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鄭芝溶) 詩 향수(鄕愁) <1927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여러 모양의 별들이 섞여 빛나는 모습)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https://youtu.be/h8V3bm8ioGM
입춘과 설날이 지나고, 정월 대보름날이다. 아파트 베란더에는 영산홍이 막 피기 시작하고 남쪽에 매화 꽃소식이 들리는 봄이면 정지용(鄭芝溶. 1902~?)의 향수가 생각난다. 찬 바람 속에 꽃피고 봄이 오듯 "꿈엔들 잊힐리야"가 들리시나요? 아시다시피 정지용 시인은 6·25 전쟁중에 행방불명되고 정부는 그를 월북작가로 분류해 그의 작품 모두를 판금 시키고 학문적인 접근조차 막았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1988년에 그의 작품은 해금되어 다시 빛을 보게 되었고 충북 옥천에 그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다.
향수는 1927년 3월 『조선지광(朝鮮之光)』 65호에 발표되었고, 작자의 제1시집 『정지용시집(鄭芝溶詩集)』(1935)에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주권과 국토는 물론, 민족과 그 혼의 상징으로서의 국어마저 핍박받고 억압을 당한 일제강점기의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 상실의 비애감을 시로 표현한 정지용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첫댓글
소정 선생님
수고가 많으세요
비온뒤 날씨가
추워진다고 합니다
늘 건강 하시고
연묵회 회합이
있을때 선생님께
약주 한잔
올리겠습니다
들을 때마다 감동이
더해지는 이동원님과
박인수님의 노래~🎵
'향수' 감사합니다.👍
일제강점기의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 상실의
비애감을 시로 표현하신
정지용님 존경합니다.🙏
인촌선생님 고맙습니다,
운정선생님 반가워요.
한가할때 가끔씩 들어보면 너무 좋습니다.옛생각도 많이 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