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어느 할머니를 보고
조석으로는 쌀쌀하고 한낮엔 따뜻해서 좋은 가을 날씨답게
나뭇잎도 곱게 물들어 간다
지금 농촌에는 농부가 누렇게 익은 곡식을 수확하기 바쁜
들녘 생각만 해도 배가 부르다
그래서 가을은 男子의 계절인지 女子의 계절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낮의 길이도 짧아지니 퇴근 시간이면 어둠이
깔리고 만 다
오늘 퇴근길 전철에서의 일이다
퇴근길이라 복잡한 시간이다 보니 경로석 구석에서 음악을 들으며
출입문에 기대니 편하고 좋은 것이다
경로석엔 나이가 70대로 보이는 할머니 두 분이 대화를 주고받는 게
우스웠다
어느 할머니가 옆의 친구한테
“우리 집 영감은 가을을 타는지 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와서
젖먹이 애들 같아“
그러자 옆의 할머니는 우리 집 영감은 하늘에서 살아 내 곁에
파고 들어온다면 안아 주겠네
그러며 서로 맞장구를 치고받는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가도 남편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은가 보다
흔히들 여자는 남편을 가을비 오는 날 떨어진 낙엽에 비유를 한다
비가 온 뒤 빗자루로 낙엽을 쓸면 달라붙으니 귀찮은 존재라서
그럴 테다
전철에서 할머니가 대화를 하는 것 보니 남편이 있는 경우라 그런지
험담(險談)을 많이 하는 것이다
나도 나이 들어가지만 저 할머니처럼 예외는 아닌 가 싶기도 하다
사실 아무리 금슬(琴瑟)이 좋은 夫婦라도 나이 들어 갈수록 따로 노는 게
좋은 탓도 있다
서로 간에 주고받는 간섭이 없으니 말이다
며칠 전의 일이다
8순으로 보이는 어느 老人 夫婦가 다정하게 손잡고 가는 모습 보니
고운 빛깔의 단풍(丹楓)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그저 世上을 살아가며 미우나 고우나 夫婦의 존재란 게 속일수가
없나보다 ..... 飛龍 / 南 周 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