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아미산 전망대'에서는 낙동강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날씨가 흐렸던 날 구름 사이로 빛의 커튼이 펼쳐지고 있다.
친구들이 부산으로 여행을 온단다. 부산에 처음 오는 친구들에게 주로 소개하는 곳은 광안리·해운대 바다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다녀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겨울 바다에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갈매기뿐. 바닷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 모른다.
이럴 때 어디를 가면 좋을까? 친구에게 철새를 볼 수 있는 곳이 어떠냐고 살짝 운을 띄워보았다. 반응이 나쁘지 않다. "낙조로 하늘·바다·땅이 모두 붉은색으로 물드는 곳이 있다. 붉은 하늘 사이로 철새가 날아가는 걸 봐야 한다"며 친구를 낚는 데 성공했다. 차를 몰고 멀리 나가도 좋지만, 일상의 풍경이 살짝만 달라져도 여행 온 기분이 든다. 하루 정도 차 없이 대중교통으로 일정을 짜서 부산 여행을 떠나도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다.
구름 사이로 찬란한 빛의 커튼 펼쳐져 "와! 부산에도 이런 멋진 데가 있었던 거야" 허공을 날아오르는 철새 떼의 화려한 군무 탁 트인 낙동강 삼각주 보니 탄성 절로 시린 겨울, 추억을 만드는 강 여행에 푹~
■오늘은 1일 가이드
친구 두 명이 아무런 일정도 없이 여행을 왔다. 부산에 사는 나 하나 믿고 온 것이다. 오늘 하루는 내가 여행사이고 가이드이다. 고객님이 만족하실 때까지 불만사항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우리 팀의 일정은 점심부터 시작이다. 부산역에 도착한 친구와 만났다. 플래카드라도 준비할 걸 그랬나 보다. 여행온 기분이 들도록 말이다.
■점심은 뭐 먹지?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신평역으로 간다. 이 근처 사는 지인이 강력 추천하는 '홍소족발(장뚝)' 본점으로 갔다. 저녁이면 주변 공영주차장까지 주차하기 힘들게 만드는 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맛있다는 이야기라 짐작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이라 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윤기가 흐르는 족발과 반찬으로 한 상이 차려지니 다들 맛있게 먹었다. 겉은 부드럽고 양념이 잘 배어 있다.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족발이다. 일행들이 맛있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밥을 먹으면서 서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었다.
■전망대행 버스를 타다
목적지는 '아미산 전망대'이다. 마을버스와 일반 시내버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도시철도 신평역 4번 출구 앞에서 마을버스 3-1을 타면 목적지 근처로 바로 간다. 일반 시내버스 338번을 타면 다대포 해수욕장에 들렀다가 간다. 일단은 아미산 전망대로 가서 커피를 마시기로 하고 신평역 4번 출구 앞에서 338번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노선도를 보니 코스가 꽤 길다. 출발부터 도착까지는 약 50분 정도가 걸린다. 제일 뒷자리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대중교통으로 하는 여행은 운전하지 않아도 되니 이런 여유가 생긴다. 버스는 낙동강 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조용히 흐르는 강을 보니 마음도 잔잔해지는 느낌이다. 강 위를 나는 철새도 보인다. 롯데캐슬 상가 앞에서 내려 몰운대 성당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었더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한다.
■부산의 낙조 명소'아미산 전망대'
도로 아래로 '아미산 전망대'가 보이고 그 뒤로 낙동강의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날씨가 흐려 풍경이 별로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구름 사이로 황홀한 빛의 커튼이 펼쳐지고 있었다. 날씨가 어떻든 내가 여행한 순간이 가장 멋진 순간이 아닐까. " 와~! 부산에도 이런 데가 있었던 거야?" 서울 촌년들(?)이 멋있다며 호들갑이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외관.
건물 바깥으로 비스듬하게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옥상으로 갈 수 있다. 푸른 하늘 아래 탁 트인 풍경 안에 서 있게 되었다. 하늘을 날고 있는 기분이 이럴지도 모른다. 가덕도에서 오른쪽으로 을숙도,낙동강하굿둑, 낙동강하구의 모래톱인 도요등·백합등·신자도·장자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지리 교과서에서 보던 '낙동강 삼각주'를 실물로 마주하게 되었다.
대형을 갖춰 날아가는 철새 떼와 그보다 더 높이 날고 있는 비행기의 묘한 어울림을 볼 수 있다. 여긴 낙동강 하구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자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미산전망대' 3층 실내전망대.
겨울이라 날씨가 춥다. 감탄은 커피를 한잔하면서 이어가기로 했다. 실내 3층으로 가면 작은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있다. 실내 전망공간이 갖추어져 망원경으로 낙동강 하구의 풍광과 철새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2층 전시공간에서는 삼각주의 형성 과정과 변화 모습, 이 지역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3층 카페에는 어떤 높은 건물의 스카이라운지도 부럽지 않은 풍경이 있었다.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 철새가 눈앞에
버스로 이동해도 좋지만 낙동강 변을 드라이브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조금 열어둔 틈으로 들어오는 강바람에 마음도 시원해진다. 부산의 겨울은 춥지 않다. 햇살이 좋은 요즘은 따뜻하기까지 하다.
처음 계획은 을숙도 야외 탐조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AI로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일대를 특별 방역 지역으로 지정해 출입 통제를 한다. 야외 프로그램도 일시 중단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아쉽지만,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에서 망원경으로 철새를 보기로 했다. 새 머리 모양으로 생긴 망원경 속을 들여다보자 겨울 철새들이 아미산 전망대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왔다. 바로 눈앞에서 물속으로 머리도 박고 장난도 치며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많았지만, 꼭 아이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여유 있게 철새도 보고 전시물을 보기에 좋았다.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전시실에는 철새들의 종류, 오는 시기, 먹이, 습지에 대한 정보로 꽤 유익하다. 1층 포토존에서는 철새와 함께 찍는 듯한 느낌으로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저녁은 뭐 먹지?
일행들은 국제시장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목적지를 남포동으로 정하고 58-2번 버스로 하단역에 도착해 도시철도로 갈아타고 남포역에서 하차했다.부평시장 안 '거인 통닭'에서 후라이드 치킨을 한 마리 먹었다. 후식으로는 커피대신 골목 노점에서 오징어 초무침과 만두·떡볶이를 먹었다. 오늘의 일정은 여기까지이다. 일행들을 숙소에 데려다주고 부산 투어 가이드의 일정도 끝났다. 초보 가이드를 하느라고 고생도 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여행 팁
■ 홍소족발(장뚝)
신평역 9번 출구 앞. 족발 小 2만 5천 원. 영업시간 10:00~24:00(일요일 23:00). 부산 사하구 신평 2동 623-7. 051-205-2200.
■ 아미산전망대
옥상에서 보는 풍경을 놓치지 말자. 전망대가 자리 잡은 곳이 이미 높은 언덕이라 시원한 풍경도 일품이다. 해가 지는 순간에는 건물 내부보다 옥상이나 건물 앞에 위치한 나무 의자에서 보는 편이 더 낭만적이다. 건물 바깥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각층으로 쉽게 갈 수 있다. 2층 전시실 운영 시간 09:00~06:00. 매주 월요일 휴무. 051-265-6863 . 3층 카페테리아·실내전망대 운영 시간 09:00~21:00. 부산 사하구 다대동 1548-1.
■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인공습지를 조성해 철새가 모이도록 해두었다. 장소가 조금 외곽이라 더 한적함을 느끼는 장점도 있다. 주차하기가 편하다. 운영 시간 09:00~18:00 (입장 17:00).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이면 그 다음 날) 휴무. 부산 사하구 하단동 1207-2. 051-209-2000 . 박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