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父母와 老人/ 박성열 토마스 신부
평화를 빕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밭에 숨겨진 보물'과 '좋은 진주'에 비유하십니다. 어떤 사람이 그걸 발견하자마자 기뻐하며 전 재산을 다 팔아 그 밭과 진주를 삽니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진짜 '보물'과 좋은 '진주'는 무엇일까요?
마침 오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제정하신 '제6회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입니다. 문득, 바로 우리 곁에 계신 어르신들과 조부모님들이
'밭에 숨겨진 보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세상은 온통 '새것', '빠른 것', '유행을 따르는 것'만 쫓아갑니다.
최신 스마트폰은 몇 달만 지나도 구형(舊型)이 되고, 세상은 어르신들의 느린 걸음걸이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짜 보물은 대개 반짝이는 보석상 진열장이 아니라, 깊은 흙 속, 오랜 세월의 먼지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은, 그냥 나이 듦의 흔적이 아니라 자녀들이 아플 때 밤새워 흘린 눈물 자국이자,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모진 바람을 막아낸 '훈장'입니다. 어르신들의 손마디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 손은 낙심한 자녀들의 등을 어루만지고, 수만 번의 기도를 바치며 묵주알을 굴렸던 '거룩한 손'입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는 것은 거대한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은 삶의 지혜가 담긴 살아 있는 보물창고이자 진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자기 소유물을 '다 팔아'(마태 13, 44) 그것을 샀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삶이 바로 그랬습니다.
자녀라는 보물, 가정이라는 진주를 얻기 위해 당신들의 젊음, 청춘, 건강, 그리고 당신 자신이라는 전 재산을 망설임 없이 '다팔아'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이 다 팔아넘긴 희생 위에 지금 이렇게 풍요롭게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그 보물을 알아보지 못하고, 무시하며 구석에 밀어두진 않았나요? 밭에 묻힌 보물을 그냥 돌멩이 취급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하느나라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나를 위해 평생을 바친 이들의 눈물과 사랑을 알아채고, 그 마음에 감사하는 고백 속에 하늘나라가 시작됩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 부귀영화가 아니라 '듣는 마음'을 청했습니다. 오늘 우리도 하느님께 기도합시다. 어르신들의 깊은 한숨을 듣는 마음, 그분들의 사랑을 알아보는 지혜로운 눈을 달라고.
우리 곁의 숨겨진 보물인 조부모님과 어르신들이 하느님의 위로 속에서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하며, 그분들이 베풀어 주신 사랑을 우리도 세상에 아낌없이 나누는 기쁜 주일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더불어 원로 선배 사제들의 영육 간의 건강을 기도합니다.
ㅡ 박성열 토마스 신부(양산동 본당)
첫댓글 Solomon 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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