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같은 길
- 김용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이사장 영전에
윤 제 철
문단 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운장(雲藏)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김 용 재 이름 석 자
바둑의 포석을 놓듯
띄엄띄엄 놓아주시던
그 말씀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하셨던 원천
지금도 가슴에 담아
커다란 꿈을 꿔봅니다
무엇이 그리 바빠 서두셨나요
조금만조금만 하다가
숨 돌릴 새도 없이
그 먼 길을 가셨나요
같은 길을 가게 되었다고
손을 잡아주시던 눈길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못 다한 과업을 이어받아
보다 큰 꽃을 피우렵니다
*2024년 4월 29일 오후 3시
대전을지대학병원장례식장을 내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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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외 1편
윤 제 철
나중에 무엇이 될까
미리 알 수가 있다고
상 위에 올려놓은 것 중에
하나를 잡으라 한다
그냥 되는 게 어디 있다고
못 보던 청진기가 낯설고
빳빳한 돈 손에 안 잡혀
제대로 못 잡고
신중하다는 말만 듣다가
급한 김에 낯익은
연필 하나 잡았다
부모나 하객들이 바라는 것
아니어도 그래도 좋다지만
잡고 싶은 건 이게 아닌데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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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상세동
윤 제 철
내 조상의 뿌리가 내리고
꽃 피워 열매 맺은 터전을
멀리 떨어져 살아도
언제나 마중 나와 반기는
동구(洞口)나무 포근한 가슴
세동천 길 따라 오는 사람
눈에 먼저 띄는 감나무 집
난리가 났을 때도
집안 모든 친척들 모여
농토를 나눠 갖고 살면서
피난곶이가 되어준 마을
색 바랜 기억의 한쪽을
절박한 심정으로 꺼내볼 때마다
꼭 막혀 옥 매어진 난관을
풀어헤치고 마음을 다잡는다
*상세동 : 과거에는 충청남도 대덕군 진잠면 세동리 상세동이었던 것을
대전시가 광역시가 되면서 대전광역시 유성구 세동으로 행정구역을 변경하였다.
첫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