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락 : 보라어(甫羅漁)
경상대 출판부,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발간
어류 36종, 갑각류 6종, 조개 8종, 소라 3종 등 모두 53종 소개
경상대 출판부에서 발간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겉표지와 내용
[경남=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이상경) 출판부(출판부장 박현곤 미술교육과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魚譜)인 담정 김려의 『우해이어보(牛海異語譜)』를 새롭게 해석하고 설명한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 (경상대출판부, 345쪽, 1만 7000원)를 발간했다.
이 책에는 담정 김려의 『우해이어보』 원문에서부터 번역문, 지금의 우해 앞바다 물고기 이야기까지 생동감 있는 글과 해설, 생생한 그림과 사진으로 『우해이어보』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겼다.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는 최헌섭(두류문화연구원) 원장과 박태성(해동문화재연구원) 박사가 200여 년 전 『우해이어보』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각종 문헌을 샅샅이 뒤져 오늘의 시점에서 우해 앞바다 물고기 이야기를 새롭게 적은 책이다.
낚시에는 전혀 취미가 없던 두 저자는 이 책을 위해 우해 앞바다에서 1년 남짓 강태공 생활을 해야만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우해이어보
『우해이어보』는 조선의 문인 담정 김려(1766~1822)가 우해 일원의 바다 생물에 대해 1803년에 저술한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이다.
흔히 바닷물고기를 다룬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하면 손암 정약전(1758~1816)의 『현산어보(자산어보)』로 잘못 알고 있지만, 실은 『우해이어보』가 최초의 어보이다. 『
현산어보』가 1814년에 나왔으니, 1803년에 나온 『우해이어보』는 그보다 11년이나 앞서 나온 것이다. 특이한 건 김려와 정약전 두 사람 다 신유박해에 연루되어 바다가 있는 진해와 흑산도로 각기 유배됐고 둘 다 바다 생물을 관찰하여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어보를 저술했다는 것이다.
『우해이어보』를 쓴 담정은 1801년 4월부터 옛 진해현(지금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일원) 율현촌 염밭마을의 소금 굽는 사람 이일대의 집에서 유배 생활을 시작한다.
담정은 이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보수주인(유배 죄인의 거처를 제공하고 죄인을 감시하는 사람)의 열두어 살 된 아들과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서 잡거나 본 어류와 갑각류 및 패류 등 72종의 어족에 대해 적은 책 『우해이어보』를 저술하게 된다.
『우해이어보』는 ‘우해(牛海)에서 나는 이상한 고기(이어, 異魚)의 족보(族譜)’라는 의미다.
‘우해’는 옛 진해의 다른 이름인데, 고현리에 있는 우산(198.3m)에서 비롯했다. ‘이어’는 서울 사람인 김려의 눈에는 잘 알지 못하는 특이한 물고기들을 가려 적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수록된 어패류는 연체동물과 민물고기를 포함한 어류 53종, 갑각류 8종, 패류와 소라류 11종 등 모두 72종이다.
각 어족에 대한 서술 순서는 어명, 이명(異名), 형태, 습성, 요리법, 맛, 효능, 어획 방식과 사용 어구, 유통, 민속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절반이 조금 넘는 39종에 대해서는 『우산잡곡(牛山雜曲)』으로 시를 지었다.
새롭게 쓴 물고기 이야기, 신新우해이어보
현재 『우해이어보』에 관한 책은 번역서를 포함해 몇 종이 출간된 상태다. 그러나 대개 학술서 형식에 단순 번역서가 많아 독자들이 이 책을 이해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두 인문학자는 아주 쉬운 필체로 물고기에 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엮어서 어류 기행 에세이 형식으로 『신우해이어보』를 썼다.
박정희와 삼불 김원룡이 평생 잊지 못했다는 꼬시래기, 소동파가 죽음과도 바꿀 수 있는 맛이라고 했던 복어, 그 맛을 모르면 평생 후회한다는 기운을 돋우는 조기, 여름 최고의 보양식으로 논밭 다 팔았다는 민어, 천대받던 물고기에서 효자어종으로 변신한 물메기, 그 맛이 일품이어서 용의 알이라 불리던 삼치 알, 죽음도 함께하는 사랑의 물고기 전갱이, 옛날에는 봄도다리가 아닌 가을도다리였다는 사실, 겨울철 별미의 대명사 과메기를 만드는 청어, 물에서 나는 더덕 미더덕, 조조가 즐겨 먹었다는 전복, 비를 좋아하는 상비어, 안개가 끼면 나타난다는 멸치, 가오리와 홍어의 구별법 등 다양한 어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싣고 있다.
『신우해어어보』는 『우해이어보』에 나오는 어류 등을 역사적ㆍ문헌적으로 살펴봄과 동시에 오늘날의 해양 환경과 어족 현황 등도 살펴보고 있다.
아직도 그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어패류가 적지 않아서 72종을 모두 다루지는 못했으나, 실체가 확실한 어류 36종, 갑각류 6종, 조개 8종, 소라 3종 등 모두 53종을 소개했다. 『우해이어보』에서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지금 옛 우해 지역에서 대표성을 띠는 미더덕 등을 수록하기도 했다.
또한, 옛 그림과 그 그림에 얽힌 물고기 이야기, 책에서 언급한 어패류의 사진과 해설 등을 별도로 실어 바닷물고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우해이어보』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에세이 형식의 『신우해이어보』와 200여 년 전 어패류에 대한 김려의 견해와 해설을 볼 수 있는 『우해이어보』 원문과 번역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헌섭 저자는 “200여 년 전 이곳에 유배 왔던 인문학자 담정 김려가 우해의 어족과 그곳 사람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긴 것처럼 우리 두 저자도 담정의 눈을 통해 당시를 살피고 싶었습니다.
두 세기 전에 선배 인문학자의 눈에 비친 진해 사람들의 삶을 읽어 내기 위해 한 해 넘게 우해 일원을 찾아다니며 당시 사람들의 삶을 추체험해 보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저자와 경상대학교출판부는 그동안 경남도민일보 연재(18개월), 학술 심포지엄(2회), 현장 탐방(2회), 각종 강연회 등을 통해 <우해이어보>를 널리 알리려고 애써 왔다.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 신우해이어보』는 경상대학교출판부가 기획한 ‘지앤유 로컬북스’의 세 번째 책이다.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대구출판지원센터의 ‘2017년 지역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주목받은 저작물이기도 하다. 경상대학교출판부는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북 콘서트와 인문학 기행 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경험·추억 안고 다시 태어난 '어보'
마산만 물고기 '한눈에'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
문화적 시선 더해 재조명
이름 유래·저마다 사연
컬러 입힌 사진 '눈길'
경상도 사람들이 대개 '뽈라구'라고 부르는 물고기 볼락. 볼락이란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물고기 이름은 생긴 모양, 잡히는 시기, 색깔로 지어지는 게 보통이다. 혹은 습성이나 신체 구조적 특징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조선 후기 학자 담정 김려(1766~1822)는 빛깔에 치중했다. 김려는 <우해이어보>에서 볼락을 '보라어(甫羅漁)'라고 소개했다. 옅은 보랏빛을 띤다 하여 아름답다는 뜻인 '보라'를 빗댔다.
<우해이어보>는 김려가 1803년 진해현(현재 창원 마산합포구 진동· 진북·진전면 일원)에서 유배 생활을 하다가 펴낸 어류도감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보다 11년 일찍 저술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이다.
지역성과 역사성을 따진다면 <우해이어보>는 말할 것도 없이 창원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 가치와 의미에 주목해 박태성 해동문화재 연구원이 <우해이어보의 바다, 마산만의 물고기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1962년 창원 사화에서 태어난 박 연구원은 마산만 일대서 생활한 덕분에 풍토와 풍습, 지형, 지리,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물고기들이 친숙하다.
그는 <우해이어보>를 단순히 번역하고 물고기 습성과 생김새, 성장과정을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김려의 바다체험에 그의 기억을 더했다.
'꼬시래기'라고 불리는 문절망둑을 통해 봉암 꼬시래기 횟집들을 추억하고, 70, 80년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쥐치포를 생산했던 삼천포 쥐포공장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 옛날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과 지역이 보태져 더욱 풍성하고 생생하게 와 닿는다.
어려운 한자로 쓰인 생물 이름을 현대적으로 쉽게 풀이한 점도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
'석하돈'으로 기록된 복어, '도알'로 소개된 도루묵, 정강이의 원어인 '원앙' 등 이름의 유래와 저마다 품은 사연이 흥미롭다.
박 연구원은 글과 함께 실린 사진은 마산 어시장에서 직접 발품 팔거나 부경대 자원생물학과에서 분양한 물고기 표본을 대상으로 촬영했다.
컬러를 입혀 글로 다 전하지 못한 실체감을 느낄 수 있다. 앞서 과학적, 언어학적 관점으로 나온 세 권의 번역본보다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다.
문화적 시선으로 딱딱한 전문서적의 느낌을 탈피했다.
지난 24일 열린 조촐한 출판 기념식에서 박 연구원은 "봉암 가까이 살았던 어렸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냈다. 어찌 보면 에세이나 자료집, 번역서라고도 볼 수 있다. 한편으론 행복한 추억 여행을 한 것 같다"고 책을 펴낸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이정용 선생의 <우해이어보의 어류 갑각류 패류 이름 연구>에 이어 이번 책자를 발간한 임영주 마산문화원장은 발간사를 통해 "지역문화 발굴 사업으로 매년 <우해이어보> 관련 학술행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로 우해(진동만 일원)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