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의미를 생각하며]
아이처럼 평온한 어머니의 얼굴....
우리는 늘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자유란 속박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우리는 해방이라고 합니다. 우리를 속박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지요. 돈에 속박되어 늘 경제적인 고통을 호소하기도하고, 돈의 노예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명예에 밧줄에 묶여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안 그런척 하는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건강에 늘 발목을 잡혀 사는 삶도 있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언제쯤 이 ‘몸의 가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꿈꾸곤 합니다.
그러나 많은 속박들 중에서도 가장 벗어나거나 풀기 어려운 구속은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닐까 합니다. 젊음을 뽐내던 시절에는 뉴스시간에 접하는 다양한 죽음들이나, 주변의 죽음, 심지어 가족들의 죽음을 경험해도, 늘 내가 그 죽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형제가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아픈 상처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 죽음이 나에게도 올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조금씩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게되면…우리를 칭칭 감싸고 있는 죽음의 속박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이 늘 무겁고 불편합니다. 저보다 더 상태가 좋지 않거나 나이가 많으신 선배들을 보면, 그 속박의 무게감을 조금 더 강하게 느끼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또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아주 고약하고 대표적인 속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예전에 비하면 훨씬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공포와 불안, 속박으로 인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 특히 죽음에 대한 속박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참 고약합니다.
동양에서는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망(忘)’ 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한자의 의미로는 ‘잊는다’는 말이죠. 망각이나 건망증..같은 단어에 쓰이는 말입니다. 우리를 구속하고 있는 실체에 대한 생각을 우리의 ‘마음에서 죽인다’(亡 + 心)는 겁니다. 좋은 것 같지만…’망한다, 죽인다’하는 ‘망(亡)’이 있어 조금 꺼려지는 단어임은 분명합니다.
같은 죽음은 늘 있었지만, 우리가 어릴 때, 누군가의 보호와 영향 하에 있을 때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망(忘)’ 해 있었기에’ 우리는 젊은시절에는 죽음에 대해 ‘공포’를 가질 수 없었던거죠. 물고기가 물에서 자유롭고 여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던 장자는 물고기가 자유로운 것은 물의 존재를 ‘망(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수영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들은 물을 거의 의식하지 않습니다. 장자는 자신의 생활환경에 최적화 되어있는 환경에서, 특히 그것의 보호를 받고 있을 때는 대상과 실체를 잊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고 쉽다고 교훈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보호하에 있을 때는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부모의 품속에서 우리는 평온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밧줄에 묶여 고통받을 때는 그 아이들의 모습과 표정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부활을 앞둔 고난주간에 ‘부활’의 의미를 새겨봅니다. 부활은 죽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부활은 죽음을 망(忘)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죽음에 대해 승리한 것입니다. 우리를 창조하시고 우리의 주인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고난과 죽음을 당하시고 이를 극복하심으로 죽음은 더이상 우리를 속박할 수 없음을 선언하는 굉장한 사건입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죽음에서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연약한 아들을 찾아오실 때마다 늘 빼먹지 않고 (며느리가 그토록 싫어하는 표정을 지어도 상관하지 않으시고^^) 저에게 묻곤 하십니다.
“너 지금 죽어도 천국갈 수 있다는 소망이 있지?”
우리에게 죽음이 끝이고 절망이고 고통이 전부임이 아님을 확인하시는 질문이죠. 해맑은 모습으로 부모의 품에 안겨 평안히 자유함을 누리는 아이들처럼 ‘부활’은 우리를 과거에 우리를 속박하고 있던 죄와 사망의 법에서, 부모의 사랑과 은혜(보호)를 만끽할 수 있는 생명과 성령의 법으로 이동시키는 감격이기도 합니다. 죽음의 속박에서 벗어나 죽음을 망(忘)하고, 이김으로 얻게 된 자유와 소망은 오로지 ‘부활’로 인해 가능하게 되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아이와 같이 평온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어머니는 말씀을 이어갑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천국에 가고 싶어.. 늘 빨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한단다.”
(각종 영양제와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드시는 것은 ‘건강하게 잘 죽기 위해서’라고…약간 당황하시긴 합니다^^*)
85세의 고령에도 하나님의 품 안에서 아이와 같이 평온한 얼굴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어머니의 얼굴에서 부활의 소망과 자유함을 느끼게 됩니다.
부활의 소망이 저와 저의 모든 친구분들의 동일한 감격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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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로마서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