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동안 큰 병을 앓은 적도 없었고 소소한 질환도 없이 살아 온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건강도 건강할 때는 그 고마움을 알지 못하지만 크고 작은 질병을 만나면 그때서야 건강을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평소 운동으로 건강을 다지기에 어떤 질병이 찾아와도 이길 자신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4년전부터 겨울철이 되면 몸이 가려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경우에는 병원을 가기보다는 먼저 집사람에게 물어 본다. 그 이유는 내게 찾아오는 불청객들은 거의 집사람이 경험한 질병들이기 때문이다. 집사람의 처방책은 겨울이 되면 피부가 건조해 지기 때문에 샤워 후 바디 크림을 듬뿍 발라라고 했다.
그렇게 해 봐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 다음 처방으로 사용하던 세탁물 세제를 바꿔보기도 하고 샤워할 때 바디 샴푸도 고급제품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비타민도 복용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였다. 겨울철이라 해봐야 12월에서 3월까지 길어야 4개월이다. 나의 겨울철 가려움증은 12월에 시작되어 1~2월에 심해지다가 3월이면 사라졌다.
이런 정황을 놓고 보면 분명 신체 내부 기능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히 아닌듯 했다. 답답한 심경에 병원에도 가보고 인터넷을 뒤져봐도 각양각색의 처방책을 제시하여 오히려 더 혼란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나의 고민을 털어 놓았더니 샤워를 할 때 비누나 세제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즉, 몸에 붙어 있는 때를 제거하지 말라는 것이였다. 여태 나의 상식으로는 샤워를 하는 목적이 몸에 때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샤워를 할 때면 언제나 머리에 샴푸를 하고 몸 전체에 비누나 바디 샴푸를 바른 후 때타월로 빡빡 밀어 때를 깨끗이 없애는 것이 샤워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친구가 그런 얘기를 해줘도 그건 해결책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하는데 친구의 말이 문득 생각나 머리만 샴푸를 하고 몸은 일체의 세제를 쓰지 않고 샤워만 했다. 때타월도 사용하지 않고 대신에 손으로 몸을 몇번 문질러 주고 끝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난 샤워와 목욕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 것 같다. 이 둘의 차이는 때를 제거하는냐 하지 않는냐의 차이이다. 전자가 샤워이고 후자가 목욕이다. 피부가 약한 사람에게는 때가 보호막 역활을 하기 때문에 겨울철과 같이 건조할 때는 목욕이 아닌 샤워를 해야 피부가 보호되는 것이다.
어릴 때 환경 탓으로 목욕을 자주 못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 몸이 가려운 적이 있었는데 그 원인이 때라고 몸이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어 그 고정관념을 깨뜨리는데 무려 67년이 걸린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계기로 학창시절 화학시간에 배운 가역반응의 뜻을 정확하게 알았다.
가역반응이란 물질이 어떤 조건에 따라 정반응을 하기도 하고 역반응을 하기도 하는 현상이다. 이원리를 모를 경우에는 반응의 결과만을 놓고 문제를 해결할려고 하니 답이 없었던 것이다. 가려움증에서의 가역반응은 정상상태에서는 때를 제거하는 것이 정반응이고 가려운 상태에서는 때를 남겨 두는 것이 역반응인 것이다.
가려움증의 원인은 아토피성, 피부 건조증, 스트레스, 당뇨병, 갑상선, 알레르기성 등 다양하다. 때문에 가려움 증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나와 같이 유독 겨울철에만 가려움 증상이 나타난다면 샤워방식을 바꿔 보길 바란다. 즉, 1주일간 1~6일은 때를 제거하지 않는 샤워를 하고 7일째는 때를 제거하는 목욕을 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매일 운동을 하기 때문에 매일 샤워를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샤워를 1주일에 1~2번정도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알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모르면 마음 고생, 몸 고생이 함께 따르기에 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1개월만 시도해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