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논술 개념어 사전 > 언어영역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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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0.28. 05:14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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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 개념어 사전 > 언어영역
이청준
1. 교과서 속 주개념
1) 이청준
이청준은 1939년 전남 장흥군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부모님과 자신을 포함한 5남 3녀, 즉 10명이었다. 그가 6세 경 세 살짜리 막내가 홍역으로 죽고, 반 년 뒤 맏형이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그로부터 2년 뒤 큰형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부친이 타계하였는데 이렇게 잇따른 가족의 죽음은 어린 이청준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 기억은 그의 작품에서 죽음을 자주 등장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16세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광주에 있는 중학교에 입학해 중학교 2학년까지는 친척집에서 살고, 3학년 때부터는 자취를 하였는데 이때 그는 고향 마을에서의 가난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외면하고 고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으며, 그것은 그의 작품 〈눈길〉에 잘 나타나 있다. 22세에 서울대학교 독문과에 입학하여 대학 초년에 4·19와 5·16을 겪었고, 대학 4학년인 27세에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러던 그는 37세가 된 1975년에 1960년 이후 처음으로 고향을 방문하였으며 그 후 〈눈길〉, 〈서편제〉 등 남도소리와 어머니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썼다. 48세에는 〈비화밀교〉로 대한민국 문학 상을 수상하였으며, 그 외에도 많은 수상을 하였다.
2) 이청준의 문학 세계
이청준의 작품은 소재나 사건 면에 있어서 다양하지만 각각의 작품들에는 공통적인 특성이 존재한다. 먼저 이청준 소설의 곳곳에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 구조가 존재한다. 이것은 이청준의 연보에서도 알 수 있듯 그가 어린 시절 한국전쟁을 겪었으며 대학생으로 있을 때에는 4 ·19와 5 ·16을 겪으면서 사회적 억압을 항시 느껴야만 했던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청준 소설에서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의식은 일반적인 가해자, 피해자의 정의와는 다른 점이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피해자인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항상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청준의 인물들은 자신들을 가해자라고 말하며 늘 피해자들에게 죄를 지었다는 생각을 지닌다. 이와 같은 자의식은 그들이야말로 사회적, 전체적인 억압과 폭력 앞에서 어쩔 수 없는 피해자일 수밖에 없음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정작 사회적으로 훨씬 더 큰 피해를 입힌 가해자들은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해자가 되어버린 존재들의 죄책감을 강조함으로써 보다 큰 사회적 모순과 불합리함을 고발하게 되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가해자, 사회적인 폭력과 억압에 의해 진실된 삶이 가로막혀 버렸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병신과 머저리〉나 〈소문의 벽〉, 〈지배와 해방〉에서처럼 진실을 가로막고 개인을 병들게 하는 사회적 억압과 그 실체를 추적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각되기도 하고, 〈당신들의 천국〉이나 〈잔인한 도시〉, 〈남도사람 연작〉처럼 폭력과 억압이 없는, 진정한 공존과 진실한 삶에 대한 탐구가 빛을 발한다. 이는 단순한 이념적 차원에서의 접근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도사람 연작〉에서처럼 진정한 소리를 찾는 과정으로 형상화되거나 〈지배와 해방〉에서처럼 잃어버린 말, 억압받지 않는 자유로운 언어를 찾는 노력으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2. 확장 개념
이청준 소설의 관념성
작가마다 그만의 독특한 화법과 문체가 존재하지만 이청준의 작품에는 그가 작품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그만의 화법이 존재한다. 이청준의 소설 세계는 때로 한국소설사에서 관념적 소설로 평가받기도 하는데 이는 그가 일상의 사건이나 주제가 아닌 이념적·관념적 주제를 주로 다루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의 작품에는 모든 상황을 감지하는 전지적 화자가 드물며 주로 1인칭의 화자가 자신이나 타인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이 동원된다. 전지적 화자의 소설인 경우에도 대부분 작중인물의 관점에서 사태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의 작품 속 화자들이 보여주는 의식의 흐름과 서술의 방향이다. 이청준의 소설 속 화자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사태를 보고 이해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나아간다. 이와같은 질문과 그 대답을 찾아나가는 의식적 과정이 소설의 주된 서술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화자들이 얻고자 하는 대답이 무엇인지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청준의 작품 가운데는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다룬 것이 여러 편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지배와 해방〉의 주인공은 “작가는 언제나 그가 도달한 세계에서 또다른 다음 번의 이념의 문을 향해 끝없이 고된 진실에의 순례를 떠나야 하는 숙명적인 이상주의자일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이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화자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노력은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화자 자신의 정신적 상처나 두려움 등으로 인해 의식적으로 배제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좌절이나 회피는 결국 그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낸, 진실을 언어화시키지 못하고 밝혀내지 못하게 만드는 보다 거대한 힘이나 개인적 상처가 있음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눈길〉의 주인공 역시 이와 같은 두려움, 스스로 만든 피해의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머니에 대한 거리감을 두고 살아가야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회피는 결국 어머니와의 기억이 보여주는 진실의 힘 앞에서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과정을 주인공 자신이 아닌 ‘아내’가 대신 짊어졌다는 점이 그의 다른 소설들과 차이나는 점일 뿐이다.
이처럼 이청준의 작품에는 질문과 이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진실과 가려진 상처를 밝히고 이를 언어화하고자 하는 이념적 지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때문에 이청준의 소설에는 유독 개인의 의식 속에 드리운 관념적 번뇌와 고민의 흔적들이 많다. 화자는 끊임없이 의식적인 활동을 벌이며 이와 같은 탐구적 성격이 그의 소설들을 관념적인 경향으로 보이게 만드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관념적 경향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이나 사변만을 논했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3. 관련 작품
당신들의 천국
1976년에 발표된 장편소설로 이청준의 대표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나병환자의 수용촌이었던 남해 소록도의 병원장인 조백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역 대령 조백헌이 소록도 병원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조백헌은 외부에서 소록도로 들어와 그의 포부와 이상을 실현하고자 과감한 계획을 세운다. 그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천국을 만들어 준다는 명분 하에 득량만 매립 공사에 착수한다. 그는 육지의 정상인들로부터 소외되어 섬에 고립되어 있는 나병환자들에게 섬과 육지를 이어준다는 꿈을 심어주고자 하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진심으로 나병환자들의 천국을 만들어 주고자 했던 그의 의도도 시간이 점점 지체되고 마지막 물막이공사가 거친 파도에 힘들어지자 점점 왜곡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만다. 그 자신이 그렇게나 거리를 두고자 했던 예전 원장 주정수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음을 스스로가 느끼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공사에 동의하여 힘을 합했던 환자들도 점점 더 조백헌 원장에게 불만을 품고 결국은 그도 과거 자신들의 삶을 짓밟았던 주정수 원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국 공사는 마지막 단계에서 조백헌과 환자들의 대표인 황장로 사이에 길고 긴 담판이 오고 간 뒤 중단되고 조백헌은 섬을 떠난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은 섬을 떠난 지 5년이 지난 후 더 이상 군인이나 병원장의 신분이 아닌 한 사람의 시민으로 소록도에 돌아온 조백헌의 삶을 비춰준다. 그는 예전에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매립 사업이 결국 환자들을 위한 진정한 천국이 아닌 ‘자신만의 천국’ 혹은 환자를 더욱 더 환자로 머물러 있게끔 만드는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고자 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이제는 진정 소록도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들의 삶을 위한 천국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리하여 작품의 마지막에서는 소록도의 나병환자와 정상인 사이에 결혼이 이루어지고 이 작은 변화에서부터 새로운 천국의 건설이 가능할 것이라는 작은 희망이 제시된다.
이처럼 이 작품은 표면적 구조로 봤을 때 조백헌이라는 인물의 열정적인 매립 사업 과정과 그 실패담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조백헌의 영웅적 일대기를 다루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가 의도하였건 하지 않았건 그가 시도하였던 사업이 어떻게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억압적 통치의 모습으로 회귀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도와 좌절의 과정은 나병환자와 일반인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모두의 천국은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고민해 보게 만든다.
〈당신들의 천국〉은 형식이나 서술 방법 면에 있어서도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인 장편 소설에는 중심인물들 이외에도 다양한 부수적 인물들을 등장하는데 이들은 서로 엇갈리면서도 결국에는 종합되는 숱한 갈등을 일으키며 소설의 전개 과정 속에서 성장해 나아간다. 그러나 〈당신들의 천국〉은 몇 안 되는 주요 인물이 작품의 핵심사건, 갈등을 중심으로 집약되어 있다. 이들은 다양한 사건을 전개해 나가기보다는 압축된 중심 주제를 통해 인간에 관한 보편적 원리를 추적하는 모습을 보인다.
4. 기출 논제
[네이버 지식백과] 이청준 (통합논술 개념어 사전, 2007. 12. 15., 한림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