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무엇인가?
권대근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시를 쓴다는 행위는 하나의 세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제시되는 시적 세계는 이미지를 통해 구체적인 시적 정황을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진술 역시 중요한 시적 언술이다. 하지만 시적 진술은 감각적인 묘사와의 호응을 통해 제시될 대 시적 언술로서의 효과를 유감없이 발휘할 여지가 많다.. 시는 구체어를 통한 묘사다
寺 사 –절
시 –관청
詩 시 –관청의 말 /서민의 말과 다름
*시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다르다
일상의 원리 –자동화 시의 원리 –메타포(비유, 치환)
절이 산 속으로 간 까닭 –목탁 소리 시끄럽다고 해서
인도 –중국 (관에서)
오늘날 절의 명칭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사(寺)'는 원래 중국 관청 부서의 명칭인데,
중국에 불교를 전한 서역 스님을, 외국인을 접대하는 홍려사(鴻攦寺)(영빈관)에서 접견했기 때문에 스님이 머무는 곳을 자연스럽게 `사(寺)'라 부르게 되었다.
현재의 불교와 전혀 관계가 없음.
士 -선비 사가 아니라 之 갈 지의 변형
-가야 한다.
寸 -법칙, 규칙
* 촌철살인의 미학
-한마디로 말로 글로 사람을 감동시킨다.
■ 시를 바라보는 관점
시는 모든 문학 양식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양식이고, 문학 전체를 대표하는 양식이다. 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점이 중요한데, 모방론, 표현론, 효용론은 비교적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이후 시의 새로운 경향으로 대두된 것은 구조론적인 관점이다. 이 관점은 시를 기 자체의 자족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그것의 내부적인 표현과 구성 원리 등을 세밀하게 연구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모방론 –플라톤의 시인추방론
*표현론 –워드워즈의 강렬한 감정의 자발적 넘쳐남
*효용론 – 호라티우스의 교훈을 주고, 쾌락을 주고
또는 그 둘을 아울러 하는 일
*구조론 – 시의 언어가 어느 정도 정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가 하는 점
몇 가지 열쇠 – 단어나 비유, 이미지 상징 등이다.
시의 언어 –함축성, 애매성, 사물성
저녁길/김광규
날을 생각을 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요즘은 달리려하지도 않는다
걷기조차 싫어 타려고 하지 않는다
타면 모두 않으려 한다
앉아서 졸며 기대려 한다.
피곤해서가 아니다
돈벌이가 끝날 때마다
머리는 퇴화하고
온 몸엔 비늘이 돋고
피는 식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을 반쯤 감은 채
익숙한 발걸음은 집으로 간다
우리는 매일 저녁 집으로 간다.
파충류처럼 늪으로 돌아간다.
->돈벌이에 매달려 피폐해진 현대 도시인의 반복된 일상을 저녁 퇴근길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 =파충류, 집=늪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 같은 공간
법칙이 있는 관리들의 말
결론적으로 시는,
* 말은 법칙이 있어야 한다.
辛 -바늘, 바르게
언유종 사유군 言有宗, 事有君
■ 시의 언어를 보는 관점
시와 산문
* 발레리 –행진과 무용
■ 시의 언어가 지닌 특성
1, 함축성
영산홍 꽃잎에는/ 산어리고 산자락에 낮잠 든/ 슬픈 소실댁 소실댁 툇마루에/ 놓인 놋요강 산 너머 바다는/ 보름사리 때 소금발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
-> ‘보름사리 때’로 인해 고독하게 살다가 끝내는 죽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소실댁의 모습이 한결 정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2. 애매성
산에는 꽃피네/꽃이 피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피네 산에/산에/피는 꽃은/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꽃아 좋아/산에서/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꽃이 지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지네.
=> ‘산유화’에 나타나는 정신세계의 원점 내지는 열쇠 구실을 하는 부분이 ‘저만치’다. 한 단어지만 그 뜻은 몇 가지로 나누어진다. 1) 저기, 저쪽 (장소, 거리) 2) 저렇게 (상태), 3) 저와 같이, 저런 모양 (정황) -저기 저 산에 피어 있는 꽃은 저렇게도 소담하게 외롭게, 또는 앙증스럽게 피어 있네‘라는 감정이 곁들여져 있는 것이다.
3. 사물성
시는 감촉할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 구형의 사과처럼
무언이어야 한다/엄지손가락에 닿는 오랜 대형 메달처럼
조용해야 한다/이끼 자란 창턱의 소맷자락에 닿은 돌처럼
시는 말이 없어야 된다/새들의 비상처럼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된다/마치 달이 떠오를 때처럼
마치 달이 어둠에 얽힌 나뭇가지를/하나씩 하나씩 놓아 주듯이
겨울 잎사귀에 가린 달처럼/기억을 하나하나 일깨우며 마음에서 떠나야 한다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마치 달이 떠오를 때처럼
시는 딱 들어맞어야 한다/진실과는 무관하다
슬픔의 모든 역사를 표현함에/텅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
사랑엔/기울은 풀과 바다 위의 등대불 둘
시는 의미해선 안 되며/존재해야 한다
->시원리를 다룬 시다. 첫째에서 셋째 연까지는 바람직한 시의 형태를 심상으로 제시해 놓았다. 넷째 연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말이 없다는 것은 외부의 대상을 명명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떤 언어 또는 기호가 외부 대상을 지시하면 그 대상은 기호에 의해서 한정되어 버린다. 그 결과 대상은 희생이 되어 버리는 부작용이 따르는 것이다. 시인의 언어는 그 자체로서 외부 대상과 접촉하는 것이다. 이것을 매클리시는 새의 비상으로 비유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시인이란 언어의 무의미와 의미 사이에서 진동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무의미가 의미인 그런 세계에 사는 독특한 인간이다. 시는 그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제3의 실체일 뿐이다.
■ 좋은 시 언어를 쓰기 위해서
1) 뛰어난 시인은 말공부를 많이 한다.
정지용-비가 떨어지는 장면을 굼실굼실 떨어진다고 표현
2)사투리를 포함한 우리말의 풍요로움과 힘을 만끽해야 한다.
우리말의 아저씨, 삼촌, 백부, 숙부, 고무부, 이모부, 당숙, 재당숙 등은 영어로 번역하면 uncle 이 된다.
예> 저 대밭머리 돌아가면 늙은 당숙이 곰방대를 물고 나올 것 같다.
->아저씨로 바꾸면 시의 맛이 사라진다.
사랑해보다 문득 밀물처럼 다가오는 네가 있어 난 참 행복해
3) 창조적 오용이 중요 :러시아 형식주의의 ‘낯설게 하기’
-시는 근원적으로 역설적인 언어이다.
예) 별 하나 우러러 보며 젊자 –고은
어둠 속에서 내 자식들의 초롬초롬한 가슴이자(젊어지자, 가슴이 되자)
-조국의 별 –첫행
4) 언어의 애매성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ambiguity -(어원) 두 길로 몰고 감
5) 언어를 갖고 놀아야 한다. 조어 또는 창조어 사용
조어 하나가 시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나를 키운 것이 팔할이 바람이다.” 서정주
경제적이고 수학적인 표현 팔할을 시 언어로 사용한 서정주
나를 키운 건 팔할이 가수다.
6) 제유법과 환유법을 쓰자.
환유-속성으로 사물 자체를 나타냄
금테가 집신을 깔본다, 펜은 칼보다 무섭다, 사람을 바지저고리로 아느냐, 간판은 절색이다, 샤일록만 사는 마을이다,
제유-부분으로 전체(혹은 전체로 부분)을 나타냄
약주를 드신다, 빼앗긴 들에서 봄은 오는가, 사람은 방으로만 살 수 없다.
■시적 개성과 문체
시인의 언어선택은 구문 이미지 소리와 함께 문체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문체란 정해진 제재에 대한 최량의 표현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선택은 문맥과 제재에 좌우되며, 다분히 무의식적이지만 시인의 개성에 좌우된다. 구어냐 문어냐, 전문어냐 일반어냐, 축자적이냐 비유적이냐, 비속어냐 아어냐에 따라 분석되고 여기서 결정되는 것이다.
언어의 역사성이 있듯이 시어는 새로 나타나 지속되거나 소멸되기도 한다. 시인은 자기 시대와 자기의 특수한 스타일에 따라 어떤 중요한 용어들을 계속해서 선택해서 사용한다. 즉 상황의 관계가 시의 의미를 선택하게 하고, 시대의 요청에 따라 언어와 표현 양식이 선택되는 것이다. 베이트슨은 한 편의 시 속에 담겨져 잇는 시대의 흔적은 시인이 축구하는 데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추구하는 데서 얻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 “시의 참된 역사는 계속해서 시의 언어가 보여주는 변화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언어 속에 보이는 이러한 변화야말로 사회적 지적 여러 경향의 압력에 기인한다.”고 시의 언어와 시대 상황과의 관계를 밝혔다.
마일즈 여사는 현대시의 구문상 특징으로
종속절보다 대등절의 파편성, 고립성, 자발성의 경향을 들고 있다. 우리 현대시는 시의 호흡이 짧아서 가는 경향을 보인다. 의미 연관이 전혀 없이 언어들이 고립적으로 병렬된 구문은 초현실주의 시의 한 표본이다. 또 하나는 반문체다. 해사체라고도 하는데, 전통적 시 문체를 의도적으로 해체시켜 철저하게 산문적이고 현실적인 언어로 쓰는 것이다. 반문체의 현상 속에는 현실비판의 산문정신이 숨어 있다.
모든 시인은 영속적인 것 (전통적), 때때로 지배적인 것(시대 상황의 특징), 두드러진 미래 지향적 경향(시도적)에 참여한다.
총 맞은 것처럼/백지영
총 맞은 것처럼 정신이 너무 없어
웃음만 나와서 그냥 웃었어
그냥 웃었어 그냥
허탈하게 웃으며 하나만 묻자 했어
우리 왜 헤어져
어떻게 헤어져 어떻게 헤어져 어떻게
구멍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잡아보려 해도 가슴을 막아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아플 것 같진 않아
어떻게 좀 해줘 날 좀 치료해줘
이러다 내 가슴 다 망가져
구멍난 가슴이
어느새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
이러기 싫은데
->이별의 아픔을 그 누구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없다. 총을 맞은 것처럼, 불란스의 시인 마리 로랑생은 ‘죽은 여인보다도 더 불쌍한 여인은 잊혀진 여인입니다. 이런 시도 전부 감정의 과잉에다 관념적인 언술로 되어 있어 감각적이지 않아 미적 사유로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예시와 일반화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유리잔은 차고, 딱딱하고, 투명하다.
마치 얼음 같다.
콩을 가리다가/이응인
동글동글한 거, 길쭘한 거
납작한 거, 구멍난 거
쭈글쭈글한 거
겉똑똑이
새침데기
고자질쟁이
땅꼬마
밉상 아닌 게 하나도 없네
-> 밉상 아닌 게 없다지만 사실은 모두를 사랑하고 있다는 시인의 마음이 다가온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만난 기분이 들게 한다. 날선 단어 하나 없이 갑질도, 차별도 권력도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말해준다. 모든 아이와 모든 사람을 한결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 앞에서 긴장하고 방어하고 공격하며 살아왔던 시간이 무장해제된 기분이다.
멍청하게/이응인
내 게으른 걸음이 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걷다가 잠시 멈추어 들판의 끝을 보거나
자운영 가득한 논들을 서거나
철없이 흐르는 물소리에 말대꾸하거나
그 순간 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들판이, 자운영이, 물소리가 나를 가득 채워서
내가 최대한 멍청해질 대
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멍청하게.
-> 세상 전체가 그대로의 시, 자신에게 오는 모든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멍청한 모습을 떠올려본다. 더 잘 꾸미려는 욕심없이 완성되는 시, 문을 열고 세상을 만나며 거기에 더 큰 것을 만날 수 있다는 그의 시론, 시인의 안테나는 그렇게 세상을 향해 있다. 그래서 시인에게는 세상 전체가 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