 인류는 항생제의 발견으로 세균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듯 보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인 세균의 반격이 시작됐는데, 바로 항생제를 이겨내는 박테리아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인류는 내성이 생긴 세균을 죽이는 더 강력한 항생제를 다시 개발해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세균은 다시 그 항생제를 이겨내는 슈퍼박테리아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다보니 점점 더 고강도의 항생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인류는 가장 최근에 발견된 슈퍼박테리아를 이기는 항생제가 만들어지기까지 한동안 고생을 겪을 것이다.
자, 이런 끝도 없는 싸움을 획기적으로 차단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침입해 오는 나쁜 병균들을 막아내는 저항력이 있다. 굳이 면역체계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감염성 질환은 평소 몸이 허약하거나 과로한 상태 또는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한 경우에 상대적으로 쉽게 걸리고 예후도 좋지 않다. 감기가 그러하고, 방광염이나 기타 감염성 질환들도 그러하다.
내 몸의 저항능력은 자주 국방력에 비유할 수 있다. 항생제라는 외부 지원군이 대신 싸워주는 것에 길들여지게 되면 자주 국방력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몸의 자주 국방력을 키우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등의 섭생이 바로 자주 국방력을 키우는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국내외 연구에서 이미 면역력 강화 능력이 입증되고 있는 한약이 바로 좋은 자주국방 무기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약은 내 몸에 들어와서 적군과 직접 싸우기보다는 나의 저항능력을 높여준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세균과의 싸움,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