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장은 1년쯤 전에 서교동에 있는 로스팅 카페 '망명정부'에서 약배전을 한 케냐AA의 시큼, 달큼, 구수한 맛에 반한 후로 커피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 전까지는 갑판장에게 있어 커피는 좀 따분한 음료로 치부되었었습니다.
요즘엔 기회가 닿으면 닿는대로, 기회가 닿지 않으면 일부러라도 구석구석의 로스팅 카페를 찾아가서 쥔장이 정성껏 핸드드립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 갑판장의 큰 즐거움입니다.
핸드드립 커피와 생맥주의 공통점은 잘 하는 곳을 찾아가야 제 맛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입니다.
잘하는 곳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야만 비로서 제 맛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손님과 쥔장(전문가)과의 충분한 교감이 커피의 맛을 더욱 배가시킵니다.
건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로스팅 카페 '최가커피'는 종이 필터가 아닌 융(천) 필터를 이용한 핸드드립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입니다.
최근에 개업 2주년 행사로 귀한 '루왁커피(400잔 한정-매진 직전이라는 소문입니다.)'를 준비하였다고 해서 마침 동서울터미날에 갈 일이 생긴 김에 일부러 방문을 했습니다.
루왁커피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 '죽기 전에 꼭 마셔보고 싶은 커피', '사향고양이(똥) 커피'라 일컷어 지는 아주 귀한 커피입니다.
사향고양이(루왁)가 커피열매를 먹으면 과육은 소화가 되고 뱃속에서 숙성이 된 씨앗(원두)은 똥으로 배출이 되는데 이 것이 바로 루왁커피입니다.
이번에 갑판장이 최가커피에서 마신 루악커피는 최가커피 측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 빨렘방에서 차로 9시간이나 떨어진 오지에서 직접 입수한 자연산 루왁커피로 아라비카와 로브스타 혼용의 중배전을 한 융 핸드드립 커피랍니다.
쥔장의 말씀으로는 양고기의 누린내 비슷한 루왁 특유의 향기와 복합적인 맛이 특징이랍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갑판장이 자리를 잡은 곳이 에어컨 바람이 직통으로 와 닿는 곳이라 루왁을 즐기는데 방해가 되었습니다.
루왁커피를 한 모금씩 입안에 머금고 '스우우웁~'하며 공기를 들여 마셔가며 야금야금 마셨습니다.
쥔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판장이 약배전을 한 커피를 좋아한다고 하니 쥔장이 두 번째 커피로 '이디오피아 이가체프 코케'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흡사 레몬티를 마시는 듯 경쾌한 신맛과 풍성한 과일향이 갑판장의 입과 코를 매혹적으로 자극합니다.
약배전의 커피는 천천히 마실수록 신맛과 과일향이 점점 배가됩니다.
아주 천천히 홀짝거리며 코케를 마시다가 나중에 마실 요량으로 한 모금 분량을 남겨놓고는 세 번째 커피로 강배전의 케냐AA를 주문했습니다.
햇원두를 로스팅 한 것이라는데 한 모금 입안에 머금는 순간 단맛이 샘솟았습니다.
닥크초콜렛의 진한 향 속에 이리도 깊은 단맛이 숨겨져 있을 줄은 미쳐 몰랐습니다.
마지막 입가심으로 남겨 놓았던 한 모금 분량의 코케의 신맛이 입안을 뱅뱅 돌고 돕니다.
커피 두 잔이 일일한계섭취량인 갑판장이 한 자리에서 연거푸 세 잔이나 마셨으니 이제 하얗게 날밤을 세울 일만 남았습니다.
까짓 하룻밤 쯤 못 자면 어떻습니까?
귀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
<몹시 기분이 좋은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사진의 질이 안 좋은 것은 싸구려 폰카로 찍은 탓으로 돌리고 싶습니다. ㅡ.ㅡ;;
첫댓글 저도 이곳에서 알게되신분 덕분에 핸드드립 커피를 얻어마시다가 필이 꽂혀서 드립세트를 주문했네요.
돌아가면 한잔 향긋하게 내려드리겠습니다.
저녁 때 형님이 강구막회에 다녀 가셨다는 소문을 전합니다. ^^
어제 포토메일 염장 제대로셨습니다 ^^;;
여럿도 좋지만 혼자도 나름 괜찮습니다. 오로지 대상에 집중을 할 수 있고, 쥔장과도 교감을 나누기에는 오히려 혼자일 때가 더 좋다는 의견입니다. ^^
에고 이야기도 못들었는데 갑판장님 통해서 듣는군요.
여자분이랑 오셨으면 좋았을 것을..^^
여기서 커피 알려주시는 분께서 명동극장에 있는 왈츠&닥터만 이란 커피집과
신사동 에르메스 본점 건너편 커피지인(커피진)이란 곳을 추천해주시네요.
커피 종류는 갑판장님께서 취향대로 선택하시면 된다니 나중에 시간되실 때 가보시지요~
왈츠&닥터만은 남양주에 있는 커피박물관인데...같은 곳이겠죠?
갑판장은 명동점보다는 남양주에 있는 박물관이 더 땡깁니다. 조만간 휘리릭~
어제는 고노드립을 한 코나, 루왁과 칼리타드립을 한 케냐AA를 마셨다는 소문입니다.
네~ 남양주 박물관있는 그곳의 분점이 맞답니다.
커피는 지방에 숨은 고수분들이 많으신 듯 하더군요.
루왁과 익가체프를 마셔본 사람입니다^^*
혀가 고급이 되니 이래 저래 복잡해지도 하고 행복해지도 합니다 ㅎㅎ
인도네시아가서 사온 루왁이 있으니 몇잔 드릴기회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