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민해경과 차이코프스키 한국의 유행가수와 클래식의 거성 차이코프스키...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접점(接點)이 있습니다. 바로 민해경이 부른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의 멜로디가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교향곡 제5번 4악장의 첫 머리를 그대로 빼다 옮긴듯 하다는 것...그래서 이 5번 교향곡을 '민해경교향곡'으로 부른다고도 합니다. 1982년에 방송 인기대상을 받기도 한 민해경의 노래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을 비교해서 들어보지요.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_ 민해경
(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 1982)
그런데 이게 우연의 일치인지 의도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저작권에는 걸리지 않을겁니다. 작곡된
시기가 100여년도 지났으니까요. 이렇게 클래식 명곡을 팝으로 번안해 부르는 경우는 외국에서는 흔하지요.
대표적인게 쇼팽 작곡 'Etude Tristesse in E major, op.10-3'을 '이별의 노래 (Careless Love)'로, 생생의 동물의 사육제 중 제13곡 '백조'를 'Bitter Sweet'로,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 'G선상의 아리아'를 'Still
Life'로 등등 근사한 가사로 엮어 친근한 대중의 노래로 널리 부르고 즐기게 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답니다.
아래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5번 4악장입니다.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4. Finale. Andante maestoso Allegro vivace – Molto vivace Moderato assai e molto maestoso - Presto
슬픈듯 달콤한 센티멘털리즘의 정수
제4교향곡 이후 10년만인 1888년(48세)에 작곡된 작품으로 제4교향곡 후
10년간의 서유럽에서 방랑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와 완성하였다.
이 곡은 6개의 교향곡 가운데에 가장 변화가 많고 열정적인 곡으로 멜랑코리한
감성과 삶에 대한 갈등과 회한 같은 요소들을 출중한 구성과 뚜렷한 명암,
그리고 현란한 관현악으로 수놓았다.
이렇듯 친근하면서도 슬라브 민족의 피가 약동하는 듯한 이 교향곡은 슬프면서도 미래지향적이고 어두운 듯하면서도 건설적이다. 탄탄한 직조 속에 비단결 같이 부드러운 질감을 자랑한다. 이러한 오묘한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슬프고도 달콤하게 센티멘탈적인 정수를 보여준다.
Tchaikovsky Symphony No.5 in E minor, op. 64 [ 전곡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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