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신문을 창간한지 어느덧 16년이 되었다. 도도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유구한 산천도 바뀌고 그 많던 인걸 또한 가고 없다. 그러나 그때 그 시절을 담은 곡성신문을 들추어 볼 때마다 오고가는 세월의 새로운 물결의 흔적을 감상할 수 있어 색다른 감흥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곡성의 지나간 옛 일들을 반추해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곡성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희노애락이 깃든 옛 사연들을 만날 수 있어 가끔씩 세속의 물욕을 잃은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구 곡성역사에 자리잡은 곡성기차마을. 곡성 기차마을에서 열린 ‘장미축제’가 축제 이후 최고의 입장객 수를 갱신하며 성료되었다. 곡성신문이 창간되던 1999년 전라선 복선화로 곡성역이 이설되자 폐선부지 매입을 놓고 곡성기차마을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하였으니, 필자는 고스라니 영욕이 스민 곡성기차마을이 형성된 과정의 지역향토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취재하고 기록할 수 있었던 행운을 얻은 셈이다.
구 ‘곡성역’을 필자가 처음 찾은 것은 90년대초 곡성군 삼기면 출신 중견작가 공선옥의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을 읽고서 였다. 곡성역을 빠져나온 주인공이 오지리마을을 찾아가는 장면의 상세한 묘사가 지금도 머리에 생생하게 다가온다. 당시 곡성역은 농경지에 둘러쌓인 목가적인 전원적 풍경으로 소담한 시골역 그대로였다. 대합실 넘어로 보이는 곳, 기차를 기다리는 의자곁에 자리잡은 아담한 분재형 소나무가 무척 정겨워 보였다.
이 조그마한 기차역 주변이 오늘날 이처럼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이루어 질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곡성기차마을은 민선2기의 고현석 군수가 직선화로 폐철된 17.9㎞구간과 곡성역, 철도시설을 매입 해, 곡성역~가정리간 미니열차를 운행하며 2004년 정식으로 개장, 점차 관광지로써 면모를 갖추어 갔다.
조형래 군수의 민선4기에 접어들어서는 심청축제 장소를 섬진강변에서 기차마을 광장으로 이전시켜 심청사업의 본질을 애매모호하게 희석시킨 꼴이 되고 말았으나 코레일과 계약을 성사시킴으로써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로서 기틀을 다지게 되었다. 또한 2009년 기차마을 서쪽편 4만㎡의 면적에 1004종 3만7천5백여 그루의 장미를 심어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는 장미공원을 형성했으며 몇가지 놀이시설을 갖추어 갔다.
민선5기 허남석 군수 시기에 들어와서는 먼저, 장미공원의 무대와 기차마을의 중앙에 무대를 마련하고, 후반기에 놀이시설인 드림랜드와 도깨비요술랜드 등의 오락시설을 갖추어 전국적인 관광지로써 면모를 갖추어 6기 민선으로 바톤을 넘겼다.
행정의 연속성에 따라 이처럼 15년간 민선자치단체장들의 곡성발전을 위한 동력의 주무대는 주로 곡성기차마을에서 발차되고 있었다. 당시 함께 시작했던 심청사업에 비해 뒤처져 있던 기차마을은 본당 즉, 사업처의 센터부지를 잡아 놓은 까닭에 새로 선출된 민선군수들마다 각자 자신의 구상에 따라 사업에 필요한 요소들을 끌어 들여와 아롱이 다롱이 체워놓았다.
이처럼 곡성기차마을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변화속에서도 공직자들이 흘린 수많은 땀방울 속에 오늘날의 모습으로 자라났다. 곡성기차마을는 2012년 CNN선정 ‘한국에서 가장 가 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에 선정되었으며, 2014년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국내 관광지 브랜드 ‘한국관광의 별’ 창조관광부분에 선정되었다.
민선6기 유근기 군수 시대에 접어든 금년 제5회 곡성세계장미축제에는 수만송이의 세계 명품장미들의 향연을 찾아 사상 유래없는 관광객이 모여 들었다. 특히 다행인 것은 메르스가 창궐하기 바로 직전에 축제를 마쳤다는 것이 곡성군으로써는 퍽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군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장미축제기간동안(5월 22일~31일) 기차마을을 다녀간 유료관광객수는 21만1천5백여명으로 입장료 수입만 6억여원(1인당 3,000원, 축제예산 2억5천만원)을 올렸으며, 1일 최고 6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등 지역민의 관광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파급효과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금번 곡성세계장미축제에는 작년과 다르게 개막식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연들은 장미공원 소무대에서 개최되었다. 그러나 장미공원을 찾았던 곡성인들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은근슬쩍 찾아갔던 곳은 기차마을의 중앙광장 무대였다는 후문이다. 명품 장미보다도 더 흥미진진한 곳이 바로 기차마을 중앙광장무대 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곡성신문에 소개된 기차마을 중앙광장 임대, 놀이시설 설치에 따른 입찰 담합과 특혜 의혹 제기 등의 논란, 곡성군의회와 군 간의 법리적 공방, 특히 중앙광장 콘크리트 포장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간 발걸음이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광장을 둘러본 곡성군 관내 주민들과 출향한 전국의 곡성인들이 혀를 차고 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는 점도 금번 장미장미축제에 나타난 색다른 볼거리 중 하나였다는 평이다. 아마도 기차마을 콘크리트 중앙광장은 민선6기 유근기 군수에게 있어 두고두고 씹히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궐밖대감이란 속어가 있다. 즉, 대궐 밖에 있으면서도 궐안대감 보다 대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간섭하고 온갖 특혜를 챙기는 인물을 가르켜 일커르는 비속어 쯤으로 이해되는 단어이다.
요즘 지역정가 사랑방에 이 ‘궐밖대감’이라는 속어가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콘크리트 중앙광장도 이들 궐밖대감들의 작품이라는 그럴싸한 소문이 곁들여지면서..
유근기 군수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군수후보시절 측근비리, 친인척비리 척결를 특히 강조했다. “비리가 적발될 시에는 즉각 사퇴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 동영상이 지금도 인터넷 등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는 젊은 군수후보의 공약으로써 너무나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으며, 이 공약은 군수로 당선되는데 커다란 몫을 차지했다는 후평이다.
곡성의 사랑방에서는 궐밖대감을 자쳐하는 인물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군수가 자신을 추종하는 측근 궐밖대감을 양성해서는, 혹여 궐밖대감의 양성을 자초해서는 후보시절 신선했던 공약이 모두 공허한 헛공약이 될 수 밖에 없게 된다.
회색빛으로 변모한 중앙광장을 바라보던 한 곡성주민은 “내 고향 곡성 군민들이 15년간 피땀으로 일구어 놓은 기차마을이다”며 “곡성군에 또다시 15년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동력원을 일구어 내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궐밖대감들이 군수 주변에서 기생하는 한 곡성의 장래는 없다는 충고를 깊이 되새겨봐야 할 때이다”고 충언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잠시머물다갑니다
쉰들러님! 기사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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