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날에 즈음하여 ◈
오늘은 577돌을 맞은 한글날이지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10월 9일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해 기리고 있어요
한글학회·국립국어원 등에 따르면, 한글날을 처음으로 기념한 날은
1926년 11월 4일이었지요
‘세종실록’을 근거로 조선어연구회가 ‘음력 9월 29일’(1446년)을
훈민정음 반포일로 봤고, 이날의 양력일인 11월 4일에
기념식을 열었던 것이지요
이름도 한글날이 아닌 ‘가갸날’이었어요
이후 조선어연구회는 1928년 기념일부터 한글날로 부르기 시작했지요
또한 양력이 일반화되면서 1934년부터는 훈민정음 반포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28일에 한글날을 기념했어요
하지만 1940년 7월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됨에 따라,
한글날의 날짜도 바뀌었지요
조선어학회가 책의 끝에 적힌 ‘9월 상순(1~10일)’을
훈민정음 반포 시점으로 해석했고, 상순의 끝 날인 ‘음력 9월 10일’을
반포일로 잡은 것이지요
결국 1945년부터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이 한글날이 됐어요
그렇다면 북한의 경우는 어떨까요?
북한 역시 ‘조선글날’이라는 이름으로 한글을 기념하고 있어요
다만 ‘조선글날’은 1월 15일이지요
이는 우리가 훈민정음 반포일을 기준으로 한글날을 기념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창제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매년 한글날이 되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이목이 쏠리고 있어요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은
한글, 즉 훈민정음이라는 문자 체계의 사용 방법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지요
국보 제70호이며,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어요
훈민정음은 그 자체로 글자의 이름이며, 책의 이름이기도 하지요.
다만 발견된 책에서 훈민정음이라는 글자를 해례하고 있어
책을 ⟪훈민정음⟫ 또는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명칭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한글이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해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는 책으로, 1940년에 와서야 비로소 다시 발견되었지요
이를테면 한글의 "설정집". 국문학자 (한글학자)에게는 당연히 보물 중의 보물이고
세계 언어학자들에게도 극히 소중한 자료이지요
대규모의 언중이 실제 사용 중인 문자 시스템에 대해, 이를 만들어낸 사람이
직접 해설을 달아놓은 자료는 전세계에 오직 "훈민정음 해례본" 뿐이 없어요
심지어 이 해례본은 논문초록의 구성방식을 띠고 있는데,
문제원인 - 문제제시 - 연구요약 - 결과 및 예상효과의 방식을 띠기 때문이지요
"훈민정음 언해본"에서는 제작 원리 내용(해례)이 실려있지 않았기 때문에,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한글의 창제에 대한 여러 가지 구구한 추측이 난무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국가유산을 개인이 소장하고 있지요
훈민정음 혜례본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61)씨는 8일
“지금이라도 1000억원만 주면 즉각 내놓겠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어요
배씨는 “지금으로선 국가에 보상 받을 가능성은 없으니,
지자체나 기업에서 구매할 의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내놓을 의사가 있다”며 “하지만 구매에 나선 이들도
1000억원만 제시하면 이후부터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말했지요
수십 년 동안 소장한 상주본이 잘 보관되고 있느냐는 질문엔
“국가가 보관해야 하는 국보급 문화재를 개인이 보관하는 데
관리가 잘 되겠냐”고 답했어요
상주본은 지난 2008년 7월 고서적 판매상인 배씨가
“집을 수리하다 발견했다”며 지역방송에 처음으로 공개했지요
배씨가 주장하는 상주본 보상가 1000억원은
2011년 9월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상주본=1조원’이라는
감정가액을 평가한 이후부터 시작됐어요
배씨가 이를 근거로 문화재청 감정가의 90%는 국가에 양보하고
10%인 1000억원을 주면 내놓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요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배씨의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상주본의
감정가액을 의뢰하자 문화재위원 등 4명이 모여 심의했다”며
“금전적 판단 자체가 값을 논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보물이지만
굳이 따진다면 1조원 이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어요
2017년 4월 배씨는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아달아”며
국가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2019년 9월 대법원은
“훈민정음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고 최종 판결했지요
그러나 배씨는 상주본의 소재를 밝히지 않고 현재까지 버티고 있어요
앞서 검찰과 국가유산청은 수차례 배씨 주변을 압수수색을 했으나
상주본 행방은 지금까지 오리무중인 상태이지요
국가유산청은 최근까지 배씨 집 벽장, 이웃에 보관 중이던
배씨의 개인금고, 텃밭과 인근 야산까지 샅샅이 훑었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했어요
이 같은 방법으론 상주본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자
국가유산청은 배씨에 대해 초강수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요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상주본이 국가 소유인 만큼
배씨가 계속 반납하지 않을 경우 사법기관과 협의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앞서 배씨는 상주본을 낱장으로 뜯어서 몰래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버티다 문화재 훼손·손괴 등 문화재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됐지요
검찰은 징역 15년을 구형했고,
2012년 2월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어요
그런데 같은 해 9월 대구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배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지요.
배씨도 이전에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상주본을 내놓겠다고 했어요
2014년 5월 29일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면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지요
이는 재물손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로 판단한 것이지
배씨의 상주본 소유권을 인정해준 판결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배씨는 아직까지 국가문화유산을 내놓지 않고 버티고 있지요
다른 국민은 국가를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고 있는데
배씨도 국가를 위해 고집을 꺽을 때가 됐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지난 2017년 4월 배익기씨가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2008년 이후 모습을 감췄던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서 불이 났을 당시
종이가 물에 젖어 자국이 생겼고, 여백의 일부가 탄 상태였어요
▲ 지난 2020년 10월 7일 경북 상주시 낙동면 자신의 골동품 가게에서 배익기씨가
훈민정음 상주본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