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못 가는 ‘코로나 세대’사회정서적 발달 비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수업으로 청소년들이 사회정서 발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는 ‘코로나19 전후, 학생의 사회정서적 경험과 학습 패턴의 변화’를 연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사회정서적 발달 요인이 하락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아동의 사회정서적 발달과 방과 후 활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버드대 PEAR연구소와 베를린 자유대학이 함께 참여했다. 지난해 7월 국내 초등학생 261명, 중학생 218명, 고등학생 396명 등 8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분석했다.
지난해 2학기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를 못하고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듣고 있는 초등학생. ⓒ 연합
활동지향성,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 감소
연구팀은 학교에 정상 등교하면서 교사·친구들과 교류하며 학습했던 2019년 2학기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 원격 수업을 했던 2020년 1학기 사이에 학생의 사회정서적 경험과 학습 패턴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분석했다.
사회정서적 발달 경험은 활동지향성, 역경에 대한 극복 의지, 어른과의 심리적 친밀감,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 등이며, 학습 패턴은 자기 주도적 학습, 협동 학습 등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심적 편안함, 학교에 대한 인식 등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모든 사회정서적 발달 요인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활동지향성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큰 폭으로 줄었다.
연구팀은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인식은 학업 동기와 사회적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학습 참여와 학업 성과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 격리 속에 소외와 우울함을 경험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학생들이 어른(기성세대)과의 심리적 친밀감도 떨어진 것으로 확인했다. 세부 문항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양적으로 늘었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터놓고 말하는 소통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발견됐다. 이는 특히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녀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계층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언론 보도 등으로 접하게 되면서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드는 상황이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형성하고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기회를 줄여 친밀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취약 계층 교육 안전망 구축 시급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의 학교에 대한 인식, 자기 주도적 학습, 협동 학습에도 변화가 있었다. 먼저 학교에 대한 인식은 원격 수업이 대폭 이뤄지면서 배움의 공간으로서 학교에 대한 신뢰감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대면 원격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원격 교육이 지식 전달 위주의 일방적 수업이 되었으며, 학교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다양한 사회적 활동과 정서적 연대와 교감이 제한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학습이 전면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협동 학습 경험’이 가장 큰 하락을 보였다.
연구팀을 이끈 성균관대 배상훈 교수는 “코로나19 전후로 나타난 사회정서적 발달의 지체와 학습 결손 현상이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취약 계층을 위한 교육 안전망을 구축하고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교육적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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