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사에 비까지 온다고 하는데 어딜 가겠다는 거유?"
"당신이 가란다고 가고 가지말란다고 아니갈 내가 아니라오"
일성을 하고 뚜벅이용 신을 챙겨신고 오이도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주 오일제 시행후론 토요일도 많이 한가해졌다. 그래도 앉을 자리는 없다.
앞에 노부부가 손녀 인듯한 여자애를 사이에 앉혔는데 무료한지 칭얼대기 시작한다.
그려 애들은 입이 즐거우면 조용한 법이지 하는 생각에 주머니 조끼에서 스니커즈 한개와 밀크카라멜 두개를 꺼내주니 애가 너무나 좋아 한다.
마침 건너편에 자리가 나기에 베낭을 벗어 안고 엠피3을 꺼내 목에 걸고 이어폰을 꼿았다.
120곡이 다 돌고 또 다시 돌때 까지 걸어야 겠구나 생각하며 음악에 빠져 든다.
오이도역에 내려보니 세상이 온통 뿌옇다.
마눌 말씀을 들을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0.5초쯤 떠올랐다 사라진다.
그래 가는거야
로드사인을 보며 대부도 방향을 찾아 첫걸음을 내딛는다.
공단길이라 그런지 트레일러들이 많이 다닌다.
황사도 심한데 매연까지 가세를하니 견디질 못하겠다.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차들이 달려왔다 어깨너머로 몰려간다.
횡단보도가 보이기에 건너가기로했다.
이쁜사람들!
이쪽길은 보도옆 숲길에 자전거 도로가 나있는게 아닌가
오른쪽 펜스옆으로 멀리 바다가 있을듯 한데 황사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차다.
겉옷의 모자를 꺼내 쓰고 입과 코를 덮고 썬그라스를 쓰니 노출된 부위가 없다.
구천걸음만에 시화방조제 시작되는 곳에 도착했다.
잔디위에 방석을 꺼내 깔고앉아 신을 벗고 베낭을 열어 보온병을 꺼내 커피를 한잔 따라마시며 보니 신호대기하는 차에서 물끄러미 쳐다본다.
주머니조끼에서 초코바도 한개 꺼내서 깨물었다.
방조제길이가 12KM라고 쓰여있다.
디카를 꺼내 조형물과 로드사인을 찍으니 베터리잔량표시에 빨간불이 깜박거린다.
아차 충전해논 베터리를 챙기지않은게 후회스럽다.
설상가상으로 엠피3마져 멈추네.
카메라 베터리를 빼서 엠피3에 넣으니 쌩쌩하다.
역시 난 지니어스야-무리한 자찬을하며 방조제길에 오르니 길끝이 보이질않는다.
바다 한가운데 어찌이리 똑바르게 길을 냈단 말인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갈매기가 나르고 조 멀리에는 어선들이 바삐다닌다.
김포에 착륙하려는지 여객기들이 사선으로 지나간다.
내쳐 6KM표지판을 보니 출출하다.
초소가있는 제방길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초소 몇개를 지나 왔는데 계단을 왜 못봤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점심을 대부도에 들어가서 먹을까 하고 시계를 보니 13시30분이다.
6KM를 가야 제방이 끝나고 거기서 식당을 가려면...... 그래 지금이 먹을시간인거야.
코펠에 물을 붓고 버너에 불을 붙인다.
점심은 역시 동결건조 비빔밥.
나르는 갈매기 오가는 어선들 찰랑거리는 바닷물이 바로 앞이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먹는 맛이 경치와 어우러져 별미다.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어디쯤 왔냐는 친구의 전화다.
한 1KM정도 남았다고 했더니 보고 가란다.
안되는데 제방끝에서 다시 돌아서 오이도역으로 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친구놈의 관사로 향한다.
안산에 나갔다면서 녀석이 차를 몰고 나타난다.
음악이라도 한곡 듣고 가야지 그냥가면 어떻게 하냐며 손을 내민다.
아 저번에 내가 추천해준 진공관 앰프를 개비했다고 했지
알텍의 혼에서 갈란테가 나를 죽인다.
그래 이번엔 차이코프스키의대포를 쏴보자.
그런데
그런데
회에소주에 이차로 생맥에......
마눌한테 전화를 했다.
"다시걸어가긴 틀렸는데......"
"괜히 오느라고 고생하지말고 자고와요."
친구관사에 돌아와 진공관에 불을 지피고 흥얼대다가 스르르 무너지더니 잠들었다고 한다.
끝!
첫댓글 저는 황사 다 지고...꽃피는 오월에 가 보고 싶네요...친구는 없지만..^^
감자탕 사주실수있는 영원한 친구가 있잖아요?
님의 글이 이저녁 저를 환상, 회상, 잡념, 무아지경의 경지에 이르게 합니다, 시화방조제 그 끝나는데 없을것 같은 길위에 덩그마니 앉아계셨을 생각하니 왜, 저의 눈에 눈물이 고이죠?
우이씨! 블랙사바스의 쉬즈곤이 이무렵에 제 가슴을 후벼 파더군요.그게 그렇게 꼿힐줄이야......
오호~시화방조제말씀이군요? 나도 지난6월에 서울갔다가 36년만에 만난 친구가 날데리고 무작정 달리더니 대부도라면서 시화방조제인가 뭔 뚝으로 데리고 가서 핸폰으로 사진도 찍어줬지요,먼지나는 신작로 시오리길을 걸어다니던 중학교때친구였어요 쪼맨하던 까까머리가 중늙이가 되어서 시화방조제 기경을 시켜줬지요
늘 차를 이용해서 지나다니던 곳인데..꼭 한번 걸어 보고싶은 길로 머릿속에 간직하고는 있지만 잘 되지 않았어여. 바람이 심하진 않았나여?? 저는 그 뚝방 생각하니 망둥어가 먼저 그려 집니다. 좋은길 걷고 좋은친구와 함께 하셨으니 얼마나 행복하실까~!!
바람도 어지간히 불어야지여 선그라스끼고 힌판 박은것이 바람맞은 여자 같드라구여 함 가보세요 쥑입디다