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이었는지, 중순이었는지. 집에서 페이스 메이커라는 영화를 다운받아 본 적이 있었다. 영화를 볼 때 나는 사실 별점이나 평점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본래 천성이 그런 것인지 뭘 보더라도 좋게 좋게 생각하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페이스 메이커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지도, 아주 낮은 평가를 받지도 않은 '무난한' 영화다. 나는 김명민이라는 배우때문에 봤다. 거기서부터 이미 영화의 내용 자체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무엇을 보든 두번째에서 아주 깊은 감명을 받는데, 이번 시험이 끝나자마자 유에스비에 담긴 영화를 아무거나 틀어 보다가 페이스 메이커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책이였든 애니메이션이었든 영화였든 간에 두번째에서 오는 그 잔잔한 감동이 다시 한번 밀려들었다.
페이스 메이커는 중거리 이상의 달리기에서 주전선수의 페이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선수라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고, 개념이다. 이 영화의 다른 포스터에서는 '나는 완주해선 안 되는 마라토너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주인공 만호는 완주해선 안 되고 사실상 완주 할 수도 없는 마라토너이고, 페이스 메이커다.
만호는 한쪽 다리가 다른쪽 다리보다 짧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마라토너로서 41.195km를 끝까지 달리기 전에 근육에 무리가 가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만호는 마라토너에서 30km까지 다른 선수의 페이스를 잡아주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었다.
영화 중반부에서 만호가 던지는 질문이 있다. 어쩌면 이 영화의 정체성을 밝히는 아주 중요한 대사일 것이다. '너는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중에 뭐 하며 살고 싶니?' 만호가 좋아하는 일은 마라톤이고, 41.195km를 끝까지 달리는 일이지만 잘 할 수 있는 일은 30km까지 다른 선수의 페이스를 잡아주는 일이다. 영화 내내 만호는 좋아하는 일을 위해 선수촌을 뛰쳐 나가기도 하고, 금전적인 문제로 좋아하는 일을 버리고 다시 잘 하는 일, 페이스 메이커로 돌아오기도 한다.
뒤통수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얼얼함이 느껴지더랬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라니. 그 사이의 간극이 멀면 멀수록 더 고민하게 되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혹은, 좋아하면서 잘한다고 생각했던 일이 사실은 아니었다던가. 영화는 정면으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 어느것을 선택할 것 이냐고 물으면서, 좋아하는 것을 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참 현실감 없는 영화이면서도, 자꾸만 기억에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들이 정말로 이 영화가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구나, 싶었다. 나도 좋아하는 것을 택했는데, 나는 과연 이 영화처럼, 주인공 만호처럼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첫댓글 한번쯤 봐야되겠구나.
그런데 연출이나 그런 것들이 많이....유치한 부분이 좀 있어요. 오글오글 손발이 다 오그라 들기도 하고..ㅋㅋㅋ;; 내용도 사실 되게 뻔한데 괜시리 저부분에서 너무;ㅂ; 가슴에 팍 꽂히더라구요..ㅠㅠ
좋아하는거나 잘하는거나 나름의 장점이 있는거 아닐까? 둘 중 아무거나 택해도 별 상관은 없을 것 같아ㅎㅎ 난 잘하는게 없어서 좋아하는 걸로...
보려다가 지갑이 텅텅 비어서 못 본 영화였는데... 이런 영화였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