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국내 유수 대기업인 D, H 그룹에 몸 담았던, 약 24년 동안에, 그리 꼭 유쾌하다고만 느낄 수 없는 일이, 나의 뇌리를 스쳐 간다.
D 그룹에 있을 때는, 필자의 회사와, 전혀 관계가 없는 그룹사의 가전 제품을 팔라고, 회사 밖으로 내 몰린 일이며, 또한 H 그룹에 있을 때는, 그룹 왕회장이 갑자기 대선에 뛰어 드는 바람에, 잠시 외도를 걸게 된 일이다.
당시 JY는, 노씨에게 마지막 정치 자금으로 200억을 주었다며, 그 반동인 양, 정치 입문의 깃발을 드높이 올리고, 정치 개시 45일만에 31명 국회의원을 당선시키면서, 단번에 국회 교섭 단체를 이루면서, 아파트 반 값 분양이라는 다소 무모한 캐치프레이즈로, 경제 대통령이 될 것을 자임하면서 92년 대선 대열에 참여하게 된다.
JY의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기 당천하여 정계에 뛰어 드는 바람에, H 그룹은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 삼성, LG 등 대 그룹들도, 여 ,야당에 모두에 정치 자금을 대 주면서, 별도의 정세 판세 분석팀을 가동 시키면서, 또한 JY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별도의 여론 조사 가동팀을 운영 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 하면, 정치권에 줄대기를 비롯한, 당선 유력자에게 미운 털이 박히면, 기업의 존폐에 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H 그룹에서는 쓸만한 그룹사 직원들을, 회사에서 퇴직 시켜, 통일 국민당에 심었다.
하기는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30만 일자리를 임의 창출하는 것은 문제도 안되니, 그 매력이야 자못 크다할 수 있겠다.
기업인이 정치 분야에 뛰어 듦으로서, 정치 분야에 기업 문화가 접목되는 순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핵심 직원으로, 중앙당을 포진 시키고, 250여개 지구당에 약, 220여 지구당 위원장을 내정했으며, 그 지구당 위원장이, 제대로 일하도록(?) 위원장 보좌역으로, H 그룹 퇴직한 직원들을 내정했다.
이때 필자도 부천 지구에 보좌역으로 임명되어, 4개월을 지구당사로 출근하며, 현실 정치를 맛보게 된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나의 임무는, 중앙당에서 지구당으로 푸는 자금이, 지구당 위원장을 통해 지역민을 위해서, 제대로 돈이 쓰이는가를, 비밀리 중앙당에 보고 하는 것이며, 또 한편으로는 중앙 당직자가 제대로 일을 하는가를, 조사하는 비선 그룹이 있으며, 필자 같은 지구당 보좌역은, 그 지역의 그룹사 자동차 영업소및 증권사에 내정된 직원이, 비밀리 보고서를 상부에 올리게 돼 있었다. 그야말로,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조직 운영이었다.
별도의 안보이는 조직들에 의해 서로 감시 당하고, 그것이 서로 알지 못하는 팀에서 보고되는 것이다.
나는 중앙당에서 007 가방으로 현금을 나르고, 중앙당사 주변에는, 차종만 틀린 정보 요원들이 진을 치고 감시하고 있으며, 그 시선들을 피해 지구당으로 자금을 나르고 하면서, 나는 지구당사에 아침 7시에 출근하여, 밤 10시까지 일하면서, 당원 세 확장에 나선 것이다.
지구당에는 위원장이 있고, 그 밑에 비서격인 보좌역, 총책인 사무장, 선임 조직부장, 청년 부장, 여성 부장, 컴퓨터 사무 여직원, 등의 구성원인데, 당시엔 입당 원서를 얼마나 많이 가져 오냐에 따라서, 자금을 분배해 줬는데, 한 장을 여러 번 베껴 쓴 것은, 내가 컴퓨터에 입력, sorting하여, 복사본은 모두 빼버리고, 입당 원서 장당 얼마씩을 쳐서, 자금을 나눠 줬다.
나의 임무는 위원장에 넘겨 준 자금이, 위원장이 착복해서, 개인 배를 채우지 못하도록 하면서, 가급적 당원들에게 많이 분배케하는 역할이엇다. 각 동마다 협의회장을 선임하여, 또 그 협의회장 밑에 소규모 조직을 편성 시켜, 지역세 확장을 도모한 것이다.
나는 지구내의 각 구청장, 파출소장들을 찾아 가서, 일일이 인사를 하고, 상품 JY를 이쁘게 포장해서 열심히 파는데에, 나의 온 힘을 쏟았다.
처음에는 소극적인 내 아내도, 용인 인력 개발원에 입소하여, 1박 2일 세뇌(?) 교육을 받고 나더니, 서서히 광신자(?)로 변해 갔다.
JY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를 배포하고, 매일 건너씩 배달되는 당보를 배포하며, 자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일부 정치꾼들이 돈봉투 받은 것으로, 오히려 양심 선언을 하겠노라고 을러 대는 놈들 하며, 지구당사 문을 막고, 돈 더 내놓으라는 깡패들 하며, 그 시달림에 못 이겨 결국은 지구당 위원장이 사임하겠노라는 지방 기자 회견을 하고, 나는 지구당 위원장이 사임하면, 새로 위원장을 채울 책임이 있고, 하여간 나는 그들에게 가는 자금 줄을 죄으면서, 그들과 근 일주일 가량을 마라톤 협상을 거쳐, 다시 위원장 목을 붙혀 놓았으며, 이런 생활을 하는 동안 시중에 인간 쓰레기라는 쓰레기는, 모두 다 만나 본 것 같다.
낮에야 남자들은 거의 직장에 나가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주로 치마 바람 날리는 아줌마들인데, 그들을 데리고, 저녁에 노래방 가는 일도, 계속 되다 보니, 지겨울 지경이었다.
JY의 주요 치적인, 서산 간척지 3,100만평(여의도의 약 40배) 관람에, 나는 버스 10여 대를 수배 하고, 승객은 거의 아줌씨들인데, 나는 아줌씨들에게, 서산에서 돌아 올때에 기분 좋게 술을 마시자고, 신신 당부를 하였는데, 어느 새, 나 몰래 신출귀몰하게 소주 두 박스를 버스에 실어, 아줌씨들이 서산 가는 도중에, 버스에서 술판을 벌여, 술이 거나하게 취한 아줌씨들이, 남자가 아쉬운지, 차내에는 운전하고 있는기사 빼고는 나만 남자인지라,, 나는 그들의 통제자이면서도, 그들의 성추행 대상자로 전락될 수 박에 없었다.
술 취한 아줌씨들의, 남자 뺏기 쟁탈전 가까운 다툼 속에, 춤이 아닌 그들의 육중한 유방들로, 나를 질식 시킬 것 같은 과감한(?) 포옹은, 사자 우리 속 닭 마냥, 그 자리 꼼짝 마라 였다.
서산에 당도 해, 우리는 버스당 기사 팁을 6만원으로 정해 갔는데, 전국 각 지에서 몰려 온 버스 기사들 입을 통해서, 그 중 최고 가격인 기사 팁10만원으로 기습 인상 되고, 하여튼 서산 간척지 땅이 얼마나 컸던지, 그 주위를 돌면, 버스를 타고도 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여태까지 존망의 대상인 기업인 JY가, 김 동길 박사에게, '당신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데,..' 라든 감언이라던가, 이 종찬에게 '정치 자금 2000억을 마련하겠다' 라는 식언 하며, H 그룹은 언제던 과감히 내던질 수 있다고 했다가, YS가 당선 되고 나서, 바로 말 바꾸기로의 저 자세는, 그 때까지 JY 상품을 팔고 다녔던, 나로서는 참으로 참기 힘든 아픔이며, 실망스런 대목이었다.
마치 신망 있는 기업인에서, 일개의 장사아치를, 본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쨌던 나는 H 그룹에서 일하는 동안, 정치 입문의 알파에서, 투개표 현장의 오메가까지, 모두 두루 경험을 해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