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지맥 산행이고 거제지맥과 북거제지맥 합치면 100km는 되는데 잘 걸어낼 수 있을지 염려된다.
청명과 남부터미날에서 4일 6시40분 출발한다.
거제터미널 근처에서 국밥먹고 거제대교로 이동해 광천사 앞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첫번째 봉우리 시래산이다.
시야가 트인 곳에서는 바다가 보여 조망이 멋지다.
배경이 좋아 웬만해서는 사진을 찍지 않는 청명을 세워 한장 찍는다.
정상 등산로가 아닌 곳이라 잡목을 만난다.
2.6km지점 우두봉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온과 땀이 흐르지 않게 적당히 불어주는 바람이 산행하기 딱 좋다.
가시 잡목에 찔려도 보통은 통증이 금방 가라 않는데 손톱 밑을 세게 찔려 산행내내 통증이 가라않지 않는다.
지맥 졸업이 얼마남지 않은 반바지님 코팅지가 많이 보인다.
초반 등로 안 좋고 개금치 도착하기 전 일정구간은 잡목이 심한 편이고 이후는 괜찮다.
15.7km지점 거제뷰컨트리클럽 근처 식당에서 돼지국밥으로 저녁 먹고 편의점에서 물과 햇반과 빵을 보충해 출발한다.
화려한 불빛의 많은 건물을 보니 거제도 큰 도시 같다.
종합운동장에서 "거제 시민의 날" 행사가 있어 형형색색 조명이 보이고 관중들의 함성 소리와 음악 소리가 한참 동안 들린다.
골프장 불빛이 대낮처럼 밝다.
18.4km지점 계룡산 주변은 암릉이 많다.
밤이라 멋진 조망을 볼 수 없는 것은 아쉽다.
위험구간에는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계룡산 전망대인데 안내 사진을 보니 낮에 오면 참 멋질 듯 하다.
갑자기 앞에 소떼들이 나타나 깜짝 놀랐다.
조금 전에 철조망 밑을 기어서 통과 했는데 아마도 소를 방목해서 키우는 목장 안으로 들어온 듯 하다.
정적만 흐를 뿐 길을 터주지 않아 소들과 대치하며 살짝 쫄아 있는데 청명이 "소들은 안 덤빈다"는 말에 용기내어 살짝 옆으로 우회하여 지나는데 어둠과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뿐 그곳에도 소들이 많았고 소 무리의 중간쯤 통과할때 자다가 놀란 소 한마리가 뛰자 다른 소들도 덩달아 뛰어 "두두두두두~"한동안 소 발굽 소리가 들린다.
얼마간 지나니 도망가다 멈춘 곳이 하필 가야 할 등로라서 또다시 놀란 소들이 뛰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우리가 갈 방향과 다른 곳으로 뛴다.
거제지맥 완주하고 몇시간 쉬다가 밤에 다시 와야 할 북거제지맥 분기점이다.
누군가 쌓아놓은 여러 무더기의 돌탑이다.
청명이 먼저 졸음이 왔고 이후 나도 얼마간 졸며 걷다 눈이 감기고 비틀거려 도저히 갈 수 없어 자고 가기로 하고 누워 잠깐 잠들었으나 바닥의 한기와 찬바람으로 깨고는 추위에 잠들지 못하고 한동안 그렇게 누운 채로 있다 산행을 재개한다.
그래도 잠깐 잔 효과로 이후 졸립지 않는다.
35km지점 북병산이다.
해돋이를 보려 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보지 못한다.
46.8km지점 가라산을 지난다.
이후 다리에 힘이 빠져 청명 속도에 맞추기 어려워 천천히 갈테니 먼저 가라 하고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며 생각한다.
원래는 북거제지맥까지 하는 계획이지만 하룻밤을 자면 모를까 몇시간 찜질방에서 쉰다고 다리 힘이 생기진 않을 듯 하고 청명에게도 방해 될 듯 하여 거제지맥만 하고 귀경하기로 결정한다.
거제지맥 합수점은 군부대가 있어 갈 수 없고 대포전망길에서 군부대 임도길로 들어갔다 리턴해 나와야 한다.
청명을 만나 내 생각을 얘기했고 청명은 "이 먼곳을 언제 또 오냐"며 혼자라도 북거제지맥을 진행하겠다 한다.
청명에게 "근육이 많아 보이지도 그닥 힘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어찌 그리 잘 가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냐?" 물으니 정신력으로 간다 하여 "난 지맥하면서 체력만 동원하고 정신력은 동원하기 싫다" 하니 웃는다.
택시로 터미널 근처로 와 어제 먹었던 국밥집에서 뒤풀이하고 난 터미날로 청명은 찜질방으로 향한다.
어제 점심,저녁 오늘까지 연속 돼지국밥만 세번 먹는데도 질리지 않고 맛있기만 하다.
청명과 식성이 비슷해 다행이다.
터미널에서 차시간 기다리며 졸고 있는데 청명에게서 전화가 와 찜질방 두곳을 돌았는데도 영업을 안해 그냥 귀가 하겠단다.
그렇게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하나라도 끝냈으니 뿌듯한 맘으로 귀가하고 북거제지맥은 겨울철 하기로 한다.
이제 10번 정도만 같이 하면 청명은 졸업이고 혼자 지맥을 이어가야 하는데 밤샘 산행은 그만하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낮산행 위주로 할 계획이다.
첫댓글 체력을 앞서는게 정신력이죠
오래전에 다녀온길이건만 어디가 어딘지 알길 없고 야간에 조우한 소는 성질이 온순해서 사람을 보면 관심을 보일뿐 덤비지 않으니 서로가 마주보며 호기심으로 구경하게 됩니다
수고로운 산길 잘보고 갑니다
저는 거의 매주 쉼 없이 산행하고 밤길 별생각없이 걸어서 그런지 얼마전 다녀온 길도 헥갈립니다ㅎ
소가 대부분 온순하긴 한데 한 성격하는 소도 있는지 어릴때 집에서 키우던 소에게 두번 들이 받힌 기억이 있어 좀 쫄긴 했습니다.
방장님 글 보아 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거제도 전체 종주를 하는 바람에 왠만한 봉우리는
다 섭렵했는데 막상 지맥길을 걷지 않았네요....ㅎ
봉우리로 치면 거의 다 걸었을것 같은데...
들머리인 시래산쪽이 길이 좋지 않았는데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것 같네요.
북거제 지맥길은 더 안좋으니 각오하시고요.....ㅎ
여기 산행하고 진드기가 두마리나 붙어 있었고
그 이후 산행에도 진드기가 수시로 옷에 붙어서
엄청 신경쓰면서 산행을 하였습니다.
각별히 조심하셔야 할듯.....
남은 지맥길도 무탈한 산행 기원합니다.
거제까지 전국에 산이란 산은 다 섭렵하셨군요.
북거제 갈때 정글도 꼭 챙기겠습니다.
이번에는 바닥에 누워 자기까지 했는데 진드기 검사를 안했는데 해봐야겠습니다.
늘 후기글에 관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3주 쉬다가 할려니 몸이 아직 적응이 안되어 힘들지 않았을까...
몸이 만들어져 있을때 고 하는 수밖에~^^
담주에 또 즐겁게 걸어 보자구
간만에 지맥산행 탓도 있지만 산행 외에는 하는 운동이 없으니 다리도 가늘고 근육도 없어 ㅎ
평상시 종아리 허벅지 근력운동도 필요한 듯~
근데 장거리 2무박 산행은 안할거라서 괜찮아 ㅎ
나 긴거 한방에 못하니 쪼개서 해~ㅎ
그려 다음주 또 즐겁게 걸어보자구^^
포근한빛님 은근 유머있으셨구나^^
후기 보며 빵~~ 터지며 웃어봅니다.
정신려과 체력이라...
산행 중 느닷없이 소떼를 만난다면 진짜 어찌해야할지 얼음 될듯 합니다. 많기도 많네요. 추워 소리가 절로 나는 아침 저녁입니다. 건강 산행 이어가셔요.
그닥 유머있는 사람은 못되는데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지요.
소떼를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ㅎ
여름보다는 확실히 산행이 좀 더 수월해 많이 걸어야 하는데 체력이 많이 약해진 느낌이네요.
늘 즐거운 산행 이어가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