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은 최근에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아냈습니다. 땅볼은 나쁘다는 것을 말이죠. 좌타자에게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이 말의 주인공인 조이 보토(33·신시내티)는 땅볼을 최대한 치지 않기 위해 발사 각도를 높였다(보토가 땅볼이 좌타자에게 더 나쁘다고 한 것은 좌타자가 수비 시프트의 피해를 더 많이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타자는 보토 만이 아니다. 프란시스코 린도어(23·클리블랜드)와 욘더 알론소(30·오클랜드)도 그렇다. 발사 각도(launch angle)를 눈에 띄게 높인 올해, 이들은 플라이볼 비율과 장타가 대폭으로 늘었다.
린도어 [L/A] 07.6→12.3° [FB] 28.4→44.9%
보토 [L/A] 11.6→14.3° [FB] 29.7→41.2%
알론소 [L/A] 10.3→22.5° [FB] 33.3→52.5%
지난해 158경기 15홈런이었던 린도어는 올해는 그 절반인 8개를 36경기 만에 때려냈다(36홈런 페이스). 지난해까지 통산 기록이 162경기당 10홈런이었던 알론소는 35경기 만에 12개를 터뜨려 이미 개인 최고 기록(2012년 155경기 9개)을 넘어섰다. 보토 역시 44개 페이스(37경기 10개)로 이대로라면 2010년에 세운 37개 개인 기록을 경신한다.
마이크 브라이언트는 보스턴의 9라운드 지명을 받은 중견수였다. 그러나 심각한 부상을 입어 1년 만에 야구를 포기했다. 고향으로 돌아가 가구점을 차린 그는 아들 크리스를 위해 뒷마당에 배팅 케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보스턴 스프링캠프에서 딱 한 번 영접한 테드 윌리엄스의 타격 이론을 아들에게 주입하기 시작했다. 윌리엄스의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공이 들어오는 하강 각도만큼 올려쳐야(slight upstroke) 넓은 임팩트 구간(large impact zone)을 가질 수 있고 강한 타구(solid contact)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들에게서 천재성을 발견한 마이크는 가구점 사업을 접고 타격 아카데미를 열었다. 하지만 어퍼 스윙을 전면에 내세운 그의 아카데미는 라스베가스 지역에서 별로 인기가 없었다. 그는 아들에게 더 집중했다.
그렇다면 가장 적절한 타구의 각도는 얼마일까. 지난해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기록한 홈런의 평균 타구 각도는 28.1°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스탯캐스트> 자료를 통해 찾아낸, 최대의 성과를 낼수 있는 각도는 19°와 26° 사이(평균 타율 .540 평균 장타율 1.252)로 22°가 그 중간점이었다. 바로 알론소가 올해 만들어내고 있는 평균 타구 각도(22.5°)와 일치한다. 한편 마이크와 크리스 브라이언트(25·시카고 컵스) 부자는 바람이 홈런을 잡아먹는 리글리필드에서는 높은 타구 각도가 오히려 불리하다고 생각해 각도를 살짝 낮추는 조정을 했다(2016년 20.9° 2017년 19.1°).
김현수(29·볼티모어)는 테드 윌리엄스의 이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선수다. 그러나 다른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타구 각도를 높이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과 반대로 김현수의 평균 타구 각도는 지난해 6.0°에서 2.8°로 되려 낮아졌다. 19°에서 26° 사이 타구의 점유율도 지난해 8.6%에서 올해 5.9%로 더 낮아졌다(알론소 17.5%). 김현수가 올해 만들어낸 두 개의 19~26° 타구 중 하나는 크리스 아처(탬파베이)를 상대로 때려낸 올 시즌 유일한 홈런(21°)이었다.
그렇다면 김현수의 발사 각도가 더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스윙의 궤적 외에도 발사 각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임팩트 포인트다. "땅에는 장타가 있을 수 없다"(There's no slug on the ground)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존 메일리 시카고 컵스 타격코치는 발사 각도가 좋아도 임팩트 포인트가 나쁘면 장타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한다.
평균적으로 메이저리그 홈런이 홈플레이트 앞 9인치에서 12인치 사이,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3인치 앞에서 임팩트가 이루어지는 반면 땅볼 타구는 6인치 뒤에서 임팩트가 만들어진다는 것. 따라서 장타를 때려내기 위해서는 발사 각도도 각도이지만 임팩트 포인트를 앞으로 당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윙 궤적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바꾼 것이 자신에게 일어난 더 중요한 변화이며 더 이상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알론소 역시 임팩트 포인트를 전보다 앞으로 당긴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스윙의 궤적이 달라지지 않은 올해, 김현수의 발사 각도가 더 낮아진 이유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임팩트 포인트가 더 뒤로 가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김현수는 지난 시즌의 선전(.302 .382 .420)에도 기회가 더 줄어든 올해, 타석에서 공을 더 많이 보고 있으며(타석당 투구수 2016년 4.02개, 2017년 4.52개) 더 신중한 타격을 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플라이볼이 타자의 목표라면 투수의 목표는 땅볼이다. 땅볼은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정밀해진 시프트 수비의 좋은 먹잇감이 된지 오래다(2001년 이치로와 현대 시프트의 대결이 궁금하다). 따라서 땅볼은 가면 갈수록 최고의 스피드를 가진 극소수 타자들의 생존 영역으로 남을 전망이다.
마이크 브라이언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테드는 60년을 앞서간 분입니다. 당시는 그 말고는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나는 테드의 철학에 맞는 타자를 만들어내는 것을 내 인생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우리는 최첨단 기술인 <스탯캐스트>가 테드 윌리엄스가 얼마나 위대한 선각자였는지를 증명해주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