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줄이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정신과에 가면 매일 듣는 말이 그렇게 힘들면 일을 줄이세요.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하지만 현실은 메일이 전쟁이에요. 오늘 하루도 할 일이 태산이고 내가 아무리 일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도 생기는 일을 외면 할 수 없잖아요. 말은 쉽지만 실제로 그게 안 되니 병이 생기나 봐요. 요즘은 울컥울컥 눈물도 나고 화를 주체를 못 하겠어요.’
나도 마찬가지이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가면 “좀 쉬셔야 해요.”“일을 조금씩 하시고 운동을 하세요.”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하루의 일과가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스스로 상황에 순응한다. 내담자분들의 가장 많이 하는 표현은 “ 나도 스트레스받아 힘들어요. 병원 가면 쉬라는데 혼자 그게 되냐고요. 식구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고 밖에 일은 돌아가지 않는데 혼자 용을 써 봤자 헛일이에요. 힘들다고 말하면 뭐해요. 답도 없이 그럼 쉬라고 던지는 말에 가슴만 답답해지고 차라리 말해서 실랑이하느니 참고 사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해요.”
우리가 일을 줄인다는 것과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단순한 표현이 얼마나 많은 작업이 필요한지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나도 거의 37년을 아이 낳을 때 3개월 출산 휴가 외에는 쉬어본 적 없이 일을 해왔다. 늘 그렇게 하루를 일상으로 보내고 살아왔기에 일을 많이 한다고 지각된 적이 아플 때 말고는 희미하다. 어느 경우는 아파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했던 것 같다. 처음 상담센터를 개소하고 3개월 정도 지났을까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오랜 부정적 사고를 저녁 시간에 상담해주던 중 상담을 마친 후 책상에 엎드려 이건 무리다 싶은 마음이 들어 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나는 다음 주에도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 학생이 좋아지고 있었고, 대학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나의 소명의식이 나를 계속하게 했다. 힘들었지만 그 학생은 결국 좋은 대학에 자신의 성적보다 좋다는 대학에 입학하여 예쁜 대학생이 되었다. 만족스러웠다. 일하는 가치에 나의 가치가 일치된 것 같았다. 그런 시간을 30여 년 지내다 보니 나의 일상의 변화는 천천히 찾아와 어느 순간 변화를 감지한다. 나 역시도 나이듬에 대한 변화의 순응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삶에 변화를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어느 이는 예민 함으로 오기도 전에 염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이는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늘 같은 삶의 척도를 사는 사람도 인간은 시간의 흐름 앞에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신체적으로 인지적으로 특히 심리적 변화는 삶을 매우 다르게 이끈다. 신체는 힘과 속도 등 변화로 걸음걸이, 목소리, 피부 등등 눈에 보이는 변화를 표현한다. 인지적으로는 건망증과 기억력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다. 특히 혹시 내가 경도 인지장애나 치매가 오는 건 아닐지 걱정한다. 또 한 가지는 정신적, 심리적 위축이다. 예전에는 일이 무섭지 않았는데 나서서 하는 것이 자신감이 줄어들고 나이 들어 나서면 흉이 될까 염려한다. 나이 든 사람이 주책이라는 평가를 받을까 눈치 본다. 고집스러운 노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으며 작아지는 마음에 우울감이나 자존심이 무너지기도 한다. 젊은 시절엔 이랬었는데, 힘이 사라진 자신에게 애도한다.
이러한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순응 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이 가장 죽음까지도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은 정신적, 심리적 존중감이다.
남에게 무시 받지 않고 소중한 사람으로 살다 가고 싶은 것이다. 요즘 <마지막이 처음일 당신에게>라는 다큐멘터리를 시리즈로 방영하는데 일본의 < 엔딩센터 >는 인간의 바람을 잘 읽어 준비한 정책이다. 우리는 상처 받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우리들의 삶은 상처와 회복이 같이 버무려 산다. 그러니 상처만 기억하지 말고,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도 기억하며 자신의 남은 삶을 조율해보면 어떨까 한다.
나는 여건이 된다면 조그만 cafe에서 (이름은 lif& death: my thinking) 살아온것에 대한 이야기와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 이야기 장을 만들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