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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둥근 사물에 담아낸 가족애와 생명의 순환
5부 97편에 녹여낸 삶의 기억과 사람 사이의 ‘전달’
이종근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똥글똥글한 것들』(이든북 시인선 175)을 펴냈다.
2016년 『미네르바』 신인상, 2022년 『예술세계(한국예총)』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신문배달과 항만노동, 언론활동, 정당 업무, 지방의정 활동 등 자신의 삶을 관통해 온 ‘배달’의 의미를 시적 언어로 풀어냈다.
충남문화관광재단 문학창작기금 지원으로 출간된 이번 시집은 「우린 봄을 아주 믿기로 함」, 「종이비행기는 비상을 꿈꿨어」, 「아날로그 방식의 한 여인이 내 술값 치르고 떠났지」, 「숨은그림찾기」, 「그리고 하천일번지」 등 5부로 구성됐으며 모두 97편의 시를 담았다.
시집의 중심에는 ‘전달’과 ‘귀가’라는 삶의 이미지가 자리한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신문을 배달하며 누군가의 아침을 열어주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던 시인은 대학 시절 학생운동과 공부를 거쳐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수출입 면장을 다뤘다. 이후 신문사 출판 현장에서 시사를 전하고 정당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갔으며, 고향으로 돌아와 이삿짐을 나르고 지방의원으로 활동했다.
시인은 이처럼 서로 다른 경험을 하나의 ‘배달’이라는 개념으로 묶는다. 무엇인가를 몸으로 옮기고, 말과 생각을 전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일이 결국 자신의 삶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시집은 그동안 자신에게 주어졌던 여러 형태의 ‘배달’을 서정으로 엮어 독자에게 다시 건네는 작업이다.
표제시 「똥글똥글한 것들」에서는 시장에서 만나는 밤과 샤인머스캣, 홍시, 달걀 등 둥근 사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똥글똥글한 것’은 단순한 사물의 모양에 머물지 않는다. 장바구니에 담긴 먹거리는 밥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한 사람의 존재와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확장된다.
시장이라는 일상의 공간도 시인의 시선에서는 생계를 위한 장소를 넘어 서로의 삶을 살피고 보듬는 공동체로 변한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결국 가족을 돌보는 행위가 되고, 둥근 사물의 이미지는 생명과 사랑, 기억과 위로가 순환하는 상징으로 자리한다.
특히 표제시의 마지막 부분은 돌봄의 의미를 뒤집어 보여준다. 화자는 가족을 위해 장을 봐 왔지만, 정작 야위고 병든 가족은 자신을 걱정하지 말고 밥을 챙겨 먹으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건넸던 위로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장면을 통해 가족애와 삶의 순환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이번 시집에서는 독특한 언어 감각도 눈에 띈다. 작품해설을 맡은 이대영 문학평론가는 쉼표와 행간의 호흡, 동음이의어의 활용, 비유와 명사형 어미가 만들어내는 함축과 여운, 풍자와 익살 등을 이종근 시의 특징으로 꼽았다. 진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경쾌한 언어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평가다.
결국 『똥글똥글한 것들』은 거창한 삶의 사건보다 시장과 밥상, 가족, 기억처럼 익숙한 일상에서 시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동시에 말과 글을 전달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온 시인의 삶을 돌아보며,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을 건네며 살아가는지를 묻는다.
이종근 시인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하고 중앙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를 받았다. 『광대, 청바지를 입다』(2022), 『도레미파솔라시도』(2023)에 이어 이번 시집을 펴냈으며, 각종 문학상 수상과 문예공모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