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는 14일 삼성전에 황금사자기 준우승 팀 마산고 야구부 전원을 초청했다.
마산고는 당초 전력 이상의 맹활약을 펼치며 결승까지 올라 우승보다 더 값진 준우승을 일궈냈다. 지역 연고 고교 팀의 선전에 NC는 정성 담긴 축하 지원금을 전달했고 앞으로도 꾸준한 지원과 보살핌을 약속했다.
지난 9일 마산구장은 오랜만에 고교야구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마산고가 18년 만에 황금사자기 결승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응원의 함성은 드높았다. 비록 1-4로 졌지만 시상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마산고를 응원하는 이들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 우승팀 보다 더 주목 받은 마산고덕수고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그라운드에 진입한 취재진 발길은 두 갈래로 갈라졌다. 당연히 승자 쪽으로 시선이 모아졌다. 하지만 마산고 선수단을 향한 격려와 박수 또한 뜨거웠다.
모두가 덕수의 우세를 점쳤다. TV 생중계까지 잡혀 있는데 결승답지 않은 일방적인 게임이 될 수 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그랬다. 덕수고는 투타 어디 하나 부족함 없는 최강의 전력으로 서울권 A조에서 6전 전승을 거둬 조 1위로 대회에 참가, 우승 후보 0순위로 평가됐다. 또 프로직행이 유력시 되는 선수가 8명이나 될 정도로 화려한 멤버를 자랑한다.
반면 마산고는 주말리그 경상권 B조 4위(3승3패)로 간신히 턱걸이로 대회 참가를 한 중위권의 평범한 팀. 일각에서는 두 팀의 격돌에 대해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아니겠냐는 극단적인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선취점을 먼저 뽑은 건 마산고였다. 1회 상대 선발 안규현(덕수3.사이드암)의 실책과 야수 선택 등으로 안타 없이 한 점을 뽑았다. 마산고가 초반 주도권을 잡은 셈이었다. '이겨야 본전' 인 덕수의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컸던 것이다. 그래도 덕수는 강했다. 더 이상의 추가실점은 허용하지 않았고 안정을 찾는 기미를 보이던 4회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주자를 착실히 진루 시킨 뒤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경기는 1-1로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다 8회 덕수고는 1사 이후 안타와 상대 실책을 틈 타 역전 점수를 뽑았고 9회엔 투수 폭투와 실책으로 2점을 더 보태 스코어를 석 점 차로 벌려 상대 추격의 의지를 꺾었다. 2시간 53분간의 결승전은 그렇게 끝났다.
★ 모두가 놀란 파죽의 4연승신일고(8-1승), 부산공고(4-0승),인천고(6-0승) 동성고(3-1승)를 차례로 꺾으면서 마산고가 기록한 실책은 단 두개 뿐이었다. 그런데 결승 경기에서는 막판 3개의 실책이 속출했다.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준 것이다.11년째 마산고를 이끌고 있는 이효근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가장 걱정 했던 부분이 실책이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며 경험 부족과 집중력 부족도 결국 '실력'이라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하지만 잘 싸웠다. 먼저 점수를 뽑았고 막바지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팽팽했다.
전날 동성고를 3-1로 격파하며 결승진출을 확정한 순간 마산고는 이미 우승과 다름 없는 기쁨을 만끽했다. 결승진출 그 자체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행복했다.
"대진운이 컸죠. 반대쪽엔 우승후보들이 즐비했는데 감독님의 뽑기 실력이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운도 따라 줘야 하는 것 같아요."
결승전을 앞두고 평소와 다름없이 덤덤함을 잃지 않은 마산고 선수들은 4연승을 내달릴 수 있었던 이유를 이효근 감독의 손끝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사실 그랬다. 대진표를 보면 왼편엔 우승 후보들이 몰려 있고 상대적으로 마산고가 속해 있던 일정엔 크게 눈에 띄는 팀이 없었다. 그렇다 해도 결승행은 의외였다. 선수들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 '이라고 털어 놓을 정도다. 과연 마산고의 선전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 고교야구계의 유희관, 궁정홍의 역투주말 마다 잊지 않고 찾아와 힘을 실어준 홈 관중의 응원 덕도 크다. 하지만 야구는 투수놀음. 갑작스레 튀어나온 궁정홍(3학년.좌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래 주축 투수는 류재인(2학년.사이드암)이다. 그는 주말리그 6경기에 등판 34이닝을 던지며 2승2패(3완투) 평균자책점 3.18로 에이스로 통했다. 상대적으로 궁정홍은 3경기에 12.2이닝 1승 1패 방어율 5점대로 부진했다. 그런데 이효근 감독은 첫 상대 신일고전에 궁정홍을 투입, 그것이 적중했다.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한 든든한 타선의 지원 아래 궁정홍은 9이닝 동안 4피안타 9탈삼진 1실점 완투승을 따냈다. 이것이 시발점이었다. 자기 볼에 자신감을 찾은 궁정홍은 부산공고전에서 8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2년 연속 8강 진출을 이뤄냈고 인천고전에선 3피안타 무실점 완봉승을 따내는 등 이번 대회 전 경기(5게임)에 출장한 궁정홍은 35이닝 동안 단 3실점(3자책)만 내줬을 뿐 3승(1완봉,1완투승포함) 방어율 0.77의 호투를 선보였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볼 끝이 좋아 쉽게 타자들이 쉽게 그의 볼을 공략하지 못했다. 삼진18개) 보단 의도적으로 맞춰 잡는 것이 주효했다.
결승전에서도 5.1이닝 동안 4피안타 4사사구 1실점(1자책)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주말리그 때만 해도 컨디션이 별로였어요. 그래도 3학년이니까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거죠. 타자들이 점수를 쉽게 뽑아주면서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었어요. 첫 경기 승리 이후 내 볼에 대한 자신감을 찾았고 컨디션도 좋았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 학교 진짜 에이스는 (류) 재인이죠."
궁정홍의 겸손함에 류재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형이 최고죠. 저도 던지고 싶었는데 형이 너무 잘 던지니까 설 기회가 없더군요. 준결승까진 좋았는데 결승에서 못해 좀 아쉬워요. 만약 형이 없었다면 준우승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 내년이 더 기대되는 전력마산고 야구부는 1953년에 창단해 이후 2번이나 해체와 재 창단을 거쳤고1980년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으나 전국대회 정상엔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1990년 대통령배 와 95년 황금사자기 두 번의 준우승이 전부였다. 지금껏 변방에 속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신흥강호로 우뚝 섰다.
투수 한 명 때문에 가능했던 건 절대 아니다. 타자들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마산고는 3학년이 5명 뿐 나머지는 모두 2학년들로 꾸려져 있다. 최다 타점상(8타점)을 수상한 류승찬(1루수)를 비롯해 김민수(중견수),신용수(2루수) 김민혁(포수) 김민수(중견수) 박성준(유격수)에 이르기까지 내야가 모두 2학년생이다. 지난 겨울 강도 높은 훈련량을 소화하면서 선수들은 근성과 집중력을 키웠고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게 되었다. 올해 보다 내년에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꿈틀거린다.
시상식 현장에서 몇 몇 마산고 선수들은 눈물을 보였다. 자신 때문에 졌다고 생각한 야수들이었다. 그러나 프로도 실수가 있는 법. 내일을 기약할 수 있기에 다시 그라운드에 서고 웃을 수 있다.
후반기 주말리그가 시작됐다. 준우승의 타이틀을 가슴에 새긴 마산고의 또 한번의 선전을 기원하며 더불어 제 2, 제 3의 돌풍의 팀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