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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 감상문
(이 감상문은 개봉 이틀만인 7월 23일에 영화를 보고나서 줄거리를 잊어먹을까봐 초안을 쓰기 시작하였다. 너무 많은 서사들이 얽히고설켜 있어서, 영화를 단 한 번만 보고나면 내가 무엇을 보고 나왔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래서 자연히 줄거리를 다 설명하지 않으면 주제가 잘 전달되지 않게 되므로 부득이 감상문에 줄거리를 설명하게 되었고, 또 이 감상문을 영화의 종영 무렵에 발표하려고 하였지만, 앞으로 영화를 감상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어, 더 느낌을 크게 갖도록 하게하기 위하여 지금 발표하게 됨을 제작진에서는 양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화는 1945년 8·15광복으로,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하고, 친일파를 척결하는 法인 ‘반민족행위조사특별위원회법’(반민특위법)이 시행된 1949년에 열린 반민특위 재판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무대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중국 상해에 있었던 김구주석의 임시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구주석(김홍파)과 ‘한인의열단’ 단장 김원봉(조승우)은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와 친일파 악덕 광산업자 강인국(이경영)을 암살하기 위한 극비 작전을 진행한다. 한인의열단장은 작전에 투입할 최소 인원으로 세 사람을 선발하였는데 그 기준은 조선총독부 경찰에 얼굴이 노출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하였다. 김구주석은 선발된 세 사람을 데려오도록 신임이 두터운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에게 명령한다. 피 끓는 청년시절 무장독립투쟁의 경력을 가진 염석진 대장은 수하들과 함께 그들(암살조 세 사람)을 찾아 나선다.
먼저 일제가 만든 식민지 만주국 감옥에 갇힌, 우리 독립군 양성기관이었던 ‘신흥무관학교’ 출신 일명 속사포 추상옥(조진웅)과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을 찾아오고, 다음으로 조선독립군 사령부로 가서 상관을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갇힌 저격수 안윤옥(전지현)을 데려 온다.
김구주석과 김원봉단장은 이 세 사람에게 극비작전의 임무(두 사람의 암살)를 수행할 것을 명령한다. 너무 극비 작전이어서 염석진 대장조차도 이 작전의 타킽이 누구인지 모르게 하였다.
어느 날, 별천지 같은 상해의 프랑스 조계 구경을 나가 ‘미라보’라는 커피 집에 들른 안옥윤은 난생 처음 커피를 시켰지만 어떻게 먹을지를 몰라 당황하다가 옆 사람이 하는 것을 따라 해 보았다. 프랑스 조계 경찰은 일본 야쿠자들이 이 커피 집에 있다는 정보 때문에 위험인물인 그들을 불심검문하는 중에 마침 안옥윤도 검문을 받게 될 처지였다. 그 때 한 조선 청년이 다가와 부부행세를 제안하여 얼떨결에 동의하였다가 요행히 검문을 피할 수 있었다. 그 청년이 훗날 그녀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고, 또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할 상해의 살인청부업자였음을 그 때는 몰랐다. 검문을 피한 두 사람은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아쉬움을 남긴 채 미라보커피집에서 서로 헤어지게 된다.
염석진 대장은 이 암살조 3사람을 경성(서울)으로 잠입시킬 계획을 세운다. 한 편, 염석진 대장은 이 정보를 조선총독부에 알리고 정보의 댓가를 돈으로 챙긴다. 그 돈으로, 상해의 살인 청부업자 ‘하와이피스톨’(하정우)과 그의 가신(家臣) ‘영감’(오달수)을 고용하여, 암살조 3사람의 사진을 넘겨주고, 우선 착수금을 주었다. 그리고 이들의 살해 계획이 성공하면 1인당 300불씩을 쳐서 더 주기로 하였다.
이로부터 암살 타킽을 쫓는 대한민국임시정부 독립군 암살조와 이 작전을 무산시키려는 조선총독부 군경(軍警), 그리고 암살조를 처치하려는 상해 살인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 간의 쫓고 쫓기는 대 활극이 전개 된다.
먼저 독립군 암살조는 염석진 대장의 안내에 따라 조선총독부 군경의 눈을 피해 경성에 잠입하는데 성공하여, 임시정부의 경성 거점인 ‘아내모네’ 술집에 숨어들었다. 술집 마담(김해숙)은 임시정부의 지령에 따라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암살조가 임무를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상해의 살인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도 경성으로 가는 열차 속에서 우연히 카와구치 조선주둔군 사령관의 아들 카와구치 대위(박병은)와 동행하다가 자기도 상해에 밀파된 일본군 해군 소위라고 신분을 사칭한 다음 그를 안심시켜 안면을 트게 되고, 경성으로 활동무대를 옮기는데 성공한다.
이때 쯤 조선총독부에서는 염석진이 준 정보에 따라 경성에 잠입한 암살조 3인을 색출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었다.
금광을 개발하여 돈을 번 강인국은 조선총독의 눈에 들기 위해 같은 동포들에게 갖은 해악을 부리다가, 급기야 십여 년 전에는 조선 독립군을 비밀리에 돕고 있었던 아내 안성심(진경)의 행적이 총독부에 알려질까 봐, 아내가 쌍둥이 딸들을 데리고 독립운동 단체에 합류하려고 집을 나가자 수하들에게 아내를 처치하고 딸을 데려오도록 명령을 내리는 냉혈한이었다. 강인국은 그 쌍둥이 딸 중의 하나인 미츠코(전지현)가 동경유학을 마치고 경성으로 돌아왔는데, 조선주둔군 사령관의 아들인 카와구치 대위와 결혼을 시켜서 자기의 뒷배를 더욱 튼튼히 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암살조 3인 중 안옥윤은 유일한 현역 여자 독립군 병사여서 여자였지만 대장으로 뽑혀 암살계획을 수립하였다. 카와구치 주둔군 사령관이 탑승한 차량의 연료를 미리 빼내어, 그 차량이 시내 중심가 도로 주유소에서 주유하게 될 때, 예정된 노선의 주유소를 지나가지 못하도록, 폭탄 전문가가 인위적으로 술수를 부려 경계가 소홀하고 한산한 이면도로에 있는 주유소로 유인하여, 안옥윤이 미리 그 주유소 인근 옥상에서 잠복하여 있다가 신호에 따라 사령관 및 요인들을 저격하고, 사령관을 수행하는 호위병력 차량은 폭탄전문가 황덕삼이 우편배달부로 잠입하여 배달가방에 폭탄을 숨겨가지고 가서 차량들을 폭파하고,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는 주유소 직원으로 잠입하여 주둔군 사령관의 차에 주유를 마치고 기관단총으로 수행원들을 살해하기로 거사 계획을 세워, 반복하여 암기하고 준비를 완전히 하였다.
살인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은 맨 먼저 암살조의 거사(擧事) 전날 밤, 경성의 한적한 거리에서 속사포를 뒷골목으로 유인하여, 인적이 드문 다리 부근에서 격투하다 도망하는 속사포를 권총으로 해치웠다.
하와이 피스톨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합병될 때, 그의 아버지가 친일 앞잡이들의 한 사람이었고, 그 친일파들의 자식으로써 ‘친일파 자식’이라는 부끄러운 모습으로 살아가기 힘들어서, 그런 사람들끼리 아버지들을 제거하고자 조직을 만들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실행을 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다가 상해에 까지 오게 되었고, 자기 집 집사였던 영감과 하와이 여행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자, 살인 청부업을 하게 된 불행한 젊은이였다.
안옥윤은 독립투사 어머니인 ‘안성심’의 딸로 태어나 독립군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모태독립군이었다. 어머니가 강인국의 아내였고 자기가 강인국의 쌍둥이 딸이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알 리가 없었다. 강인한 체력을 가진 안옥윤은 5kg이나 되는 러시아제 장총으로 무장한 일발필중의 저격수였지만, 눈이 밝아야 하는 저격수로서 필수 조건을 갖추지 못한 큰 결점을 가졌다. 반드시 안경을 써야만 제구실을 할 수 있어서, 깨진 안경알 때문에 거사 전날 밤, 백화점 안경집에 가서 안경을 맞추었지만, 특수 안경 렌즈 때문에 당장 안경 렌즈가 없어서 숙소를 알려주고, 밤까지는 안경을 보내주기로 배달을 시켜 놓았다.
목숨을 걸고 무장 독립투쟁을 하였던 열혈 청년이었던 염석진이 조선총독부 경찰에 잡혀서 모진 고문으로 왼손 무명지 손가락을 잘리고 죽음의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회유되어 조선총독부의 밀정이 되었는데,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그의 혁혁한 무장 독립투쟁의 공을 인정하여 그를 경무국 대장으로 임명하였는데, 요즘 임시정부의 비밀들이 자꾸 세어 나가자 염석진 대장의 행동에 의심을 품은 김구주석이 염석진에게 이를 캐묻자
“선생님이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하며 화를 내며 결백한 척하자, 김구주석이 임정요원을 시켜 염석진을 미행하도록 하였다. 만일 밀정으로 확인이 되면 즉시 처단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염석진을 뒤쫓던 ‘명우’(허지원)는 차마 동기처럼 의지하고 따랐던 염석진을 처단할 수 없어 망설이자 위기에 처한 염석진은 심복이었던 명우를 가차 없이 죽여 버리고 경성으로 가버린다.
이제 염석진은 총독부 경찰 간부로 드러내놓고 활동하며 세 사람의 거처를 알아내서 체포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는 해방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고 오로지 황국신민의 일념으로 일제에 충성을 다 바치면서 일제가 영원할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
친일 광산업자 강인국의 딸 미츠코(전지현, 쌍둥이 딸 중 언니)는 우연히 백화점 안경점에서 만났던 자기와 똑같이 생긴 한 여인이 자꾸 생각나서 유모에게 말했더니 실은 미츠코에게는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미츠코는 집사를 통해 안경점에 적어 놓은 주소를 알아내어 안옥윤의 숙소로 찾아가서 만난다. 의외의 방문객이 찾아와 놀란 안옥윤은 자기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집사로부터 이런 사실을 보고 받은 강인국은 자기가 버렸던 쌍둥이 딸이 독립군이 되어 나타났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이 모든 사실이 총독부에 알려지면 큰일이라 생각하고 이런 사실을 비밀에 붙이도록 집사에게 당부하고, 딸이 묵고 있다는 숙소로 와서 문을 두드린다. 미츠코는 동생을 창밖으로 숨기고 문을 열어주는데, 문을 들어서자마자 강인국은 미츠코가 안옥윤인 것으로 착각하고 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강인국이 쌍둥이 언니를 살해하는 광경을 창밖에서 목격한 안옥윤은 강인국의 잔인함에 치를 떨면서 어머니와 언니와 민족의 이름으로 복수할 것을 결심한다.
언니 미츠코의 옷으로 갈아입은 안옥윤은 강인국의 집으로 찾아간다. 미츠코 언니가 살았던 방으로 들어가서, 언니가 살았던 모습을 둘러보며 미츠코의 결혼식에서 강인국을 해 치울 결심을 굳힌다.
카와구치사령관을 해칠 거사의 날, 속사포가 나타나지 않자 다른 독립군 요원이 속사포 대신 주유소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로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한다. 계획대로 카와구치사령관이 탄 차를 이면도로 주유소로 유인하여 주유하는 동안 안옥윤은 주유소가 바라보이는 건물위에서 저격용 장총으로 차에 탄 요인들은 한 명 한 명 저격한다. 한 편 안옥윤을 뒤쫓던 하와이 피스톨은 자기의 목표물이 상해 ‘미라보’에서 만났던 안옥윤인 것을 알고 결행을 미룬다. 일본군의 응사로 안옥윤이 어께에 총상을 입고 쓰러진 것을 목격한 하와이 피스톨은 안옥윤을 구하여 차에 싣고 어느 치과병원으로 들어가서 어께에 박힌 총알을 꺼내도록 하여 치료를 마친 그녀를 강인국의 집으로 들여보낸다.
미츠코로 위장한 안옥윤이 강인국의 집사와 대화하는 중에 꼬투리를 잡은 집사는 미츠코가 아닌 안옥윤임을 간파하고 그녀를 의심하게 되자. 안옥윤도 집사를 해치우려다가 결투가 벌어진다. 여자의 몸으로 어께에 부상까지 당한 안옥윤은 남자이면서 완력이 센 집사를 어렵게 제압하게 된다.
드디어 강인국의 딸 미츠코와 카와구치 대위의 결혼식이 경성의 명치정에 있는 백화점 결혼식장에서 열린다. 하와이 피스톨은 이미 카와구치 대위로부터 결혼식 호위를 부탁받아서 결혼식장에 무사히 입장하여 있었다. 염석진이 총독부 경무국 별동대를 이끌고 결혼식장에 와서 하와이 피스톨이 하객 겸 호위담당으로 신랑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의 행동을 의심하여 그를 밖으로 내 쫓는다.
하와이 피스톨에게 당하였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속사포는 백화점에서 열리는 미츠코와 카와구치 결혼식장에 기관단총으로 무장하고 잠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안옥윤을 도울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중첩자 염석진에 의해 쫓겨난 하와이 피스톨은 다시 결혼식장으로 잠입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드디어 결혼식장에는 신랑 카와구치대위와 신부 미츠코로 가장한 안옥윤 그리고 신부의 아버지 강인국이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일본군 사령부에서 입수한 거사 정보가 강인국과 신랑에게 전달되고, 속사포가 선제공격을 하면서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결혼식장에서는 속사포와 미츠코(안옥윤)가 한 편이 되어 버티고, 수많은 일본군과 경찰이 이 두 사람과 대결하는 총격전이 벌어져 중과부적으로 끝내 속사포도 최후를 맞는다.
아버지와 딸이 서로 총을 겨누고 어느 쪽이 먼저 발사하느냐에 따라 죽음이 갈릴 순간이었다. 그러나 서로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길 수 있겠는가!
아무리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극악한 친일파의 앞잡이로 활동하였고 민족의 철천지원수인 아버지이지만, 천륜을 어긴 딸이라면 어찌 그녀가 쉽게 용서 받을 수 있겠는가! 또, 이제 돈에 눈이 멀어 지금까지 갖가지 간악한 짓은 다 저질렀지만 이제 최후의 순간을 맞아 하나밖에 없는 자기 혈육을 제 손으로 죽였다면 누가 그를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 절체절명의 순간 강인국이 쓰러졌다. 안옥윤의 뒤에 서 있던 하와이 피스톨의 총구멍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안옥윤이 천륜을 어지럽혔다는 누명을 쓰지 않도록 그가 대신 결행한 것이다.
다음 순간 하와이 피스톨은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한 기지를 발동하여 신랑 카와구치 대위와 신부 미츠코(안옥윤)를 인질로 잡아, 밖에서 진을 치고 있는 일본군의 총구 앞에서 결혼식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들을 데리고 하와이 피스톨은 아내모네 술집으로 들어가고 마담은 이들을 숨겨 준다. 염석진은 이들이 아내모네 술집으로 숨어들어간 것을 알고 추격하여 왔다. 염석진의 추궁을 당한 마담은 이제 최후가 다가왔음을 알고, 잡혀서 고통을 당하느니 스스로 자결의 길을 택해 권총으로 자기 머리를 쏜다. 그런데 이 은신처에는 벽을 뚫고 나가면 지하 하수도로 연결되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는데, 하와이 피스톨은 그 통로를 통하여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염석진은 부하로부터 이 건물의 지하 통로가 하수도와 연결되었다는 것을 보고 받고, 먼저 하수도 출구에 매복해 있도록 지시한다.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하와이 피스톨은 인질로 데리고 온 미츠코(안옥윤)에게
“미라보에서 다시 만나!”
살아서 꼭 다시 만나자면서, 짧지만 긴 사연을 담은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인질(미츠코로 가장한 안옥윤)을 풀어주는 척하며, 밖에 있는 총독부 앞잡이 염석진에게 내 보내 강인국의 집으로 무사히 가도록 한다. 그리고 영감과 둘이서 하수도 맨홀을 빠져 나왔다가 매복하고 있던 염석진 일당에게 너무도 허무한 죽음을 당하고 만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총독부 경찰의 앞잡이였던 이중첩자 염석진은, 이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경무국대장 염석진인 독립운동가로 행세하다가, 1949년에 입법된 ‘반미특위’에 체포되어 법정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친일 행각을 입증할 증인이 나서지 않자 당당하게 외친다.
“나는 독립투사다! 나는 일제와 싸우면서 손가락을 잃었고, 내 몸에는 지금도 총알이 박혀 있다. 이런 내가 왜 친일의 앞잡이냐!”
면서 상의를 벗어 던지고 울분을 토하는 장면에서, 염석진이 진실한 독립투사였던 것처럼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든다.
염석진이 무죄로 석방되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 지 1년 후, 한 막다른 골목에서 자신의 수하였고 자기가 죽였던 명우를 만난다. 염석진이 총독부의 밀정임이 확인되면 즉시 처단하라는 김구주석의 명령을 수행하려고 뒤쫓아 온 친동생 같은 명우를 염석진이 죽였었는데 그가 살아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안옥윤이 권총을 겨누며
“16년 전의 임무, 염석진이 밀정이면 죽여라. 지금 실행합니다.”
쓰러진 염석진의 옆으로 빨랫줄에 걸린 흰 옷감들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펄럭인다.
장장 139분 동안 숨죽이고, 마음 졸이며, 주먹을 꼭 쥐었다 덜 쥐었다 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긴 영화였지만 서사(敍事)의 구성이 충실하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았다. 또 영화에 투입된 장치들 즉 상해나 경성의 거리와 건물을 재현하는 오픈세트를 실제와 같게 설치하였거나, 차량과 총기 그리고 의상 등에 대한 고증을 충실히 하였고, 각종 도구의 물량적 투입에 인색하지 않아 현실감을 되살리는데 힘을 기울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드는데 시나리오와 기획에서부터 촬영하고 완성하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고생한 스텝들과 최동훈 감독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요소요소에 염석진의 후예들이 떵떵거리며 군대도 안 가고, 국가적 위난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맞서지 않고 비겁하게 비껴서 갔으면서도, 권력의 요지에서 재계의 중심부에서 그들의 조상들이 누렸던 사사로운 이득과 기득권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 공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지리 못나고 못살았던 밑바닥 사람들조차 조금 능력이 있어서 합법적으로 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들이 이런 기득권층과 싸우려들지 않고, 오히려 그 기득권층에 적당히 영합하면서 그들을 보호하는 주구(走狗)가 되어 자기들도 기득권층인 양 행세하는 신진 우익인사들을 보면 구역질이 나고 한탄스러워 지기까지 한다. 아니 이제 먹을 만큼 살게 된 사람들까지 자기들도 기득권층이 된 것처럼 행세하고 기득권층 인사들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언사를 하는 것을 보면, 그런 사람의 뇌 구조의 불균형에 대해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인생을 바꾸기 위해서는 훌륭한 아내와 결혼하고, 사회와 나라를 바꾸고자 하면 정치를 하라고 하였는데, 오늘 날 우리나라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나라를 바꾸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명예를 취하기 위해 정치를 한 지도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현실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일제강점기에 김구 선생처럼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활동을 하였던 사람들을 보면, 일본의 압제와 수탈로부터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즉 나라의 독립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얻기 위해 제 한 몸을 과감히 던졌던 분들임을 이 영화에서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런 분들에게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에게, 왜 법을 공부하였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정의의 사도(使徒)’가 되려고, ‘정의를 구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정의는 무엇일까? 정부수립이후 수많은 사법 고시 합격자들이 양산되었는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정의가 확립된 나라가 되었는가? 아무도 단호하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그들에 의해 우리나라의 정의는 매우 왜곡되어 왔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무전유죄나 유전무죄라는 말처럼 말이다. 이런 사례는 드물다고 강퍅하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 마음이 무겁기 짝이 없다.
나에게 정의(正義)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가난한 자, 힘이 약한 자, 소수자의 하소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정당한 주장에 편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나의 소박한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이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최동훈 감독이 영화 ‘암살’을 통해서, 서사는 친일파 암살이었지만, 우리 관객에게 전하고 싶어 했던 메시지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자!’였다고 말하고 싶다. 따라서 나는 지금도 기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주 썼던 말처럼
‘온 나라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좋은 나라가 되기를 ……’
첫댓글 아석! 당신의 필력에 삼가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나라가 이렇게 되는데 많은 죄를 지은 죄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신의 정의로움에 숙연해 질 뿐입니다.
영화를 본 이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더 "아석", 당신의 모두를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관객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할까?"일 것이다.
수많은 관객이 그 영화를 보고 느끼는 바는 모두가 자기의 처지와 지식과 교양의 수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한 부분만 기억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자기중심적 편향의 사고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읽어보니 누가 주인공이라고 말 할 수 없이 사건이 얽힌 영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이 감상문을 읽은 이들은 극장에 가서 따로 영화를 감상하지 않아도 감독과 출연자들이 전하고자하는 메세지는 더 자상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아석!
장문의 '영화 감상문'작성하느라 수고 했네요.
수고했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줄거리 소개가 탁월하고요, 마지막 정의에 대한 멘트가 와 닿습니다. 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