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 프린스, 퍼블릭 에너미,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Do The Right Thing]에서 언급되는 흑인 셀러브리티들의 명단이다. 영화 속 흑인들은 위의 인물들에게 존경을 가지고 같은 흑인이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흑인들은 음악, 스포츠계의 슈퍼스타들을 배출해왔다. 이는 영화의 배경인 80년대부터 2010대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대중음악계에서 획기적이었던 변화들 중 랩‧힙합음악의 유행이 1순위로 꼽혔고, 마이클 잭슨은 영원한 팝의 황제로 남았으며, 마이클 조던에 이어 르브론 제임스 등의 NBA스타들이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고 있다.
대중문화속에서 흑인들의 성공은 흑인들의 서포트만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성과이다. 다시 말하면, 백인들, 흑인이 아닌 다른 인종들이 흑인 스타들에 열광했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힙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백인에게 힙합이 일종의 신문물이었고, 매력적인 문화였기 때문이다. [Do The Right Thing]의 주제가를 부른 퍼블릭 에너미, 엠씨 헤머 등의 흑인 힙합 뮤지션들이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대중음악계를 뜨겁게 달구었고, 이는 이들을 대체할 백인 뮤지션(에미넴)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어진다.(사실 지금까지도 힙합=흑인 이라는 공식이 존재한다.)
이런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두 캐릭터가 바로 라디오 라힘과 버긴이다. 라디오 라힘은 이름처럼 온종일 라디오를 틀고 다니는 캐릭터이다. 그것도 힙합음악만이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들고 다닌다. 그는 길을 지나다 살사음악을 틀어놓은 히스패닉들 쪽으로 다가가 자신의 라디오의 볼륨을 한껏 높여 살사음악이 묻히게 한다. 마치 힙합음악이 최고라는 듯이 과시하는 듯 하다.
버긴은 자신의 조던 운동화가 백인이 타고 가던 자전거에 밟히자 분노한다. 조던 운동화는 단지 비싼 운동화이지만, 흑인들이 조던을 신는다는 것은 마이클 조던이라는 걸출한 흑인 전설에 대한 존경이 담긴 것이다. 그런 운동화를 밟는 행동은 그들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들의 자부심을 무시하는 행동인 것이다. 라디오 라힘과 버긴의 흑인 스타에 대한 자부심은 일종의 아메리칸 드림의 표출이다.
하지만 [Do The Right Thing] 속 흑인이 아닌 인물들은 흑인 슈퍼스타들을 인정하고, 동경하면서도 같은 동네에 사는 흑인들을 무시한다. 그들의 시선에서 흑인들은 게으르고, 취직도 못하고, 뱉는 말마다 욕설인 사람들이다.
보통의 흑인영화들과는 달리, 스파이크 리는 영화의 주인공인 피자배달부 무키의 시선으로 흑인들의 모습을 관찰하기만 한다. 그리고 카메라에 담긴 흑인들의 모습은 다른 인종들이 흑인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이해시켜 준다. 아메키란 드림을 바라는 것과 동시에 무기력한 흑인들의 삶도 보여준다.
흑인들의 삶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선 영화속 다른 인종들도 살펴봐야 한다. 영화에서 흑인을 제외하고 나오는 인종들은 잠시 지나가는 살사듣는 히스패닉과 백인인 경찰, 피자집을 운영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살과 그의 아들들, 그리고 1년만에 성공한 상점을 운영하는 한국이다.
먼저 아탈리아계 미국인인 살과 아들들을 살펴보자. 살도 동네의 흑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과 같은 인종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의 가게 한쪽 벽에 있는 ‘명예의 벽’에는 프랭크 시나트라 등 이탈리아계 스타들의 사진들이 걸려 있다. 그 역시 이민자 출신으로써 흑인들이 흑인 스타에게 갖는 것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명예의 벽’에 왜 흑인이 없냐고 따지는 버긴과 크게 말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 그의 자부심도 상당해 보인다.
흑인들은 동네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동네에서 가장 잘나가는 상점이 된 가게를 질투한다. 동시에 한국인이 영리하다고 인정한다. 재미있는건 영화의 마지막부분이다. 살의 상점을 부숴버린 흑인들은 건너편에 있는 한국인의 상점역시 부셔버리려 하지만, 한국인은 나도 흑인이라면서 방어하고, 흑인들은 그 상점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 한국인이 당연히 흑인은 아니지만 같은 ‘아메리칸 드림’을 가진 주류가 아닌 인종으로써 느끼는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동질감은 원색에 가까운 색감의 화면으로 구현된다. 밝은 화면 덕분에 확연히 구분되는 여러 인종들의 피부색만큼 다양한 색의 옷과 건물들이 영화에 등장한다. 원색의 색감에 약간 삐뚤어진 카메라 앵글이 더해져 마치 코믹스나 팝아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꿔말하면 코믹스나 팝아트에서 느껴지는 쿨함, 멋짐이 영화에도 깃들어 있다.
대중문화는 쿨한 것을 탐한다. 그것은 음악, 영화, 스포츠 등 모든 대중문화 분야에서 통용된다. 마이클 잭슨이나 제이지, 사무엘.L.잭슨이나 윌 스미스, 마이클 조던이나 르브론 제임스가 성공한 이유는 그들이 쿨하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쿨함을 한 인종을 넘어서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존중하고 좋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에 사진으로 등장한 이탈리아계 스타 프랭크 시나트라도 쿨한 것이고, 머나먼 동방에서 온 싸이도 쿨한 것이다.
스파이크 리는 쿨함을 통해 인종차별을 없애라 한 것일지도 모른다. 쿨하다는 것, 멋지다는 것은 어느 한 인종에게 속한 것이 아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Do The Right Thing]같은 쿨한 작품을 만들어낸 것도 위와 같은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첫댓글 영화 서사 수업에서 보게 된 영화인데 삐뚤어진 쇼트들이 위태위태한 느낌을 줘서 흥미로웠죠. '쿨함'이라는 키워드로 보니 또 새롭게 다가오네요. 잘 읽고 갑니다
저도 학교 영화서사 수업으로 보게 된 영화에요! 저는 삐뚤어진 쇼트와 원색의 색감이 위태위태한 느낌 보단 코믹스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이렇게 써봤습니다ㅎㅎ
잘읽었어요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