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레시피 소스
-발 그림이 불러온 나비효과
이게 정녕 그림일까요?
저는 그림을 정말 못 그립니다.
그리는 걸 즐기는 마음을 타고나지 못한 까닭입니다.
재능은 꾸준함이 가져다주는 선물이라는데요
선물이 저를 비껴갔습니다. 그림 소질이 없는 운명입니다.
못 그리는 그림일지언정 시를 써야 한다면 시늉이라도 해야 했습니다.
정말 손으로 그린 거야? 내가 발로 그려도 이보다 낫겠어.
혀를 끌끌 찰 그림들입니다. 심지어 이건 따라 그린 겁니다.
발 그림처럼 보이겠지만 제 발은 결단코 펜을 잡아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라도 시 요리를 하자 야무진 꿈을 꿉니다.
사진을 못 찍는다고 시를 못 쓰거나
그림을 못 그린다고 시가 안 써지거나 하지 않게
오늘도 씁니다.
운동화는 내 발을 만나 이렇게 와락 끌어안는다.
"내 짝을 찾았어."
다음날 만나면 또 처음 만난 것처럼 반긴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하면서 와락.
발은 언제나 무심한 듯 운동화에 안긴다.
발을 향한 운동화의 사랑은 한결같다.
운동화는 발이 얌전히 와서 안긴 것만으로 좋다.
게다가 이 말을 들을 때 정말 씨익, 운동화 볼이 빨개지도록 혼자 흐흐흐 웃는다.
"엄마, 내 운동화 아직도 안 말랐어요?"
내 운동화라니! 다른 신발류는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이렷다.
빨랫줄 집게에 붙잡혀서 흐흐흐흐물거리며 좀 더 젖은 채로 있을까?
마음에 없는 마음을 감추며 웃는다.
늦게 늦게 마르고 싶다는 말로 속마음을 숨긴다.
아직 안 말랐어요? 가 운동화에게는 '얼른 와서 안아주세요'로 들린다.
운동화도 빨래집게를 쉬게 해주고 싶다. 턱관절이 아플 테니까.
"나, 지금 가."
운동화는 꽃송이처럼 날아서 발에게 간다.
운동화 탐구/김미희
운동화꽃 꽃말은 ‘안아줄게요’
발 고린내를 꽃향기로 자동 변환되는 기능 필요
운동화의 소원은 자라는 것
아이와 함께 자라서 헤어지지 않는 것, 해지지 않는 것.
운동화 유전자 연구를 하는 박사님 모집 중이라는 말에
아이 발을 줄이는 연구를 하는 게 빠르겠다고
비관적으로 대답하는 ‘어른’ 은 접근 금지
운동화의 운동화에 의한 운동화를 위한 나라에는
언제나 ‘아이’가 함께할 것을 맹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