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의 성리학
최 병 창
내리쳐도 꼬부라지지 말고
곧게 들어가야 한다
꾹꾹 내리쳐도
튀어나올 줄 모르는 오뚝이처럼
못은 못이 있을 자리에 순서를 지켜 망치로 곧게 내리쳐야 하는 것
질서를 지키지 않았을 때는 들어가기를 거부하거나 휘어지기 일쑤다
못은 누구에게도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비정하게 박혀있는 것
그것을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에게도 독이 아닌 약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다
못이 깊이깊이 박하기 전까지는 천벌이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못 연고자나 무연고자나 오래된 못의 행방은 예전의 그대로였으니
곧고 바르지 않으면 깊이 박히지 않고 타협되지 않는 못
앉을자리와 설자리를 구분하여 제 몫을 다하는 곧고 바른 못일
뿐이었으니
똑바로 내리쳐도 삐딱하게 박히는 세상
그러면서 제 몫을 하지 않아도 망치 탓이나 못만을 탓하는 세상
어느 순간 망팔의 몸속에서 퍼렇게 녹이 슨 대못하나가 스멀스멀
고추 선다
박히기 전까지 가다리지 말거라
천벌이란 지키지 못한
그림자 같은 분노일 것이라며.
< 2022.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