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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추월산 주차장 → 제1, 2 등산로 갈림길 → 동굴 → 보리암 → 보리암 정상 → 쌍태리 갈림길(헬기장) → 추월산 → 월계리 갈림길 안부 → 계류 → 태웅 산장 → 월계리 버스정류장'의 5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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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산[秋月山]
높이: 731m
위치: 전남 담양군 용면 월계리
담양읍에서 13Km 정도 떨어진 추월산은 전남 5대 명산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많은 수림과 기암괴석, 깎아 세운 듯한 석벽이 마치 성을 쌓은 듯이 산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고 오직 서쪽에 겨우 사람 하나 통행할 정도의 길이 트여 있다. 추월산은 말 그대로 가을 산이다. 숲이 유난히 깊고, 골마다 약수와 맑은 물줄기가 솟는다. 가을이 되면 숲이 온통 붉은색을 띠고 산 정상에 올라가면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단장한 산과 호수가 어우러지며,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담양호와 주변 경치가 일대 장관을 이룬다.
인기 명산 [76위]
이름 그대로 가을 산, 가을 단풍 테마산행으로 10월에 많이 찾는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울창한 산림과 담양호가 어우러져 경관이 아름다우며 추월난이 자생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산 정상에서 65m 정도 아래 지점에 있는 보리암(菩提庵)과 전라북도 순창을 경계로 한 산록에 있는 용추사가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애초 이번 주 산행은 토요일 잘 알려지지 않은 천고지 산 중 하나인 인제 매봉산을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말 그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산행 공지가 산악회 게시판에 올라오고 2주 동안 나를 포함 3명이 신청했다. 이후 산행 이 주일 전까지 변함이 없었다(사실 나도 천고지 산행 계획에 따라 오른 매봉산(태백, 영월)도 있고, 올라야 할 매봉산(원주)도 있으나, 인제에 매봉산이 있다는 건 산악회 게시판을 보고 알았다). 말인즉 Plan B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해서 1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요일 모든 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뒤진 결과가 담양 추월산이다. 요즘은 산악회 산행 게시판을 보고 있노라면 암담해진다. 대부분 다녀온 산이거나, 전혀 관심 없는 산만 있고, 내가 원하는 산은 월 1, 2회 있을 정도다. 와중에 추월산은 대단한 수확이다. 처음 안내산악회를 알았을 때는 노다지라 생각했는데, 금은 다 캐고 암석만 남았다.
추월산은 '한국의 산하' 인기 100 산 중 하나이자 '산림청' 선정 한국의 명산 100 중 하나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강천산행[산행기] 시 멀리서 그 자태를 보고 반드시 올라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던 산이다. 추월이라는 이름 자체가 보여주듯이 가능하면 가을에 가고자 시기만 보고 있었으나, 다른 대안이 없어 이번 기회에 다녀오기로 했다. 산행 준비는 다른 산과 다름없이 점심 컵라면에 만약에 대비한 비상식, 아이젠은 필요 없어 보이나 혹시나 해서 가져간다. 대신 스틱은 빼고. 물론 지도를 통해 날머리의 주변을 살펴본 바 하산주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어 오랜만에 현지 하산주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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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산이 전남 담양에 있어서인지 다른 지역보다 10분 빠른 6시 50분에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산악회 버스가 출발하나, 평소 6시 50분 발 버스에 맞춰 계획을 세워놓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움직여 6시 38분경 양재역에 도착해 국립외교원 앞으로 갔다. 아주 당연히 아직 이른 시간이고 그 시각에 출발하는 버스는 몇 대 없어 한산할 줄 알았던 마을버스 정류장부터 외교원 앞까지 그래도 꽤 많은 등산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도로 떠나는 승객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렸는데 출발 예정 시각인 6시 50분이 가까워지자 무등산행 버스를 선두로 이어 광양 백운산으로 떠나는 버스가 도착했다. 그런데 추월산으로 가는 버스는 없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닌가 해서 다시 다 하나하나 확인했으나, 없다. 인솔 대장에게 전화해볼까 하다가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하고 참고 있으니, 6시 56분에 도착했다. 누군가 사당에서 늦게 타는 바람에 늦었을 거다.
버스 짐칸에 배낭을 넣고, 패드와 카메라, 버스 내에서 착용할 예정인 스패츠를 들고 버스에 타 내 자리에 가 앉았다. 그런데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 아직 한 명이 도착 안 했다며 기다리고 있는데, 여성 등산객이 급하게 버스에 탔다. 해서 이제 출발하는가 했으나 여전히 출발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그 승객은 추월산이 아니라, 백운산행 버스를 타야 했으나, 차를 놓쳐 이 차를 타고 죽전까지 가서 거기서 기다리는 백운산행 버스를 타기로 한 거다. 한 산악회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많고, 출발 시각이 다르면 가능한 택배 시스템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기다리는 승객은 7시가 넘었음에도 탑승하지 않아, 7시 1분경 버리고 출발했다. 출발하고 조금 있으니 버림받은 승객으로부터 인솔 대장에게 전화가 왔다. 당연히 산악회 택배 시스템을 이용하기로 하고, 우린 죽전에서 기다리기로! 와중에 백운산행으로 갈아타야 할 택배 승객은 백운산에서 추월산으로 산행지를 변경했다. 고로 백운산은 승객이 한 명 줄고 추월산은 늘었다.
죽전에서 예정된 승객과 버림받았던 승객을 태우고 출발한 버스는 신갈에서 두 명을 더 태우고 텅 빈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아직 어두운 새벽이라 잠을 청하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시간이다. 그런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어딘가 이상해 지도를 확인해 보니, 천안논산고속도로가 아니라,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담양은 경부가 빠른가? 그런데 막상 호남고속도로 들어서는 걸 보면, 원래 심한 정체로 유명한 고속도로라 좀 돌아가더라도 경부, 호남 노선을 선택한 거 같다. 어쨌든 8시 29분에 죽암휴게소에 들러 20분간 휴식하는 동안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죽암에는 어떤 주제의 공원이 있나 찾아봤으나 지은 지 오래된 휴게소라 공원 자체가 없었다. 해서 볼일만 보고 바로 버스에 탔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미리 나눠줬던 지도를 토대로 대장이 이번 산행의 주의 사항과 코스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런데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두 장짜리 지도는 처음이다. 첫 장은 지도, 두 번째 장은 산행 계획과 주의 사항에 관한 거다. 여성 대장이라 섬세한 거 같은데, 문제는 지도의 코스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대장도 설명 시 산악회 게시판에서 지도를 내려받아 활용하란다. 하긴 나도 등산 앱의 실시간 지도가 길을 찾는 데 좋기는 하나, 어느 코스로 가야 하는지 외우지를 못해 어느 순간부터인가 산악회 지도를 핸드폰에 내려받아 갈림길에서는 그걸로 가야 할 방향을 확인한다. 특히, 갈림길이 많은 동네 뒷산이나 유명한 산에서! 코스에 관해 약간의 설명 후 알바할 곳도 없어 특별한 주의 사항은 없고,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6시간이라 들머리에 10시 30분 도착 예정이니 4시 30분에 마감하겠다는 말로 끝냈다. 그런데 긴 A 코스가 고작 9km에 불과한데 소요 6시간을 책정한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짧은 대신 엄청 험해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전망이 좋거나, 하산 후 노닥거릴 곳이 많거나 셋 중 하나가 이유일 텐데!
달리는 버스 안에서 책 또는 유튜브를 보거나, 잠깐씩 잠을 청하며 시간을 보낸 후 차가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패드의 지도 앱으로 위치를 확인해 보니 오른쪽에 내장산이 있었다. 내장산의 전경을 볼 수 없어 유감이긴 했지만. 어쨌든 들머리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라, 등산화 끈을 다시 조이고, 가지고 탄 스패츠를 착용하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치고 바로 앞에 앉은 인솔 대장을 보니 정신없이 취침 중이다. 목적지는 가까워지는데, 대장이 자고 있어, 초조하게 수시로 대장의 상태를 살폈다. 그러자 통로를 사이에 두고 대장 옆에 앉은 노년의 등산객이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본인이 주중 다녀온 까만 소 천고지 산행에 관해 화제를 꺼내며 대장을 깨웠다. 그 말을 듣고 응? 혹시 나와 같이 백운산? 그런데 그렇게 대장을 깨우기는 했으나, 막상 여기가 들머리라며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운 건 기사다! 산악회 소속 기사라 많은 산을 다녀 웬만한 들머리 위치는 꿰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들머리를 찾아 전체가 헤맬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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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버스에서 내려보니, 왕복 4차선 도로의 버스 정류장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진행 방향 반대쪽 왼쪽으로 작은 도로가 보이는데, 그게 산으로 향하는 거 같다. 그런데 인솔 대장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그걸 보고 다른 등산객들은 대장이 길을 물으면 어쩌냐고 놀리는데, 산행 대장과 인솔 대장은 다르다. 그래서 산악회에 산행 대장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거라 알고 있다. 어쨌든 반대쪽으로 조금 내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자 전면에 보이는 산의 모습이 놀랍다. 역시다. 오늘 산행이 기대되면서 약간 긴장되기도 한다. 해서 핸드폰의 등산 앱으로 해발을 확인해 보니, 160m대다. 그럼 600m가 조금 안 되게 올라가야 한다. 목요일 다녀온 도솔봉은 해발 1,100m대나 막상 올린 고도는 해발 600여 미터에 불과해 오늘 오르는 추월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을을 지나 있는 등산로에 접근하기 위해 도로를 따라 가는데,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주민은 한 명도 만날 수가 없었다. 애꿎은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할 뿐. 마을을 통과해 동네 끝에 도착했으나 등산로가 보이지 않자, 등산객은 끼리끼리 등산로로 이어질 거로 생각하는 길을 따라갔다. 일단 나는 인솔 대장이 있는 팀과 같이 움직이기로 하고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그렇게 200여 미터를 가자, 각 팀별로 길을 찾아갔던 모든 등산객이 결국 하나로 다시 모였다. 길은 하나로 통했다. 그리고 나타난 갈림길에 이번 코스 처음으로 '등산로 입구 1km'라고 표기된 이정표가 있었다. 정규 등산로는 아직 1km를 더 가야 하지만, 어쨌든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라, 다들 고무됐다.
임도 비슷한 길을 따라 올라가자 계곡이 나타났다. 정규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계곡 산행이다. 그런데, 뻥 뚫린 도로와 마을에서는 차가운 바람에 추위를 느꼈는데, 아주 빠른 걸음과 폐쇄된 계곡 길을 가자, 더위를 느끼기 시작하는지 계곡의 좀 넓은 곳에서 10여 명이 모여 껴입은 옷을 한 겹 벗어 배낭에 넣고 있었다. 나도 평지에서 시속 5km 정도로 걷는데 이들이 걷는 속도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해 뒤에서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졸졸 따라가고 있어서인지, 별로 덥게 느껴지지 않아 그들을 지나치려는데, 인솔 대장이 부르더니, 땀나면 나중에 힘들어지니 껴입은 옷을 벗고 가란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피곤하지 않다는 걸 잘 아는지라 새로운 걸 알았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으면, "아, 네!"하고 그 자리에서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옷을 벗은 곳에서 계곡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뭘 표시하고 있는지 거리가 있어 보이지 않아, 그 이정표를 찍고 있는 인솔 대장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가서 보니, '추령폭포' 갈림길이다. 폭포는 갈림길에서 200m 거리다. 그런데 다들 무시하고 무능기재로 향한다. 아니 200m 거리면 왕복 400m에 불과한데 당연히 폭포를 보고 와야지, 해서 왼쪽 폭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다면, 배낭은 벗어 이정표에 기대 놓고 카메라만 들고 갔을 테지만, 내려오는 버스에서 산악회 산행 지도를 받을 때 본 기억에 의하면 폭포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고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폭포에서 바로 주 능선으로 올라붙을 생각도 있어 배낭을 멘 채 방향을 틀었다.
다른 등산객과 달리 방향을 틀어 추령폭포 계곡으로 향하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겨울 계곡이라면 당연히 볼 수 있는. 그런데 분명 이정표로 방향까지 알려준 추령폭포 계곡에 길이 없다. 아니 없다기보다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저 가끔 있는 인적을 보고 '아! 길이구나!' 판단할 뿐이다. 그리고 분명 갈림길에서 200여 미터를 더 왔음에도 폭포가 보이지 않다가, 계곡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얼어붙은 곳이 나타났다. 여름이라면 뚫고 올라갈 수 없어 우회해야 하는. '설마 저게 폭포는 아니겠지? 아닐 거야!'를 속으로 부르짖고 왼쪽 옆으로 기어 올라갔다. 와중에 그나마 제대로 된 길이 없음에도 불안하지 않았던 건 등산 앱이 지도에 의하면 주 능선이 멀지 않았고, 계곡을 따라 여기저기 뻗어 내려가는 검은 고로쇠 흡혈관 덕이다.
사실 당시 모든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아래에서 본 1m가량의 얼음 줄기가 추령폭포라 생각하고,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되돌아가는 게 더 힘들다는 생각에 주 능선으로 올라탈 생각으로 길이라고 보이는 걸 따라 위로 올라갔다. 거의 반은 기어갔지만. 그런데 저 앞 위로 두 그루 나무 사이에 매달린 노란 플래카드가 보인다. 카메라 줌 렌즈를 이용해 내용을 확인한바, '임산물 채취 금지' 경고문이다. 다만, 그 아래 같이 적힌 '즐겁고 안전한 선행되시기 바랍니다.'라는 글귀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비록 지금은 등산객이 찾지 않아 길을 찾기 힘들지만, 어쨌든 정규 등산로가 있다는 아니 있었다는 거다! 그 플래카드를 뒤로하고 급경사의 계곡을 따라 위로 올라가자 왼쪽으로 전혀 기대하지도 않은 모습이 보였다. 얼어붙은 추령폭포다! 그럼 그렇지, 고작 1m가량의 물줄기를 폭포라 부르며 이정표를 세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갈림길에서 200m라며 2km 같은데! 거리는 모르겠고, 시간상으로 정확히 18분이 걸렸다.
얼어붙은 추령폭포를 여러 장의 사진으로 남기고 조릿대 사이로 간혹 보이는 길이라 생각되는 걸 따라 주 능선으로 올라붙기 위해 급경사를 올라갔다. 아슬아슬한 고비도 넘기며 왼쪽의 능선에 올라서자 저 옆으로 주 능선은 아니나,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등산 앱에 의하면 수리봉으로 향하는 능선이 보였다. 바로 계곡으로 내려가 그 능선으로 올라가는 것도 방법이나, 현재 있는 능선도 위로 길 같은 게 보여 일단 조릿대를 뚫고 위로 갔다. 그리고 능선 끝 작은 언덕에 도착하자 바로 위로 주 능선이 보이고, 우리 일행으로 생각되는 등산객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길을 찾아왔다고 안심하고 아래를 보고 순간 당황했다. 언덕 아니 봉우리에 올랐으니, 주 능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급경사의 계곡으로 내려가야 했다. 주 능선의 모습과 반가운 사람 목소리에 현혹되어 다른 곳은 보지 못하고 무조건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하다가 발생한 두려움이다.
정신을 차리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그럼 그렇지! 2018년 봉 감독과 방태산 야생화 촬영 산행 갔다가 조릿대 지옥을 통과해 정상에 올랐던[산행기]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급경사를 오르자 갑자기 수리봉으로 향하는 능선의 정규 등산로에 도착했다. 그 시각이 12시 4분이다. 사실상의 추월산행이 끝난 거나 다름없다. 정규 등산로를 따라 위로 가자, 떠들썩한 등산객 무리의 목소리가 들리고, 저 위로 이정표가 보인다. 주 능선 갈림길이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본바 '복리암 정상'이고 복리암으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즉 갖은 고생 끝에 올라탄 능선이 복리암에서 올라오는 거다. 그런데 복리암 정상 이정표 위 나뭇가지에 생각보다 많은 산악회 리본이 걸려 있었다. 그 이유를 궁금해하며, 앞에 있는 수리봉으로 향하는 거로 오지 탐험을 끝내고, 본격적인 추월산 정규 코스 산행을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뒤로 보이는 깃대봉을 감상하며, 능선을 타고 계속 전진해 바위 전망대에 오르자 조망이 트였다. 아래로 담양호가 보이고 건너편이 강천산이다. 그걸 사진으로 남기고 계속 위로 올라 12시 15분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해 이정표를 보자, 기둥에 '수리봉 723m'라 적혀 있다. 작은 정상석 정도는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늘 그렇듯이 카메라를 돌 위에 올려놓고 인증을 찍은 후 바람 없고 햇볕 따뜻하고, 인적 없는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딱히 배가 고픈 건 아니나, 하산주를 맛있게 먹으려면, 점심은 빠를수록 좋은 거라. 시간도 많이 남았고, 오지 탐험하느라 내가 제일 꼴찌라 가릴 것도 없어 늘 배낭 옆 주머니에 넣고 다니나, 꺼내는 일이 드문 의자를 꺼내 펼쳐 않고 컵라면을 끓여 아니 불려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귤차로 입가심.
정상 표지목이자 이정표를 등지고 앉아 바람막이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라면을 먹고 있는데, 인기척이 들리는 거 같아 뒤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등산객이다. 그리고 뭐라고 하는데, 잘 안 들린다. 해서 모자를 벗고, "네?' 하자, 여기가 추월산 정상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 실망했다는 얘기였다. 그 등산객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실망했지만, 난 내 뒤로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등산객이 나타나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해서 그 사람이 추월산 정상을 향해 수리봉에서 내려갈 때 배낭 뒤를 유심히 봤다. 예상대로 같은 산악회에서 온 등산객이다. 고로 내가 꼴찌가 아니다. 그리고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모른다. 사실 오지를 탐험하느라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는 했으나, 반대로 무능기재가 아니라 수리봉으로 바로 올랐기에 거리는 단축했다. 그 차이가 별로 되지 않고 워낙 힘들게 올라와 당연히 내가 제일 뒤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생각보다 단축한 거리가 잡아먹은 시간을 상쇄하고도 많이 남았다. 그래서 비록 힘들어도 다들 지름길을 찾겠지만.
그 등산객이 떠나고 다시 돌아앉아 라면을 먹고 있는데, 다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한 쌍의 등산객이다. 내 옆자리의 한 쌍이다. 산행 시작 시 거의 날다시피를 앞서가던 한 쌍이다. 그들을 보자, 생각이 확 달라졌다. 내가 제일 뒤가 아니라, 거의 선두라고. 라면을 먹고 있는 걸 본 여성이 점심을 먹고 가자며, 이정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으니, 남성이 정상은 오가는 등산객으로 번잡하니, 등산로에서 벗어난 곳에 자리를 잡자며, 정상에서 내려갔다. 이후 점심을 다 먹고 나의 흔적을 모두 인멸하고, 앞에 보이는 추월산 정상으로 보이는 봉우리를 사진으로 남긴 후 12시 36분에 수리봉을 떠났다. 추월산에서 손에 꼽히는 봉우리에 올랐으니 내려가야 할 표고도 상당하다. 그래 봐야 100m가 넘지 않지만. 왼쪽에 담양호를 끼고 추월산 정상으로 뻗어가는 능선을 감상하며 내려가 12시 50분에 하늘재에 도착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산꾼이 매단 '호남정맥 하늘재 655m'라는 표지가 있었다. 즉 내가 지금 걷고 있는 능선이 호남정맥이다. 목요일 도솔봉에서 한재까지도 호남정맥[산행기]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연이어 호남정맥 산행을 하고 있다. 복리암 갈림길 나뭇가지의 수많은 리본이 이해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산행의 의미가 달라졌다. 아니 추가됐다. 인기 산과 산림청 선정 명산 산행에 호남정맥 달리기가 추가됐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산을 찾아다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1대간 9정맥을 완주하는 날이 올지도?! 어쨌든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담양호 줄기를 구경하며 정맥을 따라 전진하는데, 능선이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달리 칼바위로 변했다. 아주 좋아하는 코스다. 동영상으로 찍으며 그 구간을 지나 정상에 도착했는데, 앞에 쌍봉이 나타났다. 수리봉에서 추월산 정상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아니다. 그런데 이 봉 주변에는 어떠한 정보도 없고, 다만 산악회 산행 코스에 '무명봉'이라 되어 있다. 그리고 정상은 앞에 있는 쌍봉 중 하나다. 무명봉에서 정상을 향해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전형적인 흙산이다. 거리는 얼마되지 않는데, 흙산, 바위산의 모든 모습을 보여준다.
무명봉에서 추월산으로 내려가는데, 길목에 관리하고 있지 않은 거로 보이는 묘가 있었다. 많은 산에서 묘를 봤으나, 주 능선 길목에서 보는 건 오랜만인 듯하다. 무덤을 지나 200여 미터 정도 가자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가 나왔다. 공식 명칭은 ‘월계 삼거리’고 정맥꾼들은 ‘월계고개(월계재)’라 부르는데, 직진은 정상, 좌로 내려가면 월계리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300m! 그런데 1.57km 남은 보리암 정상은 뭐지? 보리암이라는 이름만 놓고 보면, 암자를 가리키는 거 같은데, 암자 정상이라는 게 말이 안 되니, 보리라는 이름의 암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모양의 바위 봉이기에 보리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그리고 이번 산행 코스에 포함됐는지 궁금해 산악회에서 내려받은 지도로 확인했다. 산행 코스가 맞고, 보리는 암자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 보리암 위에 있다고 보리암 정상이다. 과거에는 상봉이라 불린 거 같고.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건 추월산에서 처음 봤다. 하긴 이정표에서 ‘복리암 정상’이라는 명칭을 봤을 때도 암봉을 찾아 두리번거렸었다. 이제야 복리암이 암봉이 아니라 암자를 뜻한다는 걸 알았다.
1시 19분에 월계 삼거리를 떠나 300m 거리의 추월산 정상으로 향해, 10분 후인 1시 29분에 쌍봉 중앙에 도착했다, 정상은 진행 방향 오른쪽이고, 왼쪽 봉에는 특별한 이름은 없었다. 둘 다 암봉이고. 그런데, 300m에 10분이 걸렸으니, 어느 정도 험한 길인지 알 수 있다. 먼저 우회전해 정상에 오르며 둘러보니 주변 곳곳에서 삼삼오오 등산객이 모여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정상에서는 초등생으로 보이는 두 아들을 데려온 아빠가 인증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속속 인증을 찍기 위해 등산객이 올라오고 있어, 카메라를 바닥에 두고 타이머로 찍을 분위기가 아니라 막 도착한 여성에게 부탁하려는데 그쪽에서 먼저 핸드폰을 주며, 사진을 부탁한다. 당연히 아주 반갑게 "그렇게 합시다. 저도 좀 찍어주시고…." 서로 상부상조 인증을 찍은 후 주위를 둘러보니, 이정표가 있다. 주차장 반대편은 밀재다! 보아하니, 호남정맥은 추월산 정상에서 방향을 꺾어 밀재를 지나, 내장산으로 향하는 거 같다. 해서 정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기 위해 밀재 방향으로 가서 보니 조금 아래에 전망 바위가 있었다. 그 전망대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담양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고, 좌상으로는 백암산이 오른쪽으로는 지나온 수리봉이 보인다.
볼 거 다 보고, 찍을 거 다 찍은 후 정상을 떠나, 다음 봉우리인 보리암 정상으로 가기 위해 내려가는 길은 전형적인 흙산이나, 왼쪽은 낭떠러지, 오른쪽은 급경사다. 그리고 추월산 정상 쌍봉의 모습을 제대로 남기기 위해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봉우리에 계속해서 올랐다. 덕분에 몇 장의 사진을 남길 수 있었는데, 그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쌍봉을 신체의 일부를 지칭해 불렀을 거 같은데, 거기에 대한 정보는 없다. 1시 51분 '물통골 삼거리'를 통과해, 아래로 보이는 담양호를 사진으로 남기며 가자, 저 앞 봉우리에 전망대 같은 게 보였다. 보리암 정상인 거 같다. 그리고 더 가자 바위가 길을 막고 있고, 그 바위 옆으로 철봉을 박아 밧줄을 연결해 잡고 넘어갈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 바위를 유심히 보며 저 시설이 없었던 과거에는 어떻게 갔을까? 생각해보니, 간단하다. 넘어가면 된다. 해서 그 바위를 넘었다. 계단으로 정상이라고 생각한 곳에 도착해 보니 전망대로 정상은 50여 미터를 더 가야 했다. 전망대에서 사진 몇 장 찍은 후 정상으로 갔다.
2시 9분에 보리암 정상에 도착했다. 먼저 정상석을 사진으로 남기고.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본 지도도 찍었다. 이후 카메라를 바닥에 두고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정상석 앞에 있는 전망대로 가 뭐가 보이나 주변을 둘러봤으나, 뭐 특별한 건 없어 다시 지도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어디로 내려갈 건지 잠깐 고민했다. 정상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두 개로 '1 등산로', '2 등산로'로 명명하고 있었고, 거리는 둘 다 1.2km에 불과했다. 그런데, 정상에 서 있는 지도에는 없으나, 산악회에서 준 지도에는 2 등산로에 동굴이 있는 거로 돼 있다. 그런데 지도를 잘 보면, 1 등산로에는 동굴도 있고, 보리암 정상이라는 이름을 갖게 한 보리암이 있다. 둘 다 가고 싶은 길이나, 산악회 지도에는 2 등산로가 험하다고 표기하고 있고, 정상에는 고드름 및 낙석 위험으로 '동절기 출입금지' 경고문이 서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고민이 사라지고 2 등산로로 하산을 시작했다.
산에서 많이 느끼는 거지만, 국민의 의식이 성장한 건지, 말을 잘 듣는 건지, 옛날과 달리 요즘은 가지 말라면 안 가는 분위기라, 오지는 아예 찾지를 않아, 유명한 산의 폐쇄된 등산로는 가지 않아 길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어, 법 없이 사는 걸 좋아하는 무법자가 산에 다니는 게 쉽지 않은데, 2 등산로로 마찬가지였다. 해서 핸드폰의 등산 앱으로 길을 확인하다가 어느 지도에서도 알려주지 않았던 걸 발견했다. 1 등산로에 관음이라 부르는 굴이 있었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게 석굴암이다. 추월산에 석굴암이 있나? 그럼 확인해야지! 해서 걸음을 돌려 다시 보리암 정상을 향해 헉헉대며 올라갔다. 그리고 바로 보리암 방향으로 내려갔는데, 길이 장난이 아니다. 다 계단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계단 곳곳에 전망대가 있어 담양호와 건너편 강천산을 조망할 수 있었다. 해서 지난 강천산행[산행기] 시 추월산을 조망했던 북문 터를 찾아봤다. 성벽과 성문이 아주 잘 보였다. 카메라가 아쉬울 뿐이다. 그런데, 계단을 내려가며 담양호가 가까워지자,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 같은 게 보였다. 저것도 요즘 유행하는 흔들다린가?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산악회 산행지에 '추월산+용마루길'에서 용마루길이라는 게 있는데, 뭘 의미하는 걸까 고민하다가 공룡능선처럼 능선을 얘기하는 거라고 단정 짓고 말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다리를 포함 담양호반을 따리 이어진 길을 얘기하는 거였다. B 코스 등산객을 위한!
정상에서 300여 미터를 내려오자 계단이 끝나며 갈림길이 나타났다. 보리암 가는 길이다. 당연히 되돌아와야 하는 길이라 배낭은 벗어 두고 카메라만 들고 보리암으로 향했다. 그런데 보리암으로 가는 길목에 최근에 세웠는지 반짝반짝하는 빛나는 비석이 있다. 그 앞에는 잿밥으로 보이는 게 있어 최근에 열반한 스님의 비석이라 여기고 무시하고 지나치며 확인해보니, 잿밥이 아니라, 꽃다발이 바짝 마른 거였다. 뭔가 이상했으나,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라 계속 가자 보리암 소개 글이 있어 읽어보니, 그 비석이 보통의 비석이 아니었다. 임란 때 순절한 김덕령 장군의 부인을 기리는 비다. 해서 돌아갈 때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보리암으로 갔다. 일단 본존불에게 국태민안을 빌고, 옆을 보니, 공양미와 초가 만원이다. 내가 가진 전 재산이 만원!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뭘 빌려면 모든 걸 다 받쳐야 한다는 생각에 전 재산을 공양미에 투자했다. 이후 절집 앞 전망대로 물러 나와 주변 경치를 보려는데, 난간에 경고문이 있다. 뭔가 하고 읽어 보니, 깜빡 잊고 있었던 관음굴에 가지 말라는 거다. 그렇다고 안 갈 인간이 아니라, 가는 길을 찾아봤으나, 보이지가 않아 포기하고 전망대에서 보이는 전경만 사진으로 남겼다.
보리암에서 볼일을 끝내고 다시 돌아 나오며 그 비석이 있는 곳을 지날 때 먼저 아래에 있는 두 개 비석의 비문을 읽어봤다.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장을 기리는 비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비의 앞면에는 '忠壯公 金德齡 將軍 配 貞敬夫人 興陽李氏 殉節 碑'라고 적혀 있었다. 몸을 던졌다는 절벽 아래를 잠깐 보고 고인의 명복을 빈 후 배낭이 기다리는 갈림길 갔다. 그리고 다시 계단으로 내려가며 보리암 방향을 보니, 절벽에 거대한 얼음 줄기가 보인다. 폭포라는 얘긴데. 정말 지겨운 계단이다. 대구 팔공산 계단 못지않다. 내려가는 중에 올라오는 관광객이나 등산객을 몇 명 지나쳤는데, 그들이 가련할 정도다. 그렇게 계단을 뛰다시피 내려가는데 갑자기 왼쪽으로 이정표가 보이고 '추월산 동굴'이라는 글이 보였다. 당연히 가서 구경했는데, 생각보다 깊다. 동굴을 떠나며 힐끗 시계를 보니 2시 48분이다.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800m! 2시 10분 정상에서 떠날 때 3시 전에 식당에 도착해 하산주를 마시겠다는 목표였는데, 등산로 선택 시간을 낭비했고, 보리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 3시 안에 도착한다는 자신이 사라졌다. 그래도 800m를 10분 안에 못 내려가면 문제라 뛰다시피 내려갔다.
뛰다시피 내려가는 와중에도 돌탑군과 갑자기 나타난 정자를 사진으로 남기는 건 잊지 않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내려가고 있는데, 왼쪽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지금 내려가는 길이 아주 넓은 계곡으로 난 길이지만, 물이 흐를 거 같지 않은 상태인데, 물소리라 이상해서 그 소리 나는 방향에서 소리의 출처를 찾았는데, 알 수가 없었다. 소리는 갈수록 커지는데. 해서 다시 귀를 기울이니 소리가 위에서 들리는 거 같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케이블카가 보리암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사람이 타도될 정도의 규모다. 절간의 생활용품 조달용 화물 케이블카는 많이 봤지만, 이 정도 규모는 처음이다. 해서 먼저 드는 생각이 '저거 설치하려면 얼마나 들까?'였다. 바쁘지만, 찍을 건 찍어야 해서 케이블카도 동영상으로 찍은 후 내려가자 임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차량 소음과 사람들 소리로 시끄럽다. 와중에 안내 방송까지. 다 왔다. 그때 시각이 2시 59분이다. 3시까지 식당에 들어가는 목표는 실패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어탕국수 집이다. 앞서가던 등산객들은 그 집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갈까 하다가 어탕국수를 좋아하지 않아 다른 식당을 더 찾아보기로 하고 선택한 집이 지금은 빙어가 전문이고, 원래는 메기 매운탕 전문 식당이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 것보다 배낭을 먼저 처리하는 게 순서라는 생각에 버스를 찾아보니, 식당 옆 주차장에 있었다. 해서 불필요한 것은 전부 배낭에 넣고, 그걸 버스 짐칸에 넣었다. 추월산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그 시각이 3시 3분으로 목표를 3분 초과했다.
3
카메라와 휴대전화기만 들고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거의 만원이다.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니 당연한 건가? 그리고 여기 왔으니, 빙어를 먹어야 하고. 나란히 붙은 테이블에 두 명의 손님이 앉아 있는 그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빙어 튀김과 지역 소주 잎새주를 주문했다. 사실 빙어회를 먹고 싶었지만, 얼마 전에 빙어는 절대 회로 먹지 말라는 유튜브를 봐서 회는 포기했다. 사실 왜 먹지 말라는지는 제목만 보고 실제 내용은 보지 않아 모른다. 아주 당연히 기생충 때문 아닐까? 주문 후 씻기 위해 화장실을 다녀오자, 빙어 튀김과 잎새주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옆자리의 두 손님도 빙어 튀김을 손으로 주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이 빙어 튀김과 간장만 있다. 나는 어디다 쓰라고 있는지 모를 상추와 마늘, 고추, 쌈장까지 있는데, 내 상식으로는 튀김을 쌈 싸 먹을 일은 없는데. 그런데 문제는 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잎새주 한잔에 빙어 튀김 두세 점을 간장 찍어 안주로 먹다 보니, 이걸 쌈으로 먹으면 맛이 어떨까 궁금해졌다. 해서 삼겹살 싸 먹듯이 빙어 튀김을 싸서 먹어봤다. 맛이 기대 이상이다. 해서 계속 그렇게 싸 먹다가,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김치가 눈에 띄었다. 해서 이번에는 삼합으로 먹어볼까 하고 김치를 깔고 빙어 튀김을 올렸으나 고기가 없어 이합으로 만족하고 잎새주 한 잔 후 안주로 먹었다. 역시 좋다. 그렇게 빙어 튀김을 간장 찍어 먹기, 마늘과 고추를 쌈장에 찍어 상추에 싸 먹기, 김치와 같이 먹기를 번갈아 하며 잎새주 두 병을 비웠다. 와중에 옆자리에 있던 두 손님의 정체도 알았다. 포장 주문한 손님으로, 음식이 나올 때까지 멍 때리고 기다리게 하기가 미안했던 주인장이 맛 좀 보라고 내놓은 빙어 튀김이다. 그리고 포장한 음식이 나왔는데, 부피가 장난이 아니라, 주인장에게 저게 뭐냐고 물어봤다. 메기 매운탕이란다. 매운탕을 포장해 갈 정도면 이 동네 맛집인 거 같은데.
잎새주 두 병을 마시고 나자 4시가 넘었다. 마감 시각은 4시 30분이나, 10분 전에 도착해 버스에 앉아 있는 게 예의라 남은 빙어를 싸달라고 해서 들고 서둘러 식당을 나와 버스로 가며 눈을 들어 추월산을 바라보니, 보리암이 있는 암봉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계단으로 내려오며 봤던 바위에 붙어 있던 얼음 줄기 외에 계단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얼음 줄기가 하나 더 있었다. 버스로 갔다. 우기에 오면 장관일 거 같다. 버스에 도착해 남은 빙어 튀김을 짐칸에 있는 배낭에 넣고 내 자리로 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휴게소에 들리고 할 거 다 한 버스가 7시 44분에 양재에 도착했다. 4시 30분에 담양호 주차장에서 떠났으니 3시간 14분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설 연휴 덕이다.
애초 계획에 없었던 추령폭포 계곡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산악회와는 달리 '견양동 버스정류장(부리기고개) → 무능기재 계곡 → 추령폭포 갈림길 → 추령폭포 계곡 → 추령폭포 → 복리암 능선 → 복리암 정상 → 수리봉 → 무명봉 → 월계재(월계 삼거리) → 추월산 정상 → 헬기장 → 산불감시초소 → 보리암 정상 → 보리암 왕복 → 추월산 전망대 → 동굴 → 추월산 관광단지 주차장'의 9.1km(트랭글), 4시간 31분의 전남 담양 추월산 오지를 탐험했다. 이동 4시간 9분, 휴식 22분!
먼 산을 조망하기에는 날이 좀 흐리기는 했으나, 가까운 산의 조망은 괜찮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행이었다.
코스가 길지 않고, 들머리와 날머리가 멀지 않아 야유회 산행으로 진행하는 것도 괜찮은 산이다.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할만한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