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지나가고 밤은 도래한다. 꽃이 핀 환한 대낮은 가고, 쓸쓸한 저녁이 온다. 함박웃음과 환호작약의 때는 지나간다. 한때의 꽃은 낙화의 시간을 회피할 수 없다. 시간은 흘러가고 그 흐름에 따라 오는 어떤 때를 우리는 대하게 된다.
류미야 시인은 이 시간의 흐름을 깊이 사유한다. 그리하여 시 ‘반디’에서는 “생은 그 빛 한 귀퉁이가/ 켰다, 꺼지는 잠시”라고 표현해서 반딧불이의 명멸(明滅)을 존재의 시간에 빗댄다. 또 시 ‘꽃과 책’에서는 “바람이/ 넘겨보는 꽃잎은/ 시간의 책장”이라고 써서 무상(無常)을 구체화한다. 무상을 깊이 들여다보는 이유는 지금 여기에서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