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하다보면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다 좋은데 생활의 패턴이 깨지는 것을
못 참는 제가 이번에 나름 터득한 좋은 여행비법을 공개하겠습니다. 제 경우는 글쓰기,
배설, 운동,Listening을 하면 생활의 패턴이 깨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때문에 혼행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진도에서 늦게 목포 보석사우나로 달려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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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주차를 한 후에 저녁을 먹으러 목포 시내를 뒤졌습니다. 진선미 중에 美를
세트메뉴로 시켜 놓고 허리띠를 풀어 제쳤습니다. 맥주 2병에 소주 반명을 마셨는데
빙빙거렸어요. 지난 번 여수 내려갔을 때도 술이 안 받아서 두 잔 먹고 말았고 만,
이번엔 술이 술술 잘 들어가더라고요. 웬걸, 숙소까지 겨우 걸어들어 갔고 바로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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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렸어요. 골이 패서 기상한 시간이 4시입니다. 우리 딸내미는 술 마신 후 뒷감당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육군정량 4시간은 채웠으니 오늘 일정 소화하려면
서둘러야합니다. 황태해장국은 별로였는데 열무김치로 본전을 뽑았어요. 저는 해장으로
라면이 딱 인데 라면 파는 곳이 잘 없더라고요. pc방 앞에 차를 세워두고 성경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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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수-랩까지 글 3개 쓰는데 3시간이 걸렸어요. 그 사이 제 무기 3개(이어폰, 워치
폰, 모바일)를 잎빠이 충전시켰어요, 유달산이 13분 거리에 있었습니다. 머리털 나고
처음 온 곳인데 어제 밤 나와바리 시찰을 끝내서 그런지 안성 비봉 산 투어 하는 것
마냥 편안합니다. 사실 대한민국에 제 나와바리 아닌 곳이 어디 있습니까? 유달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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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하는 기분으로 오르내리면 딱 좋은 코스입니다. 내가 목포 산다면 아침마다
오르겠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목포 풍경은 부산 같기도 하고 동남아 같기도 합니다.
이 난영이란 가수가 목포 출신인가 봐요. 공원에 기념비가 있었어요. 케이블카를 산과
바다까지 연결해놓았습니다. 염사가 있어서 슬금슬금 올라가 보았는데 막상 보니 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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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이 나대요. 제가 대체적으로 덤비는 타입인데 놀이기구하고 케이블카는 겁이 나서
기피합니다. 괜히 치기를 부렸다가 고름 받을 일 없잖아요. 아기자기한 둘레 길을 한
바퀴 돌고 완도로 사정없이 내뺐습니다. 섬이란 섬은 모두 브리지를 해 놓아서 달릴
만 합니다. 해남은 지나치려고 했고 만 “땅 끝 마을’이 보이는데 어떻게 그냥 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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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륙의 최남단 땅 끝 마을에 시방 와있습니다. 양 이틀간 들렸던 명소 중 가장
사람들이 많아보였습니다. 여객선에 배를 싣고 어디로 가냐고 물었더니 보길도 행
이랍니다. 가만 있자 보길도를 어디서 들었더라? 팔도 떠돌이 엿장수가 근무교대를
하는 모양입니다. 제가 엿을 좋아하는데 다음 주에 크라운을 씌워야 해서 안 먹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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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싸움하는 것도 아닐 진데 놈이랑 눈이 마주쳤어요. 멋쩍어서 목례를 했더니 빡빡
이가 흰 이를 내밀고 웃습니다. 인상 안 쓰는 게 어딥니까? 이런 곳에서 펜-숀 몇 동
지어 철 장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여객 터미널이 완공되면
사이즈가 커지겠지요? 완도를 갈까 그냥 인 안성 할까? 짧게 갈등하다가 1시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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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땅 끝 마을에서 ‘완도로 가는 길’에 풍경이 ‘동해안 고속도로’
와는 또 다른 상큼한 맛이 있습디다. 어제 먹은 술 탓인지 밥 생각이 없어서 cu에서
해반 하나를 돌려 김 따로 밥 따로 먹으로면서 고개가 아플 만큼 오래도록 아이 스캔을
했습니다. 완도랑 해남이랑 누가 더 땅 끝 마을인지 저는 아무리 봐도 개 찐 도 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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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이쪽에 데자뷔가 그려졌나 했는데 소싯적에 해남에는 2살 위, 아무개형이 저랑
친했고, 완도는 진호 동창인 쌍둥이 녀석이 해남 놈 입니다. 설마 만나는 건 아닐 테지요?
겨울바다는 보는 바다라서 시퍼런 동해 바다가 좋은데 5월의 바다는 만지는 바다, 혹은
느끼는 바다쯤으로 해두죠. 슬리퍼마저 벗고 맨발로 1.5km가량 되는 모래사장을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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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로 했어요.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저도 아이들도 연인들도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해에게서 소년이란 시가 생각이 나네요. 제가 선생님 추천으로 낭송을
했던 시인데 어느 날 최 남선 씨가 친일파란 사실을 안 후부터 시큰둥해져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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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말이 지나간 자리는 쿠션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물을 촘촘히 머금은 모래는 맨 땅처럼
단단합니다. 물론 발에 힘을 주면 모래가 흐트러지면서 패이지만 말입니다.
마른 모래와 물먹은 모래를 밟는 감촉을 아실 라나 몰라?
2020.5.24.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