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플링 (쪼쪼주인과 경남여인)
강아지가 멍멍하고 뛰어다닙니다.
나는 그것을 멍하니 보고만 있지요. 그러다 강아지에게로 손을 내밀어 봅니다.
"쪼쪼야."
강아지 이름은 쪼쪼입니다. 그냥 짓다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막 지은 이름입니다.
쪼쪼는 작은 강아지 입니다. 종이...포메라니언이랬던가. 아무튼 내 친구가 선물해준 겁니다.
하얗고 뽀송 뽀송한 털을 가진 마치 짱구는 못 말려의 흰둥이 같이 생겼달까요?
"쪼쪼야,이리온."
"멍멍.왈왈."
"멍멍을 하던가,왈왈을 하던가. 둘 중 한가지만 짖어."
"멍?"
"그걸로 정했구나. 근데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안 오냐?"
"멍멍."
쪼쪼가 어느 한 곳을 보며 짖어대네요. '이 자식'이 왔나봅니다. 쪼쪼의 눈을 따라가보니 예상대로
'이 자식'이 왔네요. 5부바지 를 입고 카라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그 아이. 그 아이는 제가
칭한 '친구' 입니다. 앞에 단어가 하나 빠자 먹었네요. '남자 + 친구' 입니다. 성별이 남자인,
친구가 아니라 남친,여친할 때의 그 의미요. 그리고, 이 아이가 쪼쪼의 원래 주인입니다. 친구
라고 했다구요? 친구 맞죠 뭐. 남친도 친구니.
"윤새봄. 또 쪼쪼댄스 데리고 왔냐?"
"개방방이 같은게. 또 쪼쪼댄스래. 쪼쪼댄스는 그레이트 박 뭐해요가 추는 거고. 그냥 쪼쪼라고 부르렴."
"쪼쪼나 쪼쪼댄스나. 걔가 알아나 듣겠냐? 순 개머리 아이큐인데."
"그러는 넌 개머리 아이큐라서 맨날 쪼쪼를 쪼쪼댄스라고 부름?"
"이게 여친이란게 남친 아이큐 욕이나 하고."
"됐고요. 왜 또 불러싸?"
"은연중에 사투리 자꾸 나온다."
"별 수 없지. 태생과 본적이 경남인 것을."
"경남여인."
"말 돌리지 말고. 왜 불렀냐니까?"
내 남친,봉시황이가 갑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네요. 갑자기 왠 X폼이람. 뭔가 심각한 일이라도 있나본데?
미심쩍은 표정으로 시황이를 보았어요. 시황이가 운동화 앞 코로 흙장난을 해대네요. 뭐길래 그럴까?
"씹으십니까, 봉시황씨."
"경남여인."
"뭐."
"뭐 줄 거 있다."
"그러니까 뭔데."
부시럭,부스럭 뭔가를 주머니에서 꺼내네요. 저게 도대체 뭘까? 뭐길래 저렇게 뜸을 들이나...
주머니에서 꺼낸 손은 주먹을 쥐고 있어요. 뭘 가지고 있길래 저러는 걸까요?
"손."
"내가 개니? 줄거면 그냥 주지? 왜 뜸을 들이고 그러지?"
"라임쩌는 경남여인."
"아,알았어. 손 내밀었다. 자."
시황이가 내 손 위로 무언가 짤랑 떨어뜨리네요. 시황이가 손을 치우니 보이는 것은 반지예요.
금반지. 이건, 뭔 뜻?
"이걸 왜?"
"경남여인. 손금 100%야."
"바보. 손금이 아니고 순금."
"아무튼."
"그래 아무튼,이게 뭔데?"
"...반지. 뭐, 절대 반지 같은 건 아니야. 그런 걸 기대했다면,미안."
난데없이 왠 반지? 쪼쪼는 우리 둘 사이를 왔다갔다 거리면서 방방 뛰어다닙니다. 전 반지를
손가락으로 들어서 물어봤죠.
"난 골룸이 아니라서 마이 프레셔스는 필요없어. 근데 반지를 왜 주는데?"
"커플링."
"...커플링인데,왜 한 짝이야?"
"커플링으로 하려고 했는데, 순금으로 만드려면 알바한 거 다 쏟아부어야 한다길래."
"그래서,내 것만 우선 만든거야?"
"응. 미안. 솔로링 만들었네."
참,우린 천생연분인가봐요. 나는 씨익 웃으며 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어요. 시황이처럼 손을
빼니 주먹을 쥐고 있었죠.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황이를 불렀어요.
"봉시황이."
"응."
"손."
"응?"
"손 달라구."
조심스럽게 쭈뼛쭈뼛 내 앞으로 손을 내미는 시황이의 손바닥 위로 내 주먹을 올려두고 무언가를
떨어뜨리고 손을 얼른 내 앞으로 뺐습니다. 그리고 발 밑에서 쫄랑쫄랑 거리며 돌아다니는 쪼쪼를
안아들고 뒤돌아서서 걸어갔습니다. 봉시황이가 봤겠죠. 우헤헤헤. 쪼쪼랑 걸어가면서 말했습니다.
"난 순금 99.9999%야. 미안. 너 알레르기 생길지도 모르겠다."
"경남여인,너도 알바했어?"
"너랑 못 놀때."
"내가 벌어서 맞추면 되는데..."
"커플링인데, 바보같이 왜 봉시황이가 반지를 다 사냐? 나도 하나,너도 하나
사서 맞트레이드 해야지."
"경남여인,거기서."
쪼쪼를 안고 걸어가다가 시황이의 부름을 듣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섰습니다. 봉시황이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와락 백허그를 해줍니다. 이 녀석, 감동 쪼금 드셨나봅니다. 씨익. 입가에선 절로
환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런 법이 어딨어?"
"법까진 쫌 거창하고. 너만 고생하면 반칙이니까."
"우리 되게 천생연분인가봐."
"봉시황이."
"왜,경남여인."
"내 아를 낳아도."
"ㅋㅋㅋ 얼마든지."
"멍멍."
"쪼쪼도 그렇대."
"뭘?"
"내 아를 낳아도. ㅋㅋㅋ"
"이 쪼쪼댄스가..."
봉시황이가 쪼쪼를 뺏어가더니 쪼쪼에게 훈계를 합니다. 그런다고 알아들을 쪼쪼가 아닌데요.
"쪼쪼댄스. 넌 암컷을 만나."
"멍멍!"
"반항하냐?"
"멍멍! 멍!"
"암컷한테 가서 내 아를 낳아달라고 해. 알겠음?"
"멍멍."
"봉시황아. 개가 그걸 알아듣겠냐?"
"내가 키운 개라 똑똑해서 알아들어."
"지져스. 그건 쫌 아닌 듯. 쪼쪼 이리내."
쪼쪼를 도로 뺏어서 품 안에 안고 시황이를 두고 걸어갔습니다. 시황이가 두두 달려오며 투덜거리네요.
"경남여인. 쪼쪼댄스야,나야?"
"뭐래. 왜 개랑 인간이랑 두고 비교함? 그지,쪼쪼야?"
"멍멍!"
"말 안 하지?"
"쪼쪼야~집에 가서 밥 줄게~"
"멍멍!"
"경남여인!"
쪼쪼는 짖고, 봉시황이는 투덜거리며 대답을 종용하고 나는 방긋 웃으며 집으로 걸어갑니다.
등 뒤로 붉은 노을이 지네요. 참으로 훈훈한 저녁녘입니다. ㅋㅋㅋ
첫댓글 ^.~ 감사히 읽고가여
늘 행복이 함게하시길 빌며 ~.
ㅋㅋㅋㅋㅋㅋㅋㅋ겁나 귀엽네
글 자체는 좋은데 이모티콘이 없으면 좋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라는 이모티콘이 훈훈한 분위기를 망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