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으로 16회차를 맞이하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의 후보작을 소개합니다.
제 16회 한국대중음악상이 한국 대중음악이 더욱더 번영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벅스 가족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페셜이벤트]
2월 12일(화) 부터 2월 21일(목)까지 한마디를 남겨주신 분들 중 열 분을 추첨하여, 제 16회 한국 대중음악상 시상식 초대권(1인 2매, 현장 수령)을 선물로 드립니다! (당첨자는 응모 마감일 다음 날 '벅스 웹:이벤트>당첨자 발표 란 / 벅스 앱:고객센터>이벤트>당첨자 발표 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별도 개별 알림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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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록 음반
라이프 앤 타임 - [Age]
압도적인 록이란 이런 것이다. 삼인조가 쌓아올린 견고한 소리의 구조는 외부 조력자의 등장이나 새로운 스타일 시도에도 자연스럽게 라이프앤타임 음악으로 수렴되게끔 이끈다.
긴장과 이완, 상승과 하강의 정서가 아무렇지 않게 만나고, 느닷없이 폭발해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 시간이 펼쳐진다.
정교하게 계산된 매쓰 록(math rock) 장르의 어느 한 장면이라고 그냥 넘길 수 없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감성이 앨범 내내 소리로 전달된다. (선정위원 조일동)
수퍼스트링 - [Architecture]
음악이란 좁게 말하면 곡을 쓰고 연주하는 일이고, 넓게 말하면 곡들을 조립해 구조물을 세우는 일이다.
그 구조물을 짓는 방식은 아티스트 마음이다. 고층 빌딩도, 아파트도, 바다가 보이는 별장도 가능하다.
여기 [Architecture]는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설계된 건물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을 자재로 이용해 방을 만들고 층을 올린다.
아주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건축되었다. 모순 같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정서를 자극하는 음악이다. 2018년, 놓쳐서는 안 될 록의 한 순간이다. (선정위원 이경준)
(*해당 음반은 권리사의 요청으로 서비스되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시안 체어샷 - [IGNITE]
아시안 체어샷은 최근 몇 년간 가장 중요한 밴드중 하나다.
흔히 한국적 정서라고 일컫는 밴드의 정체성이 다른 밴드와 구분하는 잣대가 되었고, 신중현까지 호출해가며 먼지쌓인 한국 록 족보를 꺼내게 했다.
정체성 못지 않게 연주와 사운드도 뛰어났다. 전작과 공연들이 증명한다.
두 번째 정규앨범인 [IGNITE]은 아시안 체어샷의 또 다른 미덕을 확인하게 한다.
한국적 정서나 연주력보다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먼저 포착된다.
정체성과 연주력을 증명하는 단계에서 지나 자기 이야기를 자기 소리로 표현하는 밴드가 되었다.
밴드는 자신감에 차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주제의 흐름에 따라 굽이치고 떨어지고 폭발하는 연주는 전통적이고 또한 독창적이다. (선정위원 최지호)
에이치얼랏 - [H a lot]
록 음악이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라 말한다. 과장일 수도 있고, 실제 그 상황을 목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시대에 새로운 록 밴드가 탄생했다.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멤버들은 그런 시대적 상황과 자신들의 배경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록의 매력을, 연주의 매력을 들려주는 데만 집중한다.
록의 뜨거운 에너지에 감성을 얹었다.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록적'이다. (선정위원 김학선)
플러그드 클래식 - [Sabai]
까슬까슬하다 못해 아주 뻑뻑하게 헐거인의 분노를 연상케하는 사운드가 접근한다.
음악애호가들이 록 장르에서 기대하는 힘과 에너지를 여실히 만족시키는 강함을 부각한 음악이다.
클래식 록에서부터 개러지 록을 경유해 하드코어에 근접한 질감으로 그렁거림과 지글거림을 선사한다.
음악이라는 대중매체에서 레코딩과 믹싱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밴드의 정체성을 어떻게 충실히 잘 드러내게 하는지 또 하나의 예시가 추가되었다. (선정위원 박병운)
최우수 록 노래
라이프 앤 타임 - ‘잠수교’
잘 당겨진 화살처럼 긴장감 넘치는 리듬이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청자를 꼭 잡아놓는 가운데 펑키한 리듬커팅과 아르페지오를 오가며 다채로운 기타가 수를 놓는다.
화려한 연주력을 가진 팀이지만 절제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데 그 느낌이 또 다른 긴장감을 낳는다.
라이프 앤 타임의 두 번째 앨범인 [Age]는 전반적으로 나이듦에 대한 명상적 내용들이 채워져 있는데 그 중 '잠수교'는 앨범의 이미지를 가장 잘 구현해 놓은 곡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잠수교를 뚜벅뚜벅 걷는 마음을 헤아리다보면 절제하고 있는 연주가 더욱 빛을 발한다. (선정위원 최지호)
아시안 체어샷 - ‘빙글뱅글’
밴드가 표방한 타령록의 완성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굵직굵직한 셔플 리프로 긁어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게 만들어낸 톤을 자랑하는 손희남의 기타와 셔플 리듬 사이로 묘한 변박을 집어넣는 이용진의 드럼 리듬이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자아낸다.
밴드의 연주 위로 특유의 고음을 찢어내는 황영원의 노래가 만나는 장면은 아시안 체어샷만이 만들 수 있는 독특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선정위원 조일동)
에이치얼랏 - ‘If you ask me’
체념의 감정을 폭발하는 록 사운드에 담았다. 왈츠곡처럼 우아한 선율은 작열하는 전기기타와 난타되는 심벌의 노도 위를 난파 직전 선박처럼 오르내리고 춤춘다.
통기타와 피아노, 치고 빠지는 미세한 리듬 변화를 활용한 편곡이 5분 넘는 재생시간을 시종 역동적으로 만든다.
말미의 온음 올림 조바꿈과 울림 효과를 강조한 제창은 듣는 이를 마침내 가상의 텅 빈 스타디움으로 안내한다.
이 곡은 패자를 위한 불꽃놀이, 패전을 향한 뜨거운 응원가다. (선정위원 임희윤)
에이치얼랏 ‘Prom’
굴곡된 틀을 오가는 연주의 단단함은 에이치얼랏 음악의 중심이다.
그 중심의 가장 정중앙에 위치한 'Prom'은 대중을 향한 음악의 본질이 확연하게 배여 있는 곡이다.
듣는 이를 빠르게 흡수하는 멜로디와 가창의 화려함은 메인스트림을 평정하고도 남을만한 순도 높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주요 매체들이여, 왜 이런 멋진 곡을 대중에게 소개하지 않는가. (선정위원 고종석)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 ‘난 뚱뚱해’
블루스는 진지한 음악이 아니다. 블루스는 할 말 하고 즐길 거 즐길 줄 아는 자유의 음악, 농담의 음악이다.
느려도 그루브가 살아있고 나른한 연주에는 찰나의 번뜩임이 심줄처럼 박여있다.
최항석은 이 곡에서 행복하려면 뚱뚱해지라고 말한다. 심지어 뚱뚱해져야 부자가 된단다.
기타 톤과 연주에서 이미 고백하고 있는 '비비 킹 할아버지'까지 끌고 와 그는 '뚱뚱 예찬'으로 6분 13초간 너스레를 떤다.
언뜻 들으면 그냥 웃긴 곡 같지만 기타, 베이스, 키보드, 올겐, 드럼, 코러스가 빚어내는 짱짱한 일렉트릭 블루스 사운드는 이 곡을 마냥 웃고만 넘길 수 없게 만든다.
그것만큼은 '진지'하다. 진지한 감상, 자유로운 연주. 블루스는 이상한 음악이다. (선정위원 김성대)
최우수 모던록 음반
ADOY - [LOVE]
ADOY의 음악은 장르의 선을 명확히 그으려는 이들에겐 다소의 곤혹스러움을, 듣기를 즐기는 이들에겐 육체적 즐거움과 정서적 편의를 선사하는 음악이다.
온건히 대중들을 위한 음악이자 시대 위를 걷는 젊은이들에겐 가장 유효한 배경음악이 될 음악이다.
무엇보다 2018년에 발매한 본작은 ‘사랑’이라는 영원불멸의 테마를 껴입고 이젠 온화함마저 선사한다.
유독 소문난 멤버들 간의 유기성과 이를 입증하는 눈앞의 흡족한 무대가 이를 증명한다.
신스 사운드와 그루브함, 새삼스러운 씨티팝의 기조가 섞이어 근사한 세련됨의 총합을 이번에도 들려준다. (선정위원 박병운)
데카당 - [데카당]
록과 모던 록의 경계를 허문다.
포스트 펑크, 소울과 재즈를 거짓말처럼 혼합한다.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과도적이었던 [ㅔ]를 벗어나, 이들은 이제 자신들이 무엇을 잘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단계로 진입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완성'을 지향하지도 않지만 기묘하게 매력적인 음반. 전위적이며 아름답다. 괴랄하며 감각적이다. 강박적이며 자유분방하다.
나열한 모든 수식어들을 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다. 멋진 음반이다. (선정위원 이경준)
세이수미 - [Where We Were Together]
비치 보이스의 서프 록에 캘리포니아 해변이 있었다면 세이수미의 서프 록에는 광안리 바다가 있다.
비치 보이스의 서프 록에 햇볕과 즐거움이 가득하다면 세이수미의 서프 록에는 그늘도 있고 그리움도 있다. 밝음과 사랑스러움은 물론이다.
그 다양한 정서가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로 표현되고, 멜로디는 중독적이다. 서프 록과 인디 팝을 관통해 지금 여기에 세이수미의 음악이 있다. (선정위원 김학선)
자우림 - [자우림]
이 작품엔 '자우림의 모든 걸 담은 앨범'이라는 말보다 '자우림이 잘하는 것들을 담은 앨범'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자우림은 전성기의 피카소가 그린 선 하나가 가진 의미, 비틀즈를 떠난 존 레논이 음 하나에 녹일 수 있었던 내공을 그대로 자신들 것으로 만들고 비틀어 펼쳐보였다.
데뷔 20주년의 셀프타이틀이 전할 법한 부담감은 차라리 마음 편하게 음악에 맞서버린 밴드의 차분함 앞에서 설 자릴 잃은 것이다.
이것이 자우림만의 해학, 자우림의 본질이다. (선정위원 김성대)
허클베리 핀 - [오로라피플]
오랫동안 허클베리 핀 음악의 한 축을 차지하던 정서를, 기존의 방법론에 의지하지 않고도 극대화시켰다.
풍경에 대한 상상력을 탄탄한 구성과 치밀한 편곡으로 구현시킨 이 앨범은 듣는 이를 사람없는 오직 풍경의 세계로 데려간다.
관록이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세월을 보낸 밴드가 오랜 침묵을 깨고 내놓은, 숙성과 성장의 징표다.
허클베리 핀은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선정위원 김작가)
최우수 모던록 노래
나이트오프 (Night Off) - ‘리뷰 (Review)’
차갑고 푸르게 명멸하거나 여울지는 에나멜 광택의 신시사이저와 기타 사운드.
신스팝과 모던 록의 방법론을 도입하되 선율의 흐름에서는 절과 후렴구의 낙차를 자제하고 미세한 굴곡의 드라마로 이어 붙였다.
쓸쓸하고 나른한 독백의 어조를 이런 요소들이 함께 단단히 지지한다. 뜯어보면 통속적 이별가다.
주목할 것은 이 절절하거나 지질한 감상을 낯선 채도와 명도, 즉 이상한 부유감으로 떠받치는 소리의 질감과 편곡이다. (선정위원 임희윤)
세이수미 - ‘Old Town’
서프 록, 기타 팝, 인디 록, 포스트 펑크, 슈게이징... 세이수미를 수식하는 음악 용어는 많다.
이 여러 수식어들은 두 번째 정규반인 [Where We Were Together]에서도 어김없이 '순수'라는 단어로 묶이며 밴드의 정체성을 규정짓는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기타 리프 속에 세이수미는 모두가 떠나가는 자신의 ‘Old Town’에 대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해 무덤덤한 목소리를 늘어놓는다.
경쾌한 템포지만 흥겨움과는 거리가 멀고, 삽입된 박수 소리는 반향 없이 공허하다.
서구발 인디 록을 완벽하게 자신만의 영역으로 흡수했음을 확인시켜주는 트랙이다. (선정위원 송명하)
장기하와 얼굴들 - ‘그건 니 생각이고’
노래인지 랩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감히 규정할 수 없는 아리송한 '말솜씨'부터 매끈한 사운드의 새초롬한 여백까지, 장얼만이 뽑아낼 수 있는 '마성의 오리지널리티'가 이 한 곡에 집약되어 있다.
그들이 활동한 지난 10여 년 동안 왜 제2의 장기하가 나오기 힘들었는지, 다시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없는' 밴드가 남긴 상당한 여운이다. (선정위원 김두완)
허클베리 핀 - ‘누구인가’
'공간의 이동과 확장.' 허클베리 핀의 새로운 시작을 담아낸 6집 [오로라피플]을 아우르는 주요 테마다.
그 중에서도 '누구인가'는 빛을 향하는 상승 이미지를 담고 있는 곡으로, 공감각적인 음악 언어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두 멤버의 목소리가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또한 소리를 갈고 닦아 촘촘하게 엮어낸 사운드 디자인 역시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확실히 대변한다. (선정위원 김홍범)
혁오 - ‘LOVE YA!’
아티스트가 ”이 세상의 모든 연인을 응원합니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이 곡에 대한 소개를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도 거창한 선정의 변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문득, 왠지 곡을 듣는 내내 비틀스(The Beatles)가 떠올랐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 혁오는 솔직하고 담백한 사랑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나 봅니다. (선정위원 김봉환)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음반
DARK MIRROR OV TRAGEDY - [The Lord Ov Shadows]
대서사시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최고의 심포닉 블랙메탈이다.
긴 호흡의 서사를 하나씩 맞춰나가는 세심하고 정교한 구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치밀한 연주는 역작이라는 말 이상의 표현을 찾을 수 없다.
한 편의 잘 만든 고전적 공포영화를 본 것 같은 유려하고 세련된 드라마틱한 전개는 놀라울 따름이다. (선정위원 조일동)
Day Of Mourning - [This Too Will Pass]
2017년에 이어 올해에도 왓챠웃레코드의 약진을 대변하는 움직임은 있었는데, 중심엔 Day Of Mourning이 그 역할을 했다.
이 밴드는 젠트(djent)와 그루브함이라는 근간의 뚜렷한 경향을 충실히 대변한다.
보컬 카를로스의 탁월한 보컬은 클린과 사타닉을 오가며, 음반의 곡 전반이 그루브함과 아르페지오가 숨 가쁘게 교차한다. (선정위원 박병운)
노이지 - [Triangle]
최신 헤비니스의 동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힙한' 작품이다.
올 댓 리메인즈, 아키텍츠, 어벤지드 세븐폴드가 끊임없이 소환되고 반추된다.
간결한데다, 핵심이 잘 표현되어 있고, 역동적이다. 서사는 명징하고 연주의 정합성은 놀라움을 안긴다. (선정위원 이경준)
멤낙 - [Command Hallucination]
어떤 결과에 다다르건 멤낙이 2018년에 발표한 데뷔 음반은 한국 헤비메탈의 역사에 분명한 흔적을 남길 작품이다.
앨범의 재킷에서부터 수록곡 전체에 배인 데스 사운드의 광폭하고 매끄러운 결과물은 반복을 더하게 만드는 매력을 품고 있다. (선정위원 고종석)
최우수 팝 음반
BoA - [WOMAN]
이 앨범에 흐르는 탄탄한 안정감은, 이미 '완성'을 지나쳐서 자칫 따분해질 수도 있는 단계에 들어선 케이팝 산업의 시스템을 스스로 단단히 틀어쥔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아이콘으로서 이 산업을 살아낸 이가 자신의 삶을 꿰뚫는 케이팝의 봉오리들을 사운드와 주제 의식 모두에서 철저히 현재화하는 이 작품은 그래서 케이팝에 '관한' 앨범으로 읽을 여지도 충분하다.
당대에 가장 필요한 것들을 제안한다는 측면에서 댄스 팝의 가치와 가능성을 재확인해 주는 역작. (선정위원 미묘)
방탄소년단 - [LOVE YOURSELF 結 ‘Answer’]
압도적이다. 두 장의 CD에 나눠 담긴 총 26곡의 트랙들은 'LOVE YOURSELF'라는 하나의 테마 아래 2년 5개월 여 간 굳건히 이끌어온 서사와 그룹 안팎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 각종 이슈들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능숙하게 녹여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기발표곡에서 각 멤버들의 솔로곡, 리믹스까지 난장(亂場)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이 소리와 화제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굳건하게 선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이 주는 안정감이다.
이 무게와 이 열기와 이 볼륨을 지금 견딜 수 있는 건, 오직 이들뿐일 것이다. (선정위원 김윤하)
엄정화 - [The Cloud Dream of the Nine]
열 번째 앨범을 발표하는 동안 이렇게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새롭게 가다듬어온 여성 뮤지션이 또 있을까.
이번에는 구운몽이라는 컨셉트로 디스코, 알앤비, 신스팝,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음악(인)들과 조합하였는데, 엄정화라는 필터를 거쳐 세련되고도 강렬한 하나의 앨범이 탄생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시간이 흘러도 낡지 않을 수 있음을, 자신의 현재적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선정위원 최지선)
이문세 - [BETWEEN US]
[BETWEEN US]는 이문세라는 가수의 한 분기점이자, 한국 어덜트 컨템퍼러리를 새롭게 규정하는 앨범이다.
이름이 아닌 오직 음악에 의존하여 모은 곡들을 마치 자신이 만든 곡처럼 이문세는 소화한다.
선곡과 배치를 통해 '앨범'으로서의 드라마를 써내려간다.
이문세와 비슷한 시기에 음악계에 이름을 올린 가수 중, 동시대 음악과 이런 호흡을 보였던 이가 또 있었던가. (선정위원 김작가)
이진아 - [진아식당 Full Course]
독창적이면 난해해지기 마련이고, 보편적이면 진부해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아식당 Full Course]는 독창성과 보편성을 둘 다 잡았다. 이진아라서 가능했다.
보컬과 건반은 이 앨범에 독창성을 빚어냈고, 곡의 멜로디와 가사는 보편성을 덧칠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전작들에서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던 바다.
과거 이진아의 음악이 재즈와 팝의 결합을 매력적으로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힙합과 전자음악까지 발을 내딛는다. 동년배의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돋보인다.
이 와중에도 중심은 단연 이진아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진아화 시켜버렸다.
이진아라는 요리사가, 장르라는 재료들로, 근사하게 준비한 풀코스 요리다. (선정위원 정윤범)
장필순 - [soony eight : 소길花]
장필순이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8집.
장필순 혼자가 아니라 조동진, 조동익, 조동희, 박용준, 이상순, 이적, 이경 등 가족과도 같은 음악공동체와 함께 작업한 집단 창작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멜로디, 가사, 사운드, 창법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
1990년대 하나음악의 전설이 2018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한 앨범. (선정위원 서정민)
최우수 팝 노래
ADOY - ‘Wonder’
데뷔작 [CATNIP](2017)이후 1년 만의 후속작 [LOVE]를 통해 아도이는 그들의 장점이자 주특기가 된 ‘도회적인 세련된 팝 만들기’의 능력을 더욱 대중적으로 부드럽게 다듬어냈다.
그리고 타이틀곡인 이 노래는 바로 그 작은 변화를 대표한다.
여유로운 리듬의 반복, 속삭이듯 부유하는 보컬, 서늘한 1980년대식 영국식 팝 감성이 연상되는 편곡까지, 2010년대 도시 속 청춘들의 '사랑'에 관한 감정의 단면들을 정확히 사운드로 대변하는 곡이라 생각한다. (선정위원 김성환)
레드벨벳 - ‘Bad Boy’
'Bad Boy'는 2017년 ‘빨간 맛(Red Flavor)’과 [Perfect Velvet]을 통해 정점에 달한 레드벨벳 브랜드의 위상을 굳힌 2018년의 완벽한 후속타다.
과거를 함의한 2000년대 네오소울 무드와 현재를 대표하는 트랩 비트를 밀고 당기는 음악 및 보컬의 절묘한 감각이, '배드 보이'를 굴복시키고 스스로 다시 '배드 걸'이 되는 스토리텔링의 주체적 밀당과 완성도 높은 조화를 이룬 작품.
알쏭달쏭 달콤하고 경쾌하게 끈적인다. (선정위원 정병욱)
방탄소년단 - ‘FAKE LOVE’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 음악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룹의 성향과 방향성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방탄소년단처럼 트랙 하나하나가 차곡차곡 쌓아온 서사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FAKE LOVE'에서는 이 곡이 실린 앨범의 인트로를 담당한 뷔가 도입부를 맡고, [LOVE YOURSELF] 시리즈에서 솔로곡을 통해 멤버들 중 가장 애틋한 정서를 노래하던 진이 후렴구를 부른다.
그리고 그가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사랑의 이면을 노래할 때, 'FAKE LOVE'라는 트랙의 효용은 완벽하게 증명된다.
타이틀곡 하나로 방탄소년단이 꼼꼼하게 그려온 세계의 완결성과 완전함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선정위원 박희아)
방탄소년단 - ‘IDOL’
기성세대의 극단적인 거부와 평단의 노골적인 비아냥을 뚫고 아이돌 음악은 4반세기를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IDOL'에 이르러 이 쾌속항진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누가 막을 수 있겠냐”는 메시지와 잊히던 장단의 역습을 통해 여전한 기존의 편견에 특이점을 실현한다.
이처럼 과감한 실험으로 그에 맞는 애티튜드의 실현을 가져온 예는 그리 많지 않다. (선정위원 현지운)
헤이즈 - ‘Jenga’
우리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지금까지 '팝'이라는 카테고리에 두었던 음악은 록, 포크 기반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시대는 알앤비나 일렉트로닉과 공유할 수 있는 감성들이 '팝'의 대표성을 띈다고 생각합니다.
음원차트 성적이라는 데이터 지표를 만족시키면서 여기에 음악적인 만듦새까지 탄탄한 곡은 생각보다 흔치 않습니다.
'Jenga'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발라드'로서 올해 가장 중요한 팝 노래임에 분명합니다. (선정위원 김봉환)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Two Tone Shape - [Shapes]
음반이 발매되기 이전부터 투 톤 쉐이프는 한국 하우스 씬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였다.
국내에서 듣기 힘든 올드스쿨 장르들을 완성도 높게 구현한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재분해해 실시간 조립하는 고난이도의 라이브를 선보여 쉽게 따라오지 못할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Shapes]는 공연으로 선보이던 그들의 오리지널 트랙들 중 일부를 선별해 담아낸 데뷔 EP다.
레이브, 애시드, 재즈 등 과감한 시도들을 하면서도 멜로디, 사운드, 구성 등에서 베테랑다운 안정감을 선보여 새로운 시도이면서도 보편성을 절충하는 놀라운 성취를 보여줬다.
'디스코 프린스'라 불리던 캐비넷의 변신의 노력 또한 느껴져 뮤지션의 자기 발전 측면에서도 좋은 본보기가 됐다. (선정위원 이대화)
공중도둑 - [무너지기]
팽팽한 통기타 리듬 위에서 신시사이저의 파형이 불규칙적으로 퍼진다.
모던록인지 전자음악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사운드 스펙트럼은 한가지 스타일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장르의 경계선이 너무나도 얇아진 21세기 음악 문법의 장점을 백분 활용함과 동시에 형식에 옭매였던 팝의 구조에도 환기(喚起)를 던진다.
여러 번 들어도 달리 들리는 음악. 2018년 한국 대중음악의 문제작이다. (선정위원 이종민)
로파이베이비 - [N]
앨범의 가이드격으로 발표한 짧은 소설과 트랙 사이 사이 삽입된 내레이션 등 로파이베이비의 [N]은 실험적이지만, 성취는 실험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트랙마다 다른 공간을 펼쳐내며 이야기의 장면을 바꾸는 장치로서의 사운드, 캐치한 멜로디,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능숙한 연출은 마지막 곡까지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하나의 앨범에 어떻게 자신들의 색깔을 담고 그것을 어떻게 리스너에게 설득한 것인가를 깊이 고민한 수작이다. (선정위원 황효진)
모임 별 - [주인 없는 금]
'월간 뱀파이어'로 명성을 얻었던 2000년대부터, 모임 별은 어떤 내밀한 종류의 개인사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음악 팬들에게 각인되었다.
일반적인 음악가라면 그 위상이 노스탤지어의 지류 속에서 빛나는 채로 부패하도록 놔뒀을 것이다.
그 대신, 이들은 [주인 없는 금]에서 불길한 앰비언트의 공간과 여전히 기묘한 평면적 에너지를 내뿜는 신스 팝, 소리와 감정이 뒤섞이는 경계를 밝히며 자신들이 정립한 음악적 내밀함을 다시 확장시켜 나간다.
그것은 아티스트에게 시간과 감각이 고이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과정이다. (선정위원 정구원)
(*해당 음반은 권리사의 요청으로 서비스되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서 (YESEO) - [Damn Rules]
2017년의 성과는 우연이 아니었다.
[Damn Rules]의 모든 비트는 창의적이며, 멜로디는 호소력이 있고, 전체적인 사운드의 ‘상’을 구성하는 방식 역시 감각적이다.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의 논리를 갖다대도, 혹은 그냥 '팝'이라는 카테고리를 적용해도 위화감이 없는 보편적 감수성 역시 그의 커다란 장점이다.
콘셉트로서의 앨범이 아닌 싱글의 모음집으로서만 바라보아도 그 매력은 충분하다. 실로 맹렬한 기세다. (선정위원 김영대)
키라라 - [Sarah]
전자음악이 100% 기술에 의존하는 음악이기는 하지만 기술을 위한 음악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키라라의 [Sarah], 혹은 살아.
삶에 대한 걱정과 희망과 상상력과 동경과 분노를 트랙 하나하나에 담은 이 음반은 가히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키라라만의 인간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채워져 새로운 장르의 이름을 하나 만들어야 할 정도로 새롭고 놀라우며 감동적이다. (선정위원 이수정)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Pure 100% - ‘Apollo’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내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의 실력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놀라운 웰-메이드 성취를 거둘 때도 있다.
'Apollo'는 최근 유행하는 퓨처 베이스 스타일 팝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들려준 작품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애틋한 감성, 세련된 멜로디, 강력하면서도 웅장한 사운드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수작이다.
언더그라운드 스타였던 퓨어백이 베테랑 팝 프로듀서로 성장할 가능성 또한 보여줬다. (선정위원 이대화)
Two Tone Shape - ‘Color Penetration’
누디스코, 딥 하우스 장르에서 각자의 확실한 색깔을 만들어온 두 명의 프로듀서 캐비닛(Cabinett)과 글라스 캣(Glass Cat)이 만나 흥미로운 케미스트리를 발생시켰다.
침투(Penetration)라는 단어를 이미지화하면 이런 음악이 탄생하는 것일까?
드럼과 신스로 시작되는 잔잔하고 심플한 멜로디 사이로, 익숙하고도 낯선 전자음과 비트가 쉴 새 없이 삽입되며 거대하고 깊은 못을 형성한다.
마에스트로가 일렉트로닉 오케스트라 단원을 지휘하는 것 같은 온전한 통솔력과 완성미가 돋보이는 곡이다. (선정위원 김아름)
아슬 (Aseul) - ‘Seoul Girl’
유카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었던 뮤지션 아슬이 현재 이름으로 두 번째 발표한 음반 [ASOBI]는 과거 작품들에서 보여준 부유하는 공간감과 로파이적 사운드에 보다 고전적 신스 팝의 감성이 추가된 작품이다.
그 특징을 대표하는 이 곡에서는 뒤에 깔리는 리듬 그루브 위에서 그녀의 음악적 개성이 잘 부각되며, 과포화된 도시인 서울 한복판에서 '존재'에 목매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담은 가사까지 노래 한 곡에 2018년 도시 속 청춘의 정서가 잘 구현된 곡이다. (선정위원 김성환)
예서 (YESEO) - ‘Honey, Don’t Kill My Vibe’
지금의 나를 얽매고 있는 원치 않는 모든 것을 향해 던지는 경멸의 한 가운데 'Honey Don’t Kill My Vibe'가 있다.
날카롭게 벼려진 비트 위로 ‘지금 이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는 냉소가 내내 쏟아진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특유의 차가운 금속성과 속도감 덕에 노래에 가만히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 나쁜 주문에 걸린 듯한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 기분은 그대로 지금껏 예서의 음악에서 그리고 한국 일렉트로니카 음악신에서 만나보지 못했던 종류의 야망을 새롭게 그려낸다. 멋지고 과감한 싱글이다. (선정위원 김윤하)
키라라 - ‘걱정’
음악에서 종종 불안은 곧 가장 새파란 희망을 표현하곤 한다. 이 곡은 그 예다.
단절과 연속의 타임라인 위에 끼어들듯이 등장하는 소리들이 막연한 긴장과 안심을 번갈아 제공하며 듣는 이를 뒤흔든다.
그것은 늘 마음속에 흐르다가 때때로 불현듯이 튀어나오는 걱정이란 감정 또는 행위와도 같다.
다정하고 로맨틱한 존재가 되어 날아드는 걱정이 이 재치 있는 트랙 속에서 듣는 이에게 감동 어린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선정위원 미묘)
최우수 랩&힙합 음반
JUSTHIS & Paloalto - [4 the Youth]
데뷔 후 꾸준히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는 팔로알토와 데뷔 앨범으로 단숨에 언더그라운드 힙합 시장의 총아로 떠오른 저스디스의 합작 앨범이다.
22트랙이 배치된 대작이고, 다채로운 프로덕션과 주제가 뒤섞여 있지만, 둘의 조합은 산만함과 거리가 먼 결과물로 탄생했다.
앨범 전체의 색과 구성이 저스디스에 쏠려 있어 신선미를 더하지만, 팔로알토의 존재감이 균형을 맞춰 앨범의 수월한 감상을 돕는다.
앨범 타이틀에 부합하듯 자연스레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30대의 모습이 중첩되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선정위원 남성훈)
XXX - [LANGUAGE]
본작은 XXX의 전작 [KYOMI]와 김심야가 손대현과 함께 한 프로젝트 [Mooshine]의 중간 지점에 존재한다.
FRNK의 날카롭고 실험적인 비트와 마치 악기처럼 그에 유려하게 상응하는 김심야의 랩이 [KYOMI]를 고스란히 계승한다면, 단지 날것의 감정과 공격성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보다 내밀한 감정을 내던지는 스토리텔링의 설득력은 [Monnshine]에 근접한다.
두 사람의 유니크한 조합이 드디어 정반합을 이루었다는 인상을 주는 앨범이다. (선정위원 정병욱)
뱃사공 - [탕아]
[탕아]는 그동안 뱃사공이 리짓군즈 안에서 보였던 매력과는 또 다른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그는 일상으로부터 온 가사를 그루브한 베이스라인과 락 적인 요소가 가미된 기타 리프 안에서 유려한 랩 실력으로 풀어냈다.
동시에 각 곡마다 확실한 개성을 부여하는데도 성공했다.
'로데오'에서는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외롭지만 괜찮아'에서는 진득한 기타 솔로와 코러스 라인으로, '우리집'에서는 밴드 사운드 위에 덤덤하지만, 애정이 느껴지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얹었다.
비슷한 스타일로 찍어 낸듯한 많은 힙합 앨범처럼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2018년 많은 이들에게 확실히 각인된 작품이다. (선정위원 김이슬)
일리닛 - [Cosmos]
[Cosmos]는 개별 요소들로 따져보면 타이틀과 달리 다소 무질서하게 들릴 수도 있는 앨범이다.
침전된 무드의 프로덕션도 그렇지만, 일리닛의 가사 또한 불안한 속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리닛은 프로덕션과 어우러지는 명확한 톤의 랩을 구사하며 가사에 의미와 생동감을 부여한다.
가사는 앨범에 모여 개인의 서사를 그려낸다. 그 개인은 아들의 탄생을 통해 마침내 안정과 질서를 되찾게 된다.
이처럼 [Cosmos]는 힙합 음악의 재미와 앨범 단위의 결과물이 지닐 수 있는 매력을 모두 가진 작품이다. (선정위원 최다현)
재달 - [Period]
재달은 밴드 사운드에 가까운 트랙 구성으로 선명한 자신만의 매력을 택했다.
그의 가사와 랩은 단순히 길고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흔한 한국의 청년상으로만 소비하면 곤란하다.
'Tree'의 가사를 비롯해 앨범 전체에 담긴 가사는 한글로 잘 수놓은 한 편의 시라고 느껴질 정도다.
펼쳐져 있는 텍스트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움을 느낀 건 실로 오랜만이다.
그 텍스트가 지닌 분위기를 랩과 곡으로 더없이 잘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선정위원 박준우)
최우수 랩&힙합 노래
HAON (김하온) - ‘붕붕 (Feat. 식케이)’
HAON (김하온)은 비트의 빠르기와 무드가 얼마나, 어떻게 변화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능숙하게 곡을 주도해나간다.
그루비룸(GroovyRoom)이 프로듀싱한 '붕붕'은 이 같은 그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난 곡이다.
라임을 짜고 소재를 풀어나가는 솜씨도 만만치 않다. 전반적인 실력과 퍼포먼스의 수준이 웬만한 기성 래퍼들을 능가한다. (선정위원 강일권)
JUSTHIS & Paloalto - ‘Switch’
저스디스와 팔로알토의 'Switch'에는 창작자로서의 고민과 함께 비즈니스를 해야만 하는 제작자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두 래퍼는 양면성이 공존하는 자신들의 삶을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에 빗대어 가사로 풀어낸다.
이들의 랩은 몽환적인 신스음과 어우러져 청자에게 몰입감을 준다. 또한, 둘은 후반부에서 다소 템포를 올린 비트에 맞춰 랩을 구사해 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프로덕션과 소재, 두 래퍼의 이상적인 합까지 많은 재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곡이다. (선정위원 최다현)
XXX - ‘간주곡’
독특한 구성이 흡인력을 한껏 발산한다.
합창과 오케스트라, 마칭 밴드 드럼을 조합한 웅장한 도입부, 인더스트리얼과 테크노를 오가는 스산한 비트는 이채로움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주가 5분이 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마지막 1분, 현재 본인이 하는 음악을 자랑스러워하는 내용의 래핑은 곡을 더욱 저돌적으로 느껴지게끔 한다. (선정위원 한동윤)
마미손 - ‘소년점프 (Feat. 배기성)’
성공적인 혁명의 역사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싱글이 아닐까.
음악성을 넘어 스스로 혜택을 입었던 권력 시스템을 뜬금없이 적으로 상정해 거꾸로 이용하는 영약한 기획력과 신선한 태도, 재미를 담보한 캐릭터성과 권선징악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발휘하는지 제대로 증명한 싱글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서브컬쳐와 유머 코드를 특유의 고난도 피지컬로 소화한 랩 퍼포먼스도 노래에 개성을 더했다. (선정위원 정병욱)
화지 - ‘나 빼’
대기업이 제시한 아트폼인 '쇼미더머니'는 이제 한국힙합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이는 '한국힙합 = 쇼미더머니'라는 명제를 긍정하든, 부정하든, 많은 아티스트의 음악이 씬에서 그 기준을 중심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크다는 걸로 입증되는 사실이다.
화지는 수많은 갑론을박이 오고 가는 사이에 '나 빼'를 통해 거의 유일하게 프레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한국힙합이라는 같은 범주로 묶이지 않기를 희망했고, 그만큼 편한 바이브와 냉철한 판단으로 상황을 진단한다.
여기에 어떤 과잉된 감정 따위는 섞여 있지 않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정교한 논리가 빛나는 가사와 게임을 적절히 가져다 쓴 위트 있는 메타포다.
대의적인 차원에서 결코 정답일 수 없는 나름의 잠정적 결론을 도출해낼 시간에 음악적 재미를 더 신경 썼기에 긍정적인 인상이 짙게 남은 트랙이다. (선정위원 김정원)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Horim - [METROCITY]
한 땀 두 땀 정성 들여 짠 듯한 구성의 프로덕션, 사운드 질감, 멜로디, 보컬 어레인지 등등, 모든 부분이 탁월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이 같은 바이브의 결과물은 아티스트가 해당 장르의 마니아가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수준의 것이다. 훌륭한 네오 소울 리바이벌. (선정위원 강일권)
Jclef - [flaw, flaw]
Jclef의 [flaw, flaw]는 무조건 가사 창을 열어 놓고 감상해야 한다.
'흠'을 주제로 하는 개인적인 서사의 흐름에 가사가 품고 있는 문제의식은 스스럼 없이 폐부를 찌른다.
그럼에도 많은 가사들은 잘 짜여진 프로덕션과 드라마틱한 멜로디 전개, 신예 답지 않은 능수능란한 보컬 퍼포먼스를 통해 '흠' 잡을 곳 없는 결과물들로 트랙을 채웠다. (선정위원 이광훈)
나얼 - [Sound Doctrine]
6년 만에 발표된 나얼의 정규 2집 앨범 [Sound Doctrine]은 나얼 그 자체다.
오랜 시간 애정을 가져온 필리소울을 고스란히 입힌 'Spring Song'을 비롯해 한국 감성으로 만들어졌다고 믿기 어려운 훵크 사운드 'Baby Funk', 듣다 보면 어느새 경건해지는 가스펠 'Comforter' 등은 오직 나얼이기에 가능할 일이다.
1970년대의 음악을 사랑한 그의 세계와 실패 없이 그 세계를 반영한 음악성, 가창력까지 한 번 더 입증한 앨범이다. (선정위원 김이슬)
수민 (SUMIN) - [Your Home]
근 몇 년간 수민 (SUMIN)은 흑인음악씬과 케이팝 씬을 넘나들며 다양한 앨범에 참여해 자신의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드러냈다.
마침내 발표한 첫 정규 앨범 [Your Home]은 수민의 확장된 음악 세계와 재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힙합/알앤비, 전자음악, 심지어 케이팝까지 다양한 장르 음악의 요소를 차용해 일관되고도 감각적인 앨범의 무드를 구축했다.
때문에 한국 흑인음악 혹은 케이팝의 미래가 함축된 작품으로 보인다. (선정위원 최다현)
히피는 집시였다 - [언어]
모든 노래가 습하고 느릿느릿하다.
이 요소들로 앨범은 시종 음울함과 황량함을 내비친다. 전반을 지배하는 쓸쓸한 기운은 사랑을 갈구하거나 주변 풍경을 정적으로 묘사한 가사를 더욱 멋스럽게 전달해 준다.
프로듀서 제이플로우가 만든 고즈넉한 반주는 안정감을 보조하며, 가성이 특히 매력적인 셉의 보컬은 몽환적인 느낌을 배가한다.
전작들에 이어 이들 듀오는 야릇하게 아름다운, 독보적인 얼터너티브 R&B를 또 한 번 완성했다. (선정위원 한동윤)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Jclef - ‘지구 멸망 한 시간 전’
Jclef는 이 곡에서 여백을 매우 흥미롭게 사용한다.
긴장을 위한 여백도, 여운을 주기 위한 여백도 아닌 자신의 바이브를 전달하기 위한 공간 그 자체다.
독특한 프로덕션 위에 얹는 랩의 방식으로 쓰인 가사와 리듬, 보컬과 경계에 있는 표현 방식, 그리고 생각할 여지를 가득 주는 가사는 곡을 두어 번 곱씹게 만든다.
그가 지닌 음악가로서의 역량이나 리듬감, 여느 랩 못지않은 탄탄함까지 그가 고루 갖춘 재능을 가장 잘 드러낸 곡. (선정위원 박준우)
수민 (SUMIN) - ‘너네 집 (Feat. Xin Seha)’
수민의 '너네 집'은 1980년대의 악기와 이펙트를 사용해 당시의 사운드 질감을 구현한 곡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곡의 구조도 그 시대와 닮아 있다. 이를 다채롭게 만드는 것은 수민의 보컬이다.
탄탄한 완성도를 통한 설득력 덕분에 1980년대의 사운드를 완벽하게 구현하는데 시차를 느낄 틈이 없다.
복고와 빈티지, 레트로라는 표현이 남발되고 이를 표방한 작품이 쏟아지는 사이에서도 수민의 '너네 집'이 반가운 이유다. (선정위원 류희성)
얼터너티브 R&B의 신예로 급부상한 죠지의 음악 세계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곡이다.
엄청나게 솔직한 가사와 믿을 수 없게 감각적인 멜로디가 만나 독특한 무드를 형성한다.
특히 곡의 후렴구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신스 사운드가 순수한 본심을 담은 가사와 잘 맞물리며 오랜 여운을 남긴다.
'고백'도 'Go Back'처럼 들리게 만드는 죠지 특유의 발음과 창법도 매력적이다. (선정위원 김아름)
후디 - ‘Sunshine (Feat. Crush)’
후디는 알앤비를 기준으로 메인스트림과 스탠다드라는 레드 오션 안에서 늘 살아남아왔다.
과잉과 과장을 지양하며 같은 계열의 장르 아티스트 중 가장 깔끔하고 세련된 톤앤매너를 낼 줄 아는 편이다.
이 곡은 그런 후디의 뛰어난 폼을 증명한다. 이렇게 또 대중음악에서 팝하냐, 힙하냐 따위가 아니라 어떤 성향이든 충분한 이해와 적절한 표현법이 동반됐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웰메이드를 반갑게 만났다. (선정위원 김정원)
히피는 집시였다 - ‘침대’
한국대중음악상 알앤비&소울 음반과 노래 부문에서 상을 수상한 '히피는 집시였다'와 지바노프가 함께 한 트랙이다.
사랑 노래가 아닐까 하는 제목과 다르게 스스로를 관조하는 가사가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아침 안개를 보는 듯 신선함과 생경함 그리고 몽롱함이 뒤섞인 프로덕션 위로 캐치한 멜로디 라인이 흐르며 만드는 무드는 압권이다.
특히 지바노프의 미성은 곡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처럼 잘 들어맞는다. (선정위원 남성훈)
최우수 포크 음반
강아솔 - [사랑의 시절]
가슴에 사무치는 외로움과 아련한 그리움을 깨질 듯 여리고 우아한 울림으로 담아냈다.
점층적으로 부드럽게 쌓이는 맑고 아름다운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현악의 매혹적인 조화는 진솔한 품격이란 이런 것이라 말해주는 듯하다.
속삭이듯 나직한 목소리는 따사롭고 포근하게 가슴을 감싸며 삶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준다. (선정위원 김경진)
김동산 - [서울 수원 이야기]
우디 거스리가 지금 한국에 살았다면 이런 음악을 하지 않았을까.
25년전 종로에서 오지 않는 기자들을 기다리며 횡단보도 건너 웬디스 간판을 읽던 정태춘도 떠오른다.
우디 거스리도 정태춘도, 김동산도, 그 시대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노래한다.
김동산은 출장작곡가를 자처하며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
이야기가 디테일하고 펄떡펄떡 생생하다. '아현포차 30년사' 같은 곡은 역사의 기록이라는 역할도 해 낸다.
이런 방식은 포크라는 장르의 태생적 속성이자 가장 큰 미학적 가치가 아닐까.
이 노래들은 옛날 포크처럼 구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지금 대중음악에 울림을 준다.
첫 번째는 민중의 이야기를 할 때에도 음악인의 자아, 스타일은 중요하다는 생각, 두 번째는 블루스도 록도 힙합도 그 어떤 음악도 이렇게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했다는 근본적인 깨달음 말이다. (선정위원 최지호)
김사월 - [로맨스]
1집의 수잔이 사랑을 했다면 이러했을까.
김사월은 2집 [로맨스]를 통해 사랑, 균열, 이별에 이르는 한 편의 연애드라마를 서슴없이 펼쳐 놓는다.
사랑이 끝난 후, 잊지 않기 위해 애써 더 기억하고 감각하는 순간들은 노래가 되었다.
김사월은 말이 없는 순간들을 포착하고, 그에 꼭 맞는 무드를 연출한다.
틈새와 간극, 미묘한 공기 같은 것들을 노래하는 김사월은 여전히 고혹적이며, 한결 더 담대해졌다. (선정위원 김미소)
김해원 - [바다와 나의 변화 Sea And Myself]
김해원은 최근 포크 씬이 맺고 있는 풍성한 결실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될 이름이다.
그는 이미 프로듀서로서도, 영화음악으로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지만, 첫 솔로 앨범이 주는 의미를 거론해야만 한다.
세계와 자아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고, 절제되었지만 견고하게 쌓아올린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사운드의 파장을 목도할 수 있다.
우리 시대 포크의 확장과 진화의 초상. (선정위원 최지선)
유하 - [젊은이]
자신만의 목소리와 음악으로 나, 너, 우리의 이야기를 서두르지 않고 담담하게 그러나 집중하고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해낼 줄 아는 싱어송라이터의 존재는 소중하다.
'인부1'과 '젊은이'는 그렇게 마음을 움직이고 파문을 일으킨다. 서늘하고 쓸쓸한데 따뜻하다. (선정위원 김윤미)
황푸하 - [자화상]
누군가에 의해 살아가는 듯 여러 차별과 경쟁이 존재하는 세상, 황푸하의 2집 [자화상]에는 빠르게 흘러 지나치는 삶에 갇힌 대중을 위한 희망과 위로가 담겨 있다.
포크를 중심으로 하는 스타일 안에서 여러 어쿠스틱 사운드가 줄기를 이루며 완성된 만큼 풍성한 사운드 역시 돋보인다.
나와 너를 우리로 이끄는 소중한 결마저 존재하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선정위원 고종석)
강아솔 - ‘섬’
언제나 그렇듯이 강아솔의 노래는 지향점이 분명하다.
누구든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섬’의 메시지는 나이에도, 성별에도 관계없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외로운 사람들을 향한다.
어렵지 않은 언어로 단출하게 삶의 고단을 이야기하는 강아솔의 방식은 포크 장르의 작법이 지닌 장점을 새삼스레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모험적이지는 않지만, 가장 직관적인 접근법을 고수하며 만들어진 깔끔한 포크 트랙의 매력이란. (선정위원 박희아)
김사월 - ‘누군가에게’
이 곡은 솔로 데뷔 이후 본인만의 음악 스타일을 확실히 구축해온 김사월의 두 번째 정규앨범 [로맨스]의 타이틀곡이다.
“너는 누군가에게 너무 특별해”라는 말을 듣는다면, 심장이 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첫 가사부터 이렇게 단 한 단어도 소홀히 하지 않는 김사월의 보컬은 어느 악기 못지않은 꽉 찬 사운드를 들려준다.
약하지만 분명한 힘이 느껴지고, 가늘지만 부러지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는 노래의 중심을 잘 잡아준다.
'김사월'은 하나의 장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선물 같은 노래이다. (선정위원 김효섭)
'인부1'은 꿈을 잊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처절한 현실을 담담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공간미 돋보이는 황량한 사운드 메이킹은 회색빛 도시의 풍경을 잘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노랫말이 가진 의미와 결합하여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한 곡의 노래가 쉽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유하의 '인부1'은 큰 울림과 전율을 안겨주는 귀한 트랙이다. (선정위원 박현준)
장필순 - ‘저녁 바다’
이런 노래가 있어 다행이다. 단순한 노래. 멋 부리지 않은 노래. 하지만 들을 때마다 모닥불처럼 따스하고, 감귤차처럼 포근한 노래.
이 부드러운 위로를 위해 장필순은 얼마나 자주 저녁바다에 슬픔을 묻고 돌아섰을까.
바다보다 채워지지 않고 바다보다 비워지지 않는 마음을 껴안는 노래는 애틋하고 잔잔해 눈물겹다.
물결처럼 일렁이고 저녁노을처럼 퍼지는 소리의 치유. 한국대중음악의 뿌리 같은 저력. (선정위원 서정민갑)
황푸하 - ‘자화상’
해맑은 목소리와 단정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황푸하는 자신에 대해 묻고, 자신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한국 포크의 오래된 질문과 태도를 2018년으로 잇는 노래의 꾸준함은 성찰과 사유가 포크 음악의 중요한 본성임을 잊지 않는다.
특히 윤기 흐르는 바이올린 연주는 노래에 배인 치열함을 아름다움으로 바꿔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여유와 힘을 준다.
황푸하 포크의 변화와 개성을 대표하는 곡. (선정위원 서정민갑)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 재즈 음반
남유선 - [Strange, But Beautiful You]
색소포니스트 남유선은 내레이터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멜로디를 연주하고, 연주자들을 이끈다.
이들의 연주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재즈 퀸텟 사운드가 아니다.
기시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지만 그런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곡의 제목과 청각적 이미지가 완벽하게 결합되는 지점에서 남유선이 이런 사운드를 구축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을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력과 콘셉트, 사운드와 연주, 어느 것 하나 내려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너무나 훌륭한 작품이다. (선정위원 류희성)
송영주 - [Late Fall]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Late Fall]은 2017년 12월, JCC아트센터에서 펼친 솔로 피아노 라이브 앨범이다.
신곡 'Reminiscence'를 제외하고 모두 기존 작품에 수록된 곡들을 새롭게 편곡하고 연주했다.
송영주의 연주와 작곡이 탄탄하기에 가능한 시도이자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 앨범이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면 무난한 작품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Late Fall]은 송영주가 지닌 서정성에, 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과 카타르시스가 어우러져 음악적 밀도를 높인다. (선정위원 안민용)
이봉울 - [My Singing Fingers]
매년 귀를 사로잡는 앨범은 무엇인가 남들과 다른 형식을 지닌 것일 때가 많다.
하지만 결국엔 익히 알려진 스타일 속에서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앨범이 오래 기억되고 자주 손이 가게 된다.
그것은 음악에 연주자나 보컬의 이야기가 제대로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봉울의 이번 앨범이 그런 경우다.
여기서 그녀는 선명한 멜로디와 양감 넘치는 화성으로 이루어진 작곡과 '모던 재즈'의 전통을 수용해 다시 '모던'하게 사용한 현재 연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펼쳤다.
향후 우리 재즈를 이끌 것이라 믿게 하는 연주자의 등장을 알린 앨범이다. (선정위원 최규용)
(*해당 음반은 권리사의 요청으로 서비스되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선지 - [Song Of April]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의 앨범 [SONG OF APRIL]은 음악과 세상이 조우하는, 달리 말해 음악이 세상을 담아내는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여기서의 4월은 통한의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났던 2014년의 4월이지만, 그렇다고 이선지의 4월의 노래가 분노로 날서 있거나 슬픔으로 침잠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오히려 아름답고 힘찬 위로가 된다. 굳이 이런 사회적 맥락과 시선을 거두더라도 음악 자체로도 충분히 유려하고 믿음직한 연주가 담긴 수작이다. (선정위원 정일서)
정수민 - [Neoliberalism]
국내 재즈 장르에서는 이례적으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주제를 풀어낸 작품이다.
연주적인 성취가 중요하게 평가되는 장르의 특성상 표현해내기 쉽지 않은,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시도를 보여줬다는 것이 이 음반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정수민(베이스)과 이선지(피아노), 박정환(드럼)이 펼쳐내는 연주는 그 주제가 무색할 만큼 가볍지도 결코 난해하지도 않은 절묘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시대적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의 정서를 불러낸다.
음반의 주제적 맥락을 관통하는 치밀하고 섬세하며 서정적인 재즈 트리오 연주의 미학은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선정위원 이태훈)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 크로스오버 음반
손성제, 김율희, 정수욱, 서수진 - [Near East Quartet]
Near East Quartet의 이번 세 번째 앨범의 가치는 안타깝게 묻힌 1집이나 기 인정받은 2집의 완성도, 세계적인 레이블 ECM에서 발매되었다는 가시적인 성과 너머를 바라본다.
전통에 대한 지향성은 뚜렷하되 욕심이 드러나지 않는 절제된 모색과 국악의 방법론에 치우치지 않고 재즈, 어덜트컨템포러리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구상으로, 이방과 소통할 보편적인 언어와 세계에 어필할 독창적인 문체를 온전히 확립했다.
이런 음악과 연주라면 누구나 차분히 젖어 들 것이다. (선정위원 정병욱)
김소라 - [비가 올 징조]
대중음악 장르의 인기에 기 죽지 않고, 과거의 전통에 메이지 않은 음악은 비로소 오늘의 전통음악이 된다.
김소라가 한국 전통음악 타악기들을 연주해 만든 음악들은 유려하고 서정적이며 뚝심 있게 한국 전통음악의 호흡과 빛깔을 발산한다.
기품과 패기가 함께 있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음악. 새로운 연주자, 새로운 창작자의 등장과 성장. 성큼 내딛는 여성 예술인들의 큰 걸음. (선정위원 서정민갑)
신현필, 고희안 - [Dear Chopin]
단순한 연주의 스킬이 아니라 쇼팽의 독창성과 돌연성이라는 기교를 재즈적 기교로 탁월하게 치환한 영리한 음반이다.
감정적이면서도 긴장감이 넘치는 프레이즈들이 두 연주자의 음악적 질감과 기술적 역량을 통해 재치있게 충돌하며 '쇼팽적 재즈'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선정위원 이수정)
박주원 - [The Last Rumba]
화려한 테크닉 뿐만 아니라 까다롭고 복합적인 리듬의 변화를 동반하고 있기에 집시 기타 연주는 연주자에게 하나의 도전과 같다.
박주원은 등장과 함께 청자를 몰아치는 특유의 연주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동시에 격정적 연주는 박주원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이번 [The Last Rumba]는 기존 연주 세계를 지키면서도 가야금, 판소리, 마두금, 소울 보컬리스트와의 협연을 능청스럽게 해내며 자신에게 씌워진 굴레를 자연스레 넘어선다.
빼어난 기타리스트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한 박주원과 만난다. (선정위원 조일동)
박지하 - [Philos]
박지하는 2집 앨범 [Philos]에서 온전히 자기 내면에 집중하며 홀로 연주한다.
색소폰, 비브라폰 등 서양악기와의 앙상블을 선보였던 전작과 달리 박지하 홀로 오로지 피리, 생황, 양금, 글로켄슈필, 목소리를 쌓아 올린다.
유럽무대를 오가며 마주한 다양한 시간과 공간, 경험과 감상이 오롯이 전달되는 앨범에서 한층 더 자유롭고 자연스러워진 박지하를 만날 수 있다.
이제 그녀의 음악이 '국악'이 아닌 '음악'으로 들린다. (선정위원 김미소)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 최우수 연주
손성제, 김율희, 정수욱, 서수진 - [Near East Quartet]
Near East Quartet의 이번 세 번째 앨범의 가치는 안타깝게 묻힌 1집이나 기 인정받은 2집의 완성도, 세계적인 레이블 ECM에서 발매되었다는 가시적인 성과 너머를 바라본다.
전통에 대한 지향성은 뚜렷하되 욕심이 드러나지 않는 절제된 모색과 국악의 방법론에 치우치지 않고 재즈, 어덜트컨템포러리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구상으로, 이방과 소통할 보편적인 언어와 세계에 어필할 독창적인 문체를 온전히 확립했다.
이런 음악과 연주라면 누구나 차분히 젖어 들 것이다. (선정위원 정병욱)
고희안 트리오 - [Dancing Without Moving]
피아니스트인 고희안은 재즈밴드 프렐류드 외에 자신의 이름으로 꾸준히 트리오 활동을 해 오고 있다. 2012년 [Standards]를 시작으로 [Standards II], [A Land of Blue Sky]로 이어지고 4집 [Dancing Without Moving]은 서울 삼청동 146에서 가진 라이브 실황 앨범이다.
여유로운 스윙감을 유감없이 뽐내고 오랜 세월 함께한 트리오 멤버(정용도, 한웅원)와의 완벽한 인터플레이도 인상적이다. (선정위원 김광현)
송영주 - [Late Fall]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Late Fall]은 2017년 12월, JCC아트센터에서 펼친 솔로 피아노 라이브 앨범이다.
신곡 'Reminiscence'를 제외하고 모두 기존 작품에 수록된 곡들을 새롭게 편곡하고 연주했다.
송영주의 연주와 작곡이 탄탄하기에 가능한 시도이자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 앨범이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면 무난한 작품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Late Fall]은 송영주가 지닌 서정성에, 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과 카타르시스가 어우러져 음악적 밀도를 높인다. (선정위원 안민용)
서수진 - [Strange Liberation]
근래 발매된 인상적인 국내 재즈 앨범들에서 서수진이라는 이름을 여러 차례 보게 된다.
그 이유를 두 번째 리더작인 [Strange Liberation]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선율과 리듬악기로만 이루어진 Chordless Quartet이라는 편성이 주는 독특한 매력에 주목하게 되지만 이내 연주에 집중하게 된다.
여백을 만들어 내며 공간을 채워나가는 서수진의 드럼 연주는 탁월한 능력의 나머지 연주자들과 함께 신선한 인터플레이를 만들어 낸다.
드럼 연주와 리더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작곡가로서의 역량까지 모든 요소가 아주 만족스럽게 어우러진 뛰어난 앨범이자 연주다. (선정위원 박정용)
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 - [Tschuss Jazz Era]
대형 앙상블 전문 작, 편곡가이자 밴드 리더인 최정수가 적잖은 시간 갈고 닦아온 리더의 음악성, 내공이 잘 녹아들어 있는 작품.
척박하기 그지 없는 국내 빅밴드 토양에서, 온전한 국내멤버들로 이 정도의 진취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낼수 있다는 건, 과장 1도 안 보태고 기적에 가깝다.
그 점에서 국내 재즈신의 현실과 사뭇 동떨어진 '예외적인 결과물' 이기도 하다. (선정위원 김희준)
(*해당 음반은 권리사의 요청으로 서비스되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올해의 음반
공중도둑 - [무너지기]
팽팽한 통기타 리듬 위에서 신시사이저의 파형이 불규칙적으로 퍼진다.
모던록인지 전자음악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사운드 스펙트럼은 한가지 스타일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장르의 경계선이 너무나도 얇아진 21세기 음악 문법의 장점을 백분 활용함과 동시에 형식에 옭매였던 팝의 구조에도 환기(喚起)를 던진다.
여러 번 들어도 달리 들리는 음악. 2018년 한국 대중음악의 문제작이다. (선정위원 이종민)
라이프 앤 타임 - [Age]
압도적인 록이란 이런 것이다. 삼인조가 쌓아올린 견고한 소리의 구조는 외부 조력자의 등장이나 새로운 스타일 시도에도 자연스럽게 라이프앤타임 음악으로 수렴되게끔 이끈다.
긴장과 이완, 상승과 하강의 정서가 아무렇지 않게 만나고, 느닷없이 폭발해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 시간이 펼쳐진다.
정교하게 계산된 매쓰 록(math rock) 장르의 어느 한 장면이라고 그냥 넘길 수 없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감성이 앨범 내내 소리로 전달된다. (선정위원 조일동)
방탄소년단 (BTS) - [LOVE YOURSELF 結 ‘Answer’]
압도적이다. 두 장의 CD에 나눠 담긴 총 26곡의 트랙들은 'LOVE YOURSELF'라는 하나의 테마 아래 2년 5개월 여 간 굳건히 이끌어온 서사와 그룹 안팎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 각종 이슈들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능숙하게 녹여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기발표곡에서 각 멤버들의 솔로곡, 리믹스까지 난장(亂場)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이 소리와 화제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굳건하게 선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이 주는 안정감이다.
이 무게와 이 열기와 이 볼륨을 지금 견딜 수 있는 건, 오직 이들뿐일 것이다. (선정위원 김윤하)
세이수미 - [Where We Were Together]
비치 보이스의 서프 록에 캘리포니아 해변이 있었다면 세이수미의 서프 록에는 광안리 바다가 있다.
비치 보이스의 서프 록에 햇볕과 즐거움이 가득하다면 세이수미의 서프 록에는 그늘도 있고 그리움도 있다.
밝음과 사랑스러움은 물론이다. 그 다양한 정서가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로 표현되고, 멜로디는 중독적이다.
서프 록과 인디 팝을 관통해 지금 여기에 세이수미의 음악이 있다. (선정위원 김학선)
장필순 - [soony eight : 소길花]
장필순이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8집.
장필순 혼자가 아니라 조동진, 조동익, 조동희, 박용준, 이상순, 이적, 이경 등 가족과도 같은 음악공동체와 함께 작업한 집단 창작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멜로디, 가사, 사운드, 창법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
1990년대 하나음악의 전설이 2018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한 앨범. (선정위원 서정민)
허클베리 핀 - [오로라피플]
오랫동안 허클베리 핀 음악의 한 축을 차지하던 정서를, 기존의 방법론에 의지하지 않고도 극대화시켰다.
풍경에 대한 상상력을 탄탄한 구성과 치밀한 편곡으로 구현시킨 이 앨범은 듣는 이를 사람없는 오직 풍경의 세계로 데려간다.
관록이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세월을 보낸 밴드가 오랜 침묵을 깨고 내놓은, 숙성과 성장의 징표다. 허클베리 핀은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선정위원 김작가)
올해의 노래
마미손 - ‘소년점프 (Feat. 배기성)’
성공적인 혁명의 역사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싱글이 아닐까.
음악성을 넘어 스스로 혜택을 입었던 권력 시스템을 뜬금없이 적으로 상정해 거꾸로 이용하는 영약한 기획력과 신선한 태도, 재미를 담보한 캐릭터성과 권선징악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발휘하는지 제대로 증명한 싱글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서브컬쳐와 유머 코드를 특유의 고난도 피지컬로 소화한 랩 퍼포먼스도 노래에 개성을 더했다. (선정위원 정병욱)
방탄소년단 (BTS) - ‘FAKE LOVE’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 음악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룹의 성향과 방향성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방탄소년단처럼 트랙 하나하나가 차곡차곡 쌓아온 서사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FAKE LOVE'에서는 이 곡이 실린 앨범의 인트로를 담당한 뷔가 도입부를 맡고, [LOVE YOURSELF] 시리즈에서 솔로곡을 통해 멤버들 중 가장 애틋한 정서를 노래하던 진이 후렴구를 부른다.
그리고 그가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사랑의 이면을 노래할 때, 'FAKE LOVE'라는 트랙의 효용은 완벽하게 증명된다.
타이틀곡 하나로 방탄소년단이 꼼꼼하게 그려온 세계의 완결성과 완전함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선정위원 박희아)
방탄소년단 (BTS) - ‘IDOL’
기성세대의 극단적인 거부와 평단의 노골적인 비아냥을 뚫고 아이돌 음악은 4반세기를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IDOL’에 이르러 이 쾌속항진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누가 막을 수 있겠냐”는 메시지와 잊히던 장단의 역습을 통해 여전한 기존의 편견에 특이점을 실현한다.
이처럼 과감한 실험으로 그에 맞는 애티튜드의 실현을 가져온 예는 그리 많지 않다. (선정위원 현지운)
세이수미 - ‘Old Town’
서프 록, 기타 팝, 인디 록, 포스트 펑크, 슈게이징... 세이수미를 수식하는 음악 용어는 많다.
이 여러 수식어들은 두 번째 정규반인 [Where We Were Together]에서도 어김없이 '순수'라는 단어로 묶이며 밴드의 정체성을 규정짓는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기타 리프 속에 세이수미는 모두가 떠나가는 자신의 'Old Town'에 대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해 무덤덤한 목소리를 늘어놓는다.
경쾌한 템포지만 흥겨움과는 거리가 멀고, 삽입된 박수 소리는 반향 없이 공허하다.
서구발 인디 록을 완벽하게 자신만의 영역으로 흡수했음을 확인시켜주는 트랙이다. (선정위원 송명하)
장기하와 얼굴들 - ‘그건 니 생각이고’
노래인지 랩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감히 규정할 수 없는 아리송한 '말솜씨'부터 매끈한 사운드의 새초롬한 여백까지, 장얼만이 뽑아낼 수 있는 '마성의 오리지널리티'가 이 한 곡에 집약되어 있다.
그들이 활동한 지난 10여 년 동안 왜 제2의 장기하가 나오기 힘들었는지, 다시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없는' 밴드가 남긴 상당한 여운이다. (선정위원 김두완)
혁오 - ‘LOVE YA!’
아티스트가 ”이 세상의 모든 연인을 응원합니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이 곡에 대한 소개를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도 거창한 선정의 변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문득, 왠지 곡을 듣는 내내 비틀스(The Beatles)가 떠올랐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 혁오는 솔직하고 담백한 사랑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나 봅니다. (선정위원 김봉환)
올해의 음악인
김사월
1집의 수잔이 사랑을 했다면 이러했을까.
김사월은 2집 [로맨스]를 통해 사랑, 균열, 이별에 이르는 한 편의 연애드라마를 서슴없이 펼쳐 놓는다.
사랑이 끝난 후, 잊지 않기 위해 애써 더 기억하고 감각하는 순간들은 노래가 되었다.
김사월은 말이 없는 순간들을 포착하고, 그에 꼭 맞는 무드를 연출한다.
틈새와 간극, 미묘한 공기 같은 것들을 노래하는 김사월은 여전히 고혹적이며, 한결 더 담대해졌다. (선정위원 김미소)
방탄소년단
압도적이다. 두 장의 CD에 나눠 담긴 총 26곡의 트랙들은 'LOVE YOURSELF'라는 하나의 테마 아래 2년 5개월 여 간 굳건히 이끌어온 서사와 그룹 안팎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 각종 이슈들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능숙하게 녹여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기발표곡에서 각 멤버들의 솔로곡, 리믹스까지 난장(亂場)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이 소리와 화제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굳건하게 선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이 주는 안정감이다.
이 무게와 이 열기와 이 볼륨을 지금 견딜 수 있는 건, 오직 이들뿐일 것이다. (선정위원 김윤하)
세이수미
비치 보이스의 서프 록에 캘리포니아 해변이 있었다면 세이수미의 서프 록에는 광안리 바다가 있다.
비치 보이스의 서프 록에 햇볕과 즐거움이 가득하다면 세이수미의 서프 록에는 그늘도 있고 그리움도 있다. 밝음과 사랑스러움은 물론이다.
그 다양한 정서가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로 표현되고, 멜로디는 중독적이다. 서프 록과 인디 팝을 관통해 지금 여기에 세이수미의 음악이 있다. (선정위원 김학선)
이선지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의 앨범 [SONG OF APRIL]은 음악과 세상이 조우하는, 달리 말해 음악이 세상을 담아내는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여기서의 4월은 통한의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났던 2014년의 4월이지만, 그렇다고 이선지의 4월의 노래가 분노로 날서 있거나 슬픔으로 침잠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오히려 아름답고 힘찬 위로가 된다. 굳이 이런 사회적 맥락과 시선을 거두더라도 음악 자체로도 충분히 유려하고 믿음직한 연주가 담긴 수작이다. (선정위원 정일서)
장필순
장필순이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8집. 장필순 혼자가 아니라 조동진, 조동익, 조동희, 박용준, 이상순, 이적, 이경 등 가족과도 같은 음악공동체와 함께 작업한 집단 창작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멜로디, 가사, 사운드, 창법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
1990년대 하나음악의 전설이 2018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한 앨범. (선정위원 서정민)
올해의 신인
HAON (김하온)
HAON (김하온)은 비트의 빠르기와 무드가 얼마나, 어떻게 변화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능숙하게 곡을 주도해나간다.
그루비룸(GroovyRoom)이 프로듀싱한 '붕붕'은 이 같은 그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난 곡이다.
라임을 짜고 소재를 풀어나가는 솜씨도 만만치 않다. 전반적인 실력과 퍼포먼스의 수준이 웬만한 기성 래퍼들을 능가한다. (선정위원 강일권)
Jclef
Jclef의 [flaw, flaw]는 무조건 가사 창을 열어 놓고 감상해야 한다.
'흠'을 주제로 하는 개인적인 서사의 흐름에 가사가 품고 있는 문제의식은 스스럼 없이 폐부를 찌른다.
그럼에도 많은 가사들은 잘 짜여진 프로덕션과 드라마틱한 멜로디 전개, 신예 답지 않은 능수능란한 보컬 퍼포먼스를 통해 '흠' 잡을 곳 없는 결과물들로 트랙을 채웠다. (선정위원 이광훈)
마더 바이브
마더바이브는 국내에 낯선 악기였던 비브라폰으로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협연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등장으로 인해 한국 대중음악계는 소리의 측면에서 한층 더 풍족해졌다.
데뷔앨범인 [마더바이브]에는 그가 협연한 아티스트들만큼 다채로운 스타일의 음악이 담겼다.
그가 무대에서 보여줬던 탄탄한 기본기와 센스, 그리고 어우러짐은 이 앨범에서도 빛을 발한다.
훌륭한 연주자들이 반드시 좋은 앨범을 내는 것은 아니다. 연주력과 창작력이 반드시 같은 근육을 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더바이브는 악기의 유니크함에만 기대지 않고 출중한 곡들을 선보이며 2018년에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신인으로 자리했다. (선정위원 권석정)
모트
싱글 'Tickin'으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모트는 2018년 한 해 동안 발표한 일련의 싱글들과 웹드라마 '에이틴'의 OST '도망가지 마' 그리고 첫 정규앨범 [사이]를 통해 일상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 감정들을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가사와 개성 있는 허스키 보이스로 표현해왔다.
깔끔하고 간결한 팝 멜로디 속에서도 때로 우울한 청춘의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를 솔직히 풀어내는 그녀의 음악적 역량은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선정위원 김성환
애리
음울한 파열음과 주술적인 소리가 그물을 이루는 사이키델릭으로 출발한 레코딩은 공간을 여백으로 채워나가는 선과 같은 진동으로 이어진다
[Seeds]에서 애리가 펼치는 세계는 길게 뻗어 있다.
그 연장의 감각은 짧고 간명한 음악적 태도가 주류가 된 현재의 시류를 역행하는 동시에 그가 싹틔운 세계를 흔들림 없이 받치는 강인한 토대로서 빛을 발한다.
고전적 소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애리의 여정은 이 다음엔 어디로 향할까. 이 앨범을 들은 모두가 그것을 궁금해할 것이다. (선정위원 정구원)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우싸미)는 백충원과 김선훈으로 이루어진 포크 듀오로 일상의 이야기를 최소한의 악기로 담백하게 그려낸다.
정규 1집 [무동력]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 노래한 백충원의 스토리텔링 솜씨는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펴져 나가고 있고 이는 '2018 올해의 헬로루키’'대상으로 확인되었다.
첨단의 디지털 세상에서 느리게 걷는 우싸미의 아날로그 한 접근은 신선함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온다. (선정위원 김광현
[특별분야] 공로상: 양희은
태초의 빛처럼, 한국 포크의 여명기에 양희은이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있었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스무살 양희은이 부르지 않았더라면 그 노래가 한 시대의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를 양희은이 다시 부르는 순간, 이 노래는 피터 폴 앤 매리가 부른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가 됐다.
그 시대의 위대한 젊은 창작자들의 영혼이 진흙이었다면, 양희은의 목소리는 숨결이었다.
그녀가 숨결을 불어 넣어 세상에 뿌린 노래들은 본의 아니게 양희은을 하나의 희생양처럼 만들었다.
1973년, 정부는 '아침이슬'에 고운 노래상을 수여했다. 이듬해 이 노래는 금지곡이 됐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포함하여 30곡도 하루 아침에 시장과 방송에서 사라졌다.
김민기의 페르소나였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했던 운명이었을까.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김민기의 곡들이 양희은의 목소리를 타지 않았더라면 제제의 수위는 훨씬 낮았을 것이다.
그만큼 양희은은 한국 최초의 세대 문화였던 70년대 포크 무브먼트의 상징에 다름 아니었다.
양희은의 목소리는 포크 무브먼트 안에만 머물러 있기엔 지나치게 탁월했다.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그 다음 시대가 올 때 마다 그녀는 늘 새로운 노래로 돌아왔다.
새로운 재능과 함께 돌아오곤 했다. 70년대 중후반, 유신의 끝 무렵에는 이주원과 함께 '한 사람', '네 꿈을 펼처라'를, 80년대 초반에는 김희갑과 함께 ‘하얀 목련’을 발표했다.
그리고 1991년, 데뷔 2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에서 기타 유학 중이던 학생과의 협업을 선보였다.
바로 이병우와 함께 했던 [양희은 1991]이다.
마흔이란 나이의 무게감이 지금보다 훨씬 무거웠던 그 때, 양희은은 자신의 20주년 기념 앨범에서 (다른 가수들이 으레 그러했듯) 가수 생활의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당신의 삶을 음악에 새겼다. 오직 기타 한 대 위에 풀어 놓는 노래는 평탄한 적 없는 개인의 삶이 오롯이 녹아 든 성찰의 잠언에 다름 아니었다.
한국에서 결코 시도된 적 없는, 그리고 지금도 찾을 수 없는 종류의 어덜트 포크였다.
동년배의 대다수 가수들이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 양희은은 이 앨범을 통해 새로운 현재를 창조해냈다.
그 현재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그들의 자식에게 건네는 엽서였다.
그 다음 앨범에서 선보인 '내 나이 마흔 살에는'도 마찬가지였다.
그 전의 세대와는 명백히 차별화된 방식으로 양희은은 인생의 늦여름과 초가을을 맞이했다.
당대를 차분히 받아 들이는 양희은의 길은 지금도 끊기지 않는다.
2014년부터 시작한 ‘뜻 밖의 만남’ 프로젝트로 이적, 윤종신, 이상순, 악동뮤지션, 그리고 성시경과 심현보까지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역시 2014년에 발표한 [2014 양희은]에서는 장미여관 육중완이 쓴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말'같은 곡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가 재즈 사운드와도 훌륭히 어우러짐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늘 당대이자 현재의 언어와 소리로 구현되곤 했다. (선정위원 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