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시인이었을 적에
솔정수 윤성조
국립 박물관 한편
적갈색 민무늬 토기 표면 조각조각 이어 붙인 자국들은
겨우 몇백, 겨우 몇천 생애쯤 전
문자 같은 거 없어 쓸 것 없는 모든 야만이 정말 날것의 시였을
그야말로 불립문자 시대에,
흙덩이 반죽 주물러 울을 짓는 황톳빛 벌거벗은 등짝의 땀줄기가
부끄러울 것 없는 시어의 조탁이었을 때에,
무늬 없음이 모든 무늬이고 퇴고이고 완성이었던 무렵에,
불과 그늘 속에서 텅 빈 행간이 제법 단단해진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불 속에다 침묵을 넣고 굽기 시작하던 시절에
어느 고인돌 아래 고이 누운 내 서늘한 갈빗대 그늘에다 식혔던
속살 벌건 내 선사先史 시어, 그 뜨거운 어절들의
창세기創世記
*울 : 속이 비고 위가 트인 것의 가를 두른 부분. 그릇의 둘레 부분
출처: https://soljungsoo.tistory.com/8489108 [솔나무 그늘 밑 맑은 샘터 - 솔정수:티스토리]
첫댓글 멋집니다 진짜
ㅎㅎ 감사합니다!
건안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